원색의 향이 물결치는 조드뿌르 사다르 바자르

[여행]by 채지형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원색의 향이 물결치는 조드뿌르 사다르

인도의 시장은 색이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색이 물결친다. 장을 보러 온 이의 옷차림도 색색이고, 시장에서 파는 것들도 찬란한 색을 뽐낸다. 매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현란한 색이 눈앞을 살랑대는 곳, 조드뿌르의 사다르 바자르다.


인도의 북부에 자리한 아름다운 도시, 조드뿌르(jodhpur). 조드뿌르는 ‘블루시티’(blue city)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파란색으로 칠한 집들 때문이다. 과거 브라만 계급이 다른 계급과 신분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파란색으로 집을 칠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계급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 조드뿌르의 랜드마크인 메헤랑가르성에 오르면, 파란색의 도시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조드뿌르는 영화 ‘김종욱찾기’의 배경지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제2의 공유, 임수정을 꿈꾸며 푸른 도시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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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헤랑가르 성에서 내려다 본 조드뿌르

채식주의자들의 나라,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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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르 바자르로 들어가는 입구

구시가지 중심에 조드뿌르 시민들이 자주 찾는 사다르 바자르(Sadar bazzar)가 있다. 현지인들을 위한 재래시장이라 주류를 이루는 것은 먹거리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다.


사다르 바자르 중심에는 시계탑이 우뚝 서 있었고, 주위는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과 소들로 혼잡스러웠다.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색색의 야채와 채소들이었다. 고운 자줏빛을 반짝이는 양파와 싱싱함을 내뿜고 있는 초록의 고수, 흙에서 막 캐온 것 같은 노란색의 생강까지, 인도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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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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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야채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를 먹는 집이 잘 사는 집이라 여겼지만, 인도에서는 반대였다. 높은 계급일수록 채식주의자가 많았고, 고기는 주로 하층민 차지였다. 카스트 제도가 없어진 지금까지도 상당수 인도인들이 채식주의지다. 맥도날드에 가도 채식주의자용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사다르 바자르에서도 고기를 파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 대신 야채와 채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다르 바자르를 기웃거리다 보니, 어디에선가 매운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그 향을 따라 가니, 수십 가지의 향신료를 팔고 있는 상점들이 나타났다. 다양한 향신료들이 뿜어내는 향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인도 시장에서는 ‘향’이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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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장은 향신료 천국

인도 음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마살라’다. 마살라는 우리나라 된장쯤 된다고 해야 할까. 향신료 가게에 가서 ‘마살라 주세요’라고 하면 안 된다. 인도에서 마살라는 향신료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식물의 뿌리나 잎, 열매 등으로 만드는데, 몇 가지를 합쳐서 하나의 마살라로 만들기로 한다. 인도 12억 인구에 12억가지의 마살라가 있다고 할 정도로 종류가 많다.

 

보통 인도 음식에는 여러 마살라를 함께 넣는다. 마살라는 각각 강한 향을 내고 있지만, 합쳐져도 은근히 멋진 향과 맛을 낸다. 이런 이유로 인도 문화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이야기할 때 ‘마살라 문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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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라씨에도 마살라를 넣는다. 사프란을 넣은 라씨

음식점에서 독특한 향을 발견한다면, 주인에게 음식에 들어간 마살라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그리고 시장에 와서 그 마살라를 달라고 하면 원하는 마살라를 찾을 수 있다. 마살라를 살 때는 직접 향을 하나씩 맡아보고 구입한다. 어떤 잎으로 만든 마살라인지 직접 뿌리나 잎을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설명도 해준다. 50g단위로 살 수 있으니, 나한테 맞는 마살라인지 아닌지 조금만 구입해 먼저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인도에서 많이 사용하는 마살라는 가람 마살라와 티카 마살라, 차트 마살라다. 가람 마살라는 인도 요리에 많이 들어가고 티카 마살라는 바비큐를 할 때 주로 사용한다.

따뜻함이 오가는 정겨운 시장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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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옷감가게들 (오른쪽) 직접 재료를 사서 옷을 꾸미기도 한다

마살라 몇 봉지를 가방에 넣은 후 발길을 옮긴 곳은 옷감가게였다. 코에 이어 이번에는 눈이 정신 못 차릴 차례였다. 상점 안에서는 옷을 맞추러 온 동네 아낙네들이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옷감을 들었다놨다하면서 서로에게 어울리는 천을 찾고 있었다. 까만 피부 위를 덮고 있는 원색이 어찌나 그리 빛나던지.

 

나도 인도 여인들을 따라 옷을 맞춰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가격은 옷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000루피(1만 7000원) 정도면 화려한 인도의 전통의상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재래시장이니, 가격 흥정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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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과일 쥬스 한잔

바자르를 한 바퀴 돌고나니 목이 말랐다. 시계탑 부근에는 생과일을 갈아서 쥬스로 만들어 주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쥬스 한잔을 주문했다. 몇 가지 안 되는 재료로 사프란 라씨부터 과일 쥬스, 쉐이크까지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내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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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시장 상인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배달 도시락

쥬스를 한손에 들고 바자르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눈앞에 라자스탄 번호판을 단 오토바이 한 대가 멈췄다. 오토바이 뒤에는 도시락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인도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에서 보던 그 도시락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던 시장 상인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보고 있는 내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색과 향에 홀려 다닌 조드뿌르의 사다르 바자르 구경은 도시락을 주고받는 정겨운 풍경 한 조각으로 마무리됐다.

원색의 향이 물결치는 조드뿌르 사다르

사다르 바자르의 이정표, 시계탑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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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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