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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디테일추적

성공한 CEO 20%가 사이코패스?…갑질 회장 심리, 학자에게 물어보니

by조선일보

‘회장님 갑질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엔 ‘총각네 야채가게’(이하 총각네)다.

성공한 CEO 20%가 사이코패스?…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의 저서와 홈페이지 소개 내용. /인터넷 캡쳐

갑질 사건의 주인공인 총각네 이영석 대표는 이른바 ‘맨주먹 성공신화’를 쓴 사업가다. 트럭 행상부터 시작해 1998년 18평짜리 채소 가게를 열어 대박을 쳤다. 총각네는 현재 가맹점이 50여곳에 달한다. 연매출 400억원 규모 프랜차이즈 업체로 커졌다. 극적인 성공 스토리가 책, 드라마, 뮤지컬로도 만들어 질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알고보니 회사에선 ‘폭군’이었다고 한다. 26일 한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가맹점 직원들에게 폭언과 무리한 요구를 서슴지 않았다.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직원에게)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 쓰레기 같은 놈들”

 

(점장 단체 교육 시간에)

“개○○야, 너는 부모 될 자격도 없는 ○○야”

 

(영업 자세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따귀를 치며)

“너 똥개야, 진돗개야?”

 

(따귀를 치기 전에)

“내가 이렇게 할(따귀를 칠) 테니까, 기분 나빠하지 말고. 형이 너 사랑하는 거 알지?”

이씨는 성공 노하우를 강의하는 500만원짜리 프로그램(‘똥개 교육’) 수강을 사실상 강요하다시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성공해서 권력을 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쉽게 갑질의 늪에 빠지는 걸까. 우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성공한 기업인이 직원들 괴롭힌다는 뉴스가 이제 지겨울 정도 입니다. 왜들 이러는 건가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굉장히 목표 지향적이라는 겁니다. 마치 치타가 사냥을 할 때처럼, 목표물에게만 완전히 몰두하기 때문에 주변을 못 봅니다. 그래서 주변 동료와 부하 직원이 힘들고, 아픈 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아요. 자의 반 타의 반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거죠. 많은 일반인들도 크나큰 성공을 거두고 나면 대부분 독선에 빠지게 돼요.”

 

-‘형이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며 따귀를 친다니,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너는 기업가·성공한 사람들이 병적 장애 수준은 아니더라도 경미한 형태의 조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경조증’은 쉽게 들뜨고 흥분 상태가 일정 시간 지속되는 병증을 말합니다. 정신질환인 조증보다는 정도가 조금 덜하고요.”

 

-‘미쳐야 성공한다’는 말을 흔히 하긴 하는데, 성공한 사람 중에 정말 그런 부류가 많은가요?

 

“존 가트너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에너지와 창조적 아이디어, 열정과 야망이 넘쳐요. 일할 때는 잠도 안자고 홀린 듯이 집중하죠. 가끔 자신의 직감을 믿고 ‘베팅’할 줄도 알아요. 상당히 모험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요. 이들은 말하는 속도도 빨라요. 위트가 있고, 자신감을 드러내는데 스스럼이 없어요. 자신의 카리스마와 설득력을 과시해요. 그 결과 주변에 ‘적’이 많아져요.”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자 케빈 더튼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사이코패스가 1%에 불과하지만 CEO 집단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은 무자비함, 매력, 집중력, 강인한 정신, 배짱, 현실감각, 실행력이라는 일곱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사이코패스 비율이 높은 10대 직업군을 CEO를 포함해 변호사, 방송인, 판매원, 외과의사, 언론인, 경찰관, 성직자, 요리사, 공무원으로 꼽았다. 호주 본드대 연구팀이 미국 CEO 1000명을 설문조사했더니 21%가 임상적으로 강한 사이코패스 특성을 보였다는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범죄자 집단의 사이코패스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황상민 심리상담소장(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은 “총각네 이영석 대표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흔히 성공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정말 능력이 있어서 성공했는지부터 따지는 게 먼저”라고 했다. 

성공한 CEO 20%가 사이코패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때 화제였던 이른바 '호사분면'. 성공한 기업인 중에선 자신을 '호랭이'로 믿는 사람이 많다. /한경진 기자

-일종의 자아 도취라는 건가요.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 실제론 부정한 방법으로 부(富)를 축적해놓고서, 부자가 된 것이 스스로 능력이 있고 뭐든 잘 해서 됐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아요. 과연 그의 성공이 정말로 능력과 노력에 의한 성공이었는지, 아니면 성공한 이후에 그에 걸맞는 멋진 신화를 만들어 포장했는지 따져봐야하는 것 아닐까요.”

 

-괴팍한 성격과 직원을 몰아붙이는 직설적인 화법, 일 중독 성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때문에, 자신이 잡스인 줄 아는 상사가 요즘 많아졌다는데요….

 

“혁신가였던 잡스 스토리를 자기 갑질을 정당화하는데 쓴다니, 잡스가 무덤에서 통곡할 일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성공을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한다’는 생각, 권력을 쟁취한 다음에는 약자를 무시하거나 경솔한 행동을 하는 정서가 만연한 데, 거기에 잡스를 갖다 붙인다는 건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에요.”

 

총각네 이영석 대표는 27일 사과문을 내고 “고등학생 때부터 생존을 위해 밑바닥부터 치열하게 장사를 하다보니 욕부터 사람 대하는 태도까지 무지하고 무식했다”며 “더 강한 조직을 만들고 열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과거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다른 기업의 갑질 논란이 남 얘기인 줄 알았던 오만함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고 사죄했다.

 

[한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