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우쿨렐레 공짜로 배우기, 코드 3개로 20곡을?

[여행]by 채지형

우아한 목련부터 화려한 개나리, 진분홍 진달래와 연분홍 벚꽃까지. 화려한 꽃들이 유혹하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벚꽃엔딩도 곳곳에서 울려 퍼지겠죠? 문득 우쿨렐레가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마음먹은 것이 한 가지 있었거든요. ‘내년에는 분홍빛 꽃비가 날리면, 큼지막한 벚꽃나무 아래에서 우쿨렐레로 연주를 해야지’하고요. 그 다짐이 떠올라, 방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우쿨렐레를 꺼내 소복하게 쌓인 먼지를 오랜만에 털었습니다.

명랑하고 따뜻한 악기, 우쿨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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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처럼 통통 튀는 손가락 모습에 우쿨렐레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악기

우쿨렐레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악기입니다. 귀여운 생김새만큼 밝고 경쾌한 음을 내는 하와이의 대표 민속 악기죠. 19세기 포르투갈에서 하와이로 일을 하러 온 노동자들이 들고 온 악기를 보고 만든 것이라고 해요. 한번쯤 보신 적 있으시죠? 작은 기타처럼 생겼는데, 얼마나 앙증맞은지 몰라요.

 

하와이말로 ‘우쿠’는 벼룩, ‘렐레’는 통통 뛴다는 뜻을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벼룩이 폴짝폴짝 뛰는 것 같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쿨렐레의 줄은 단 4개. 그러나 무시하면 안 됩니다. 4개의 줄로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여럿이 연주하면 오케스트라가 따로 없습니다. 조화로운 소리에 온 세상에 평화가 찾아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죠. 단순함이 주는 즐거움과 하모니가 주는 아름다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악기랍니다.

하와이에서 받는 우쿨렐레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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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하와이에 왔으니 우쿨렐레 좀 켜볼까요

우쿨렐레를 처음 만난 것은 하와이에서였습니다. 하와이에서 처음으로 우쿨렐레 레슨을 받았거든요. 하와이까지 가서 무슨 우쿨렐레 레슨이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하와이니까 우쿨렐레 수업을 받는 거 아니겠어요? 게다가 무료로 배울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여행은 때로 새로운 것을 배우게 만들기도 합니다.

 

제가 우쿨렐레 수업을 받은 곳은 호텔 바로 앞에 있던 우쿨렐레 숍이었어요. 매일 4시부터 초보자를 위한 무료 레슨시간이 있더라고요. 하와이에 가기 전까지는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악기였지만,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우쿨렐레의 선율 때문인지 호기심이 당겨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안에는 탐나는 우쿨렐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더군요. 가격대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막 들어온 여행자들도 우쿨렐레를 고르고 있더군요. 서핑을 하는 그림들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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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 어때, 와이키키 근처에서 우쿨렐레를 고르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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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서핑, 하와이와 뗄 수 없는 또다른 하나는 우쿨렐레

코드 3개로 20곡을? 

잠시 후, 우쿨렐레 수업이 문을 열었습니다. 앳된 얼굴의 말총머리를 한 선생님입니다. 웃는 모습이 해맑더군요. 하와이의 좋은 공기와 우쿨렐레의 즐거운 소리 사이에 살아서 그런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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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인사를 건네는 우쿨렐레 선생님

선생님은 오자마자 그러시더군요. 코드 3개만 알면 20곡은 거뜬히 연주할 수 있다고요. 우쿨렐레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기 쉽다는 것이라면서요. 저의 팔랑 귀는 아기 코끼리 덤보의 귀만큼 커졌습니다. ‘그렇게 쉽다면, 나도 본격적으로 한번?’ 일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죠.

 

먼저 우쿨렐레를 잡는 법을 배웠습니다. 가슴에 폭 안기는 우쿨렐레가 마치 아기를 안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어디든 데리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다음은 3개의 코드를 익히는 시간. 코드는 어렵지 않았지만, 소리를 내는 것이 만만치 않더군요. 제가 내는 소리는 우쿨렐레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소리와는 무척 거리가 멀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옆에 있는 친구도 상황은 비슷하더군요. 어설픈 소리들이 무질서하게 공간을 가득 메웠습니다. 멋쩍어하며 웃음을 터트리니, 사람들이 하나둘 웃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우쿨렐레 소리보다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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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개만 알면 20곡이 거뜬!

여행 중 무엇인가를 배우는 행복감 

생일축하 노래를 배우는 것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느린 생일 축하 노래는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더듬더듬 손가락을 옮기는 폼이 걸음마하는 어린아이와 비슷합니다. 얼마 하지 않았는데도 손가락이 무척 아프더군요. 역시 현악기는 손가락의 희생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시범 연주. 제가 연주하고 있는 악기와 같은 악기 맞나 의심스럽더군요. 맑고 청아한 우쿨렐레의 음색은 출렁이는 파도를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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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경쾌한 소리를 내는 우쿨렐레. 선생님의 능숙한 연주

역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온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우쿨렐레와 하와이에서 만나자 마자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이라고 해야 할 지, 금상첨화라고 해야 할 지. 마음에 드는 우쿨렐레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파인애플처럼 생긴 외모에 하와이안 문양을 입은 우쿨렐레를 보고 지갑을 냉큼 열었습니다. 먼지가 가끔 쌓이긴 하지만, 그때 만난 우쿨렐레와 지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벚꽃 아래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해보지는 못하고 상상만 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올해는 지난해의 다짐을 꼭 행동에 옮겨봐야겠습니다.

여름에 하와이에 가볼까? 우쿨렐레 축제에 ‘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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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 연주의 레전드, 이즈

우쿨렐레 이야기가 나왔으니,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어볼까요? 먼저 이즈라고 불리는 이스라엘 카마카위워올레라는 뮤지션입니다. 우쿨렐레의 전설이라고나 할까요. 이 노래를 꼭 들려드리고 싶네요. 유튜브에 올라온 ‘오버 더 레인보우’를 한번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겁니다. 얼굴은 생소하시겠지만, 음악을 들으면 익숙하다 느끼실 겁니다. 이즈의 오버 더 레인보우는 100여 개 이상의 광고와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전 세계에 유명하거든요. 이즈가 궁금하시다면, 공식사이트(http://www.izhawaii.com)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보실 수 있답니다.

우쿨렐레 축제도 있습니다. 여러 축제가 있지만, 매년 여름에 열리는 우쿨렐레 페스티벌이 가장 유명합니다. 2016년에도 오하우에 있는 카피올라니 공원에서 46번째 맞는 우쿨렐레 페스티벌이 7월 17일 일요일에 열려요. 하와이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실 계획이라면 일정을 맞춰보시는 건 어떨까요? 페스티벌에 대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이곳에서(http://www.ukulelefestivalhawaii.org) 참고하시고요. 참, 입장료도 무료랍니다. 자, 저는 그만 키보드에서 손을 내리고 우쿨렐레를 품으로 가야겠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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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풀과 우쿨렐레 그림을 프린트한 하와이안티셔츠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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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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