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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사람은 왜
모기와의 싸움에서 지는가

by조선일보

사람은 왜 모기와의 싸움에서 지는가

19일 서울시 모기예보. 가장 높은 단계인 '불쾌'다./서울시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코골며 잘 수 있고, 기다란 뱀이 처마 끝에 늘어져도 드러누워 똬리 트는 꼴을 볼 수 있건만, 귓가에 모깃소리 울려오면 기겁해 간담이 서늘해진다.’(猛虎咆籬根 我能齁齁眠 脩蛇掛屋角 且臥看蜿蜒 一蚊譻然聲到耳 氣怯膽落腸內煎 / 정약용 – 증문)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호랑이나 뱀보다 짜증 난다 칭했던 그 마성의 동물, ‘모기’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5~6월 서울시가 디지털 모기측정기(DMS)로 채집한 모기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달 들어서는 매일 5000여 마리씩 잡히며 지난해 7월 기록치인 19만 마리를 바짝 따라잡아 가는 중이다.

 

바야흐로 사람을 우주로 쏘아 날리며 다큐로 인터스텔라를 찍으려 드는 시대지만, 인류는 아직도 모기를 정벌치 못하고 있다. 물론 딱히 열정이나 의지가 없어서 방치했던 건 아니다. 나름대로 할 만큼 했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할 뿐이다. 마침 모기도 한창 기승인 철이니, 그간 인류가 모기 퇴치에 어떤 노력을 쏟았고, 그럼에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까닭을 살피도록 하자. 파리채나 모기향 등 잘 알려진 국지전(局地戰) 병기는 제쳐두고,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모기 살상 시도 위주로 적었다.

서식지 파괴

인간이 생명을 부여받은 이래 모기에 뜯기지 않았던 시절은 없지만, 모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때는 그닥 오래지 않다.

 

지난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터졌다. 8개월 동안 미군 564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전사자는 379명(6.7%) 뿐이었다. 나머지 장병 대부분은 ‘황열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미 육군 군의관이던 월터 리드(1851~1902) 소령이 황열병을 뿌리는 생물이 모기라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당대엔 나쁜 공기 때문에 황열병에 걸리고, 개미에 물리면 말라리아가 발병한다는 게 상식이었다.

 

리드 소령의 연구는 10여년 뒤 진행된 파나마 운하 공사 때가 돼서야 빛을 발했다. 당시 노동자 1000명당 167명이 황열병으로 세상을 뜨는 대참사가 벌어지자, 미 육군 공병대 소속 군의관 윌리엄 고거스(1854~1920) 대령이 리드 소령의 연구를 바탕으로 모기 서식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모기 유충(장구벌레)은 고인 물에서 자란다. 고거스 대령은 이를 막으려 연못과 웅덩이에 몽땅 석유를 부어버리고, 교회 성수까지 엎어버렸다 한다. 그 결과 1907년부터 파나마 운하 공사 지역에서 황열병 환자가 자취를 감춘다.

 

이처럼 아예 모기가 발붙이고 살 곳을 없애버리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우리 삶에 적용하긴 쉽지 않다. 길바닥이나 건물 틈새마다 고인 물을 일일이 다 찾아내기도 어려운데다, 기껏 다 뒤져냈다 한들 비 한번 오면 새 물구덩이가 생기며 그간 노력이 헛짓이 된다. 군대처럼 인력을 상시 사정없이 쏟아넣을 수 있는 집단이 아닌 이상 선뜻 따르긴 어려운 전략이다.

DDT

사실 인간은 이미 대(對) 모기 최종병기급 무기를 갖추고 있다. 1939년에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가 합성 성공한 물질인 ‘다이클로로다이페닐트리클로로에탄’, 즉 DDT다. 바른 지점 부근엔 모기가 반년은 오지 않을 정도로 독한 살충제다.

 

문제는 모기 독이 사람 독도 된다는 점이다. 마치 죽창 같아서, 모기도 한방이지만 나도 한방이다. 발암 물질인데다, 한 번 들어오면 몸속 지방 성분에 끼어서 빠져나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일단 살아야 모기 걱정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때문에 DDT는 인간 사회에서 추방되고 만다.

 

다만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DDT를 쓴다. 대부분이 열대 지역에 있는 저소득 국가다. 이들은 향후 암 걸려 죽을 염려보다 당장 모기에 물려 앓을 위험이 훨씬 크다. 게다가 DDT는 살충제 중에서도 상당이 값싼 축에 든다. 이 때문에 이들은 오늘도 훗날 목숨을 담보로 DDT를 뿌린다.

사람은 왜 모기와의 싸움에서 지는가

일명 '방구차'라 불리던 소독차./인터넷 캡쳐

여담으로 웬만하면 어릴 적 한번쯤은 추격전을 벌이는 상대인 소독차, 일명 방구차에서도 한때 DDT를 살포했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979년부터 공식적으로 DDT 사용을 금지했던지라, 까마득한 옛이야기긴 하다.

고자라니

지난 2015년 재커리 에덜먼 버지니아공대 곤충학과 교수팀이 뎅기열과 황열병 매개생물체로 알려진 이집트숲모기의 성별 결정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해 모기 수컷을 모태고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실용화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 현실적 문제 때문이었다. 이 기술로 효과를 보려면 세상 모든 모기 유충에 연구진이 달라붙어 섬세하게 고자로 만들어야 한다. 열대지방도 아닌 서울 도심에서 7월 한 달간 잡힌 모기만도 19만 마리에 달한다. 기술자 머릿수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씨 없는 수박

대신 다른 방법을 써서 모기를 성불구자로 만드는 전략도 있다. 수컷 모기에 방사능을 쏘거나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생식 능력을 잃게 하는 것이다. 모기는 일부일처제다. 수컷이 고자면, 파트너 암컷도 평생 알을 낳을 수 없다. 개체 하나하나를 유전자 단계에서 조작하기보단, 여러 모기에 한꺼번에 방사능을 씌우거나 바이러스를 뿌리는 게 훨씬 쉽고 효율적인 건 물론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TO)는 방사능 맞은 모기를 카리브 해 지역인 케이맨 제도에 뿌려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또 호주,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도 생식 능력을 약화시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를 살포해 뎅기열 발생을 억제한 경험이 있다. 참고로 이 바이러스는 곤충에게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은 옮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이처럼 씨 없는 수컷을 활용하는 방식은 최근 가장 효과적인 모기 절멸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글의 생명과학 부문인 베릴리(Verily)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모기 번식을 막기 위해 고자 모기 2000만 마리를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즈노에 풀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베릴리에 앞서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한 적이 있다.

생태계 파괴 우려도 있다지만

물론 많은 과학자나 생태운동가들이 모기 전멸은 생태계 균형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기 퇴치를 목적으로 한 연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모기는 웬만한 독재자 이상으로 인류에 큰 해를 끼치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매해 모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 수는 약 70여만명에 달한다. 2~5위인 인간(약 45만), 뱀(약 5만), 개(약 2만5000), 체체파리(약 1만)를 더해도 따라잡지 못할 수치다. 참고로 김일성·김정일이 50년에 걸쳐 학살하고 굶겨 죽인 사람 수가 적게 잡아도 약 300만명이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모기 토벌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여담(餘談)

물론 배트맨이 있으면 조커가 있고, 해리포터 있는 곳엔 볼드모트가 나타나는 게 세상 이치다. 인류의 모기 퇴치 노력에 맞서 모기 종자를 길러 퍼트린 빌런(Villain) 또한 이 세상엔 존재한다.

사람은 왜 모기와의 싸움에서 지는가

지난 2010년 한 네티즌이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모기 방생 게시물./인터넷 캡쳐

지난 2010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한 네티즌이 모기 3000마리를 방생했다는 내용으로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그는 당시 모기 개체 수가 급감했다는 보도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 모기 육성을 결심했다 한다.

 

그는 이후 실제로 암모기 28마리를 잡고서, 두 달간 모기를 최소 1000마리 이상까지 새끼 친 뒤 몽땅 풀어줬다. 해방 장면은 네 차례에 걸쳐 찍은 동영상으로 인증했다. 지금은 자료화면이 남아있지 않지만, 상자 안에 산 모기가 가득했던 흉악한 풍경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 광경을 본 네티즌들은 분개했지만, 모기 양식과 방생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까진 아닌지라 달리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암컷 모기 한 마리는 한 번에 알 100여개씩을 평생 4~7회에 걸쳐 낳는다. 모기 1000마리 중 절반이 암컷이라 치면, 모두 더해 20만~35만 마리 정도 새끼를 낳았을 게다. 당연히 대를 거듭하면 개체 수는 훨씬 많아진다. 아마 우리 곁에서 날개 치는 모기 중 하나쯤은 이 빌런의 씨앗일 가능성도 적잖다. 암만 생태계가 걱정돼도, 웬만하면 남 생각해서 이런 짓은 삼가도록 하자.

 

문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