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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채지형의 여행살롱 43화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해돋이 여행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마량포구 해돋이

아직은 어색합니다. 2017년이라고 쓰는 것이 말이죠. 정유년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죠? 새해 첫날에는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 가지 목표를 세워놓고 보니, 마음이 두근거리더군요. 손에 힘을 주면서, “그래, 올해는 꼭”을 다졌답니다.

 

계획표를 만들고 나니,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태양을 보면 제 다짐도 더 단단해질 것 같더라고요. 오늘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해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들을 몇 곳 추천해드리려고요.

 

일출을 떠올리면 바다가 먼저 달려듭니다. 거센 파도가 밀려드는 겨울바다. 그 위로 푸른 새벽의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장엄하죠. 동그란 태양이 주는 따뜻한 온기 덕분에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 다양한 해돋이를 볼 수 있죠. 해돋이 일번지인 동해는 검푸른 바다 위에 화려하게 올라오는 해돋이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바다고요. 남해는 부드러우면서 고요한 해돋이를, 서해 일부에서는 거친 갯벌 위로 뜨겁게 타오르는 해돋이를 경험할 수 있답니다.

화려한 해돋이를 보고 싶다면 동해로

제가 해돋이를 보러 자주 찾는 곳은 강원도 북단 고성에 있는 공현진 해변입니다. 아담한 해변인데요. 이곳에 옵바위라는 바다 위로 솟아오른 바위가 있어요. 이 옵바위를 배경으로 한 해돋이가 일품이거든요. 커다란 바위와 바위 사이로 작은 배가 지나가고 바위 위에서 거친 파도에 맞서며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의 모습이 그림처럼 새벽을 깨웁니다. 그리고 바위 사이로 태양에 일렁이는 수면을 보고 있으면 시력마저 앗아가 버릴 것 같은 아름다움이 이 해변에 펼쳐지죠.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고성군 공현진해변 옵바위

만약 편안하게 해돋이를 즐기고 싶다면 해변 바로 앞에 있는 옵바위 모텔에 묵는 것도 좋습니다. 바다로 향해 있는 커다란 창을 열면 베란다가 나오고 그 앞으로 동해바다가 펼쳐지거든요. 눈뜨자마자 바로 해돋이를 볼 수 있답니다. 시설은 모텔이지만 전망은 오성급 호텔 못지않거든요.


고성에 이어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면 울산의 방어진항이 나옵니다. 방어진항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름도 생소한 슬도 등대가 나타납니다. 울산의 일출이라고 하면, 간절곶을 떠올리기 때문에 슬도등대를 처음 들어보신 분도 계실 텐데요. 다른 등대에 비해 작은 무인등대이지만 해돋이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장관을 보여준답니다.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울산 방어진항 슬도등대

등대가 있는 슬도는 1990년대 말에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된 곳이에요. 크기라고 해봤자 집 하나 번듯하게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자그마합니다. 이곳에 1958년 등대가 들어서, 방어진항을 찾는 수많은 어선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찾는 이도 드문 만큼 갈매기들과 낚시꾼들, 마을 사람들이 외로운 등대의 친구가 돼 주었는데 바로 옆의 방어진항의 활기찬 모습에 비하면 상당히 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답니다.


방어진항에서 나와 조금 더 내려가면 경주시에 속해있는 감포읍 봉길해변이 나옵니다. 이곳에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답니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의 정기가 서려있는 곳이죠. 일찍이 신성하고 기도의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많은 무속인과 민간신앙에 기대는 사람들이 찾아와 치성을 드린답니다. 이곳의 해돋이가 특별한 점은 해무에 있어요. 문무대왕 수중릉 주변으로 스며드는 해무는 해돋이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주어 웅장한 풍경을 선사해 주거든요. 황금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가슴속 깊이 파고들며 소원이라도 빌어보면 다 들어줄 것 같은 착각도 든답니다.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감포 문무대왕수중릉


남해의 고즈넉한 일출

해돋이 일번지인 동해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남해로 떠나볼까요. 남해는 수많은 다도해와 리아스식 해안구조로 되어 있어서 가슴속 시원한 동해의 해돋이와는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답니다.


남해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는 금산 보리암입니다. 금산의 기암절벽 위에 지어진 보리암은 68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낙산의 홍련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기도 도량 중 하나에요. 경내를 지나면 은은한 미소로 중생을 보듬어 주는 해수관음상과 시원하게 펼쳐진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답니다. 이곳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정상부근의 금산산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제석봉, 관음봉 위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멋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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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 보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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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 금산산장

보리암과 함께 유명한 곳은 금산산장이에요. 이곳에서도 다도해 풍경과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꿀맛 같은 막걸리와 백반이 있어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답니다.

 

고요한 분위기의 해돋이를 보고 싶다면, 장흥의 남포마을 소등섬 해돋이가 어떨까요. ‘정남진’의 고장으로 불리는 장흥은 문학의 고장으로도 유명하죠. 문향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소등섬은 이청준 작가의 소설 ‘축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였거든요. 남포마을 입구에는 정남진과 함께 '축제'의 주요한 무대였음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있고, 앞바다에 작은 섬 하나가 콕 박혀있어요. 소등섬은 썰물 때는 뭍에서 걸어서 들어갈 수 있고 돌아보는데 30분도 안 걸릴 만큼 자그마합니다. 소등섬 앞 갯벌에 작은 어선들이 점점이 박혀있어 소박한 작은 어촌 풍경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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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남포마을 소등섬 해돋이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남해 남포마을 굴구이

밤이 되면 여행자들은 모여 남포마을의 특산물인 자연산 굴구이로 배를 채웁니다. 그리고 길고 긴 겨울밤을 보낸 후 소등섬 뒤로 솟는 고운 빛깔의 해돋이를 맞이하게 되죠. 후덕한 동네 인심을 뒤로 하고 떠나는 여행자에게 소등섬 해돋이는 마음을 다독이는 것을 넘어 삶에 대한 애착까지 안겨준답니다.

서해에서도 일출을? 마량포구

일몰이 아닌 일출을 서해에서 본다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지만, 서해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서천의 마량포구인데요. 마량포구는 서해의 매력이 듬뿍 담긴 곳으로, 거친 갯벌 위에 퍼지는 황금빛이 황홀함을 안겨준답니다.


마량포구가 해돋이 명소가 된 이유는 순전히 위치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툭 튀어나와 반도처럼 길게 늘어져 있거든요. 동쪽으로나 서쪽으로나 바다를 끼고 있는 형상이라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마량포구에서 해돋이를 감상하기 좋은 시기는 12월 중순에서 2월 중순까지예요. 이때는 태양의 위치가 남쪽으로 많이 이동한 터라 바다 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만날 수 있거든요. 다른 시기에는 육지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게 된답니다. 마량리 해돋이 마을에 있는 방파제와 서천 해양박물관 입구에 있는 해안도로에 가시면 멋진 해돋이를 보실 수 있답니다.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마량포구 해돋이

“붉은 해야 솟아라” 마음을 다지는

마량포구 갯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