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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평창 여행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모두가 기다린 이 곳의 겨울이 시작됐다

by조선일보

백두대간 선자령을 걷다

파란 하늘과 대관령 능선… 저 멀리 동해까지 펼쳐져

하늘목장에서 출발하면 1시간만에 둘러볼 수 있어

 

오대산이 품은 여유

월정사 '전나무 숲길' 걸으면 푸른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상원사 이어지는 '선재길'… 눈발 흩날리면 더욱 운치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평창의 겨울은 하늘과 가까운 대관령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해발 1000m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마루전망대에서 축제의 겨울이 시작된 평창을 만났다. 손에 잡힐 듯 파란 하늘과 백두대간의 늠름한 능선, 시원하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까지 그림 같은 풍광은 대관령 넘어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잊게 했다.

하늘과 가까워질수록 겨울이 가까웠다. 입동(立冬)도 지나기 전에 첫눈이 내렸다는 해발 832m 대관령 일대는 깊은 무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낙엽이 채 다 떨어지기도 전에 겨울은 높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하강(下降)하기 시작한다. 평균 해발 700m, 하늘과 가까운 강원도 평창의 겨울이 그 어느 곳보다 빨리 시작되는 이유다. 앙상해진 나무들이 차가운 바람에 웅크린 몸을 파르르 떨 때마다 덩달아 목이 움츠러들었다. 꽁꽁 언 손을 비비면서도 이곳에서 만나는 겨울이 반갑기만 하다. 이 겨울,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 평창의 겨울이아니던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어느새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한 평창으로 미리 떠났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차분하게 평창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올림픽이라는 빅이슈가 아니라도 평창은 겨울철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드넓은 설원(雪原)에서 즐기는 겨울 스포츠와 백두대간의 산세, 농익은 숲과 이국적인 목장까지 만끽할 수 있다. 올림픽을 위한 도로망이 정비되면서 평창으로 떠나는 길이 가까워졌다. 하늘과 가까운 축제의 도시로 가는 길. 가을과 겨울의 색이 교차하고, 어느새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하늘과 맞닿은 대관령을 두 눈에 담다

대관령엔 지난 4일 첫눈이 내렸다. 색색의 단풍 위로 하얀 눈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신비로웠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대관령의 황홀경(恍惚境)을 두 눈에 담고 싶었건만. 한발 늦었다. 대관령 일대는 어느새 낙엽을 떨군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무채색의 겨울 숲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실망은 잠시. 오롯이 남을 것만 남은 산자락은 되레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파란 하늘과 백두대간의 능선, 시원하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풍광이 선명하게 두 눈에,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스키점프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평창에선 6개 경기장에서 총 11종목의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린다.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너른 초지에서 풀을 뜯는 젖소를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인 풍경의 대관령 하늘목장

평창에서 대관령을 만끽하고자 한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관령 휴게소를 출발해 선자령(仙子嶺)을 돌아내려 오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 방법과 대관령 목장을 둘러보는 것이다. 대관령에서 가장 높은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경치가 빼어나 선녀들이 자식을 데리고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선자령을 오르는 동안 백두대간의 능선은 물론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멀리 동해의 풍광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총 12㎞ 길이의 '선자령 풍차길'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완주 가능하다.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대관령에서 목장을 둘러보는 것도 요령이다. 하늘목장과 삼양목장, 양떼목장이 대표적인데 너른 초지 위에서 풀을 뜯는 양, 소떼들이 연출하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목장 체험도 하고 정상에서 대관령 능선까지 조망할 수 있다. 특히 하늘목장(033-332-8061)은 트랙터 마차를 타고 해발 1000m 하늘마루 전망대에 오르면 '너른풍경길'을 따라 선자령까지 왕복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1974년 조성된 목장인데 2014년에야 일반에 개방됐다. 약 1000만㎡. 월드컵경기장 500개를 합친 것만 하다. 방목장에서 풀을 뜯는 젖소, 양, 염소 등 동물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것도 신기하지만 먹이 주기 체험까지 한다면 대관령에서 색다른 추억이 더해진다.

고즈넉한 산사, 천 년의 숲길을 걷다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오대산에 자리한 천년고찰 월정사,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 등 문화유산과 함께 고즈넉한 산사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키 큰 전나무가 빼곡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 산책을 즐기다 보면 세상 번뇌가 사라지는 듯하다.

대관령만큼이나 평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이 오대산이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호령봉, 상왕봉, 동대산, 두로봉 등 다섯 봉우리가 연꽃 모양을 그리며 서 있다. 깊고 푸른 산세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고즈넉한 산사(山寺)와 문화유산, 산사로 이어지는 숲길의 여유로움에 흠뻑 취하는 곳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월정사는 오대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국보 제48호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보물 제139호 월정사 석조보살좌상 등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고즈넉한 사찰을 둘러보며 마음을 정화하는 것도 좋지만 월정사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천 년의 숲길이라 불리는 전나무 숲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숲길엔 평균 80년 이상의 키 큰 전나무가 1000여 그루 넘게 뿌리 내리고 있다. 겨울 기운에도 전나무는 초록이 선명하다. 포근한 숲속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볼 것. 피톤치드 가득 마시며 여유를 즐기다 보면 세상의 번뇌가 금세 사라지는 듯하다. 전체 1.9㎞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 40분이면 충분하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의 오대산 선재길도 손꼽히는 걷기 좋은 길이다. 도로가 나기 전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주로 다녔던 사색의 길이자 구도의 길이다. 올해 초 방영된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한겨울 눈이 살포시 내린 선재길의 운치는 드라마 장면과 겹쳐진다. 상원사는 자장율사가 월정사와 함께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국보 제36호)과 세조가 직접 보았다는 문수동자상(국보 제221호) 등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평창에서 추억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즐기자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특산물 쇼핑과 요리 체험까지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바우파머스몰 매장 풍경.

지난 9월 대관령면 횡계리에 문을 연 바우파머스몰(033-339-7616)은 옛 대관령원예농협 건물을 활용해 만든 이색 공간이다. 직접 사용했던 오래된 금고가 카운터로 캐비닛은 의자로 변신해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를 더한다. 1층에선 평창을 비롯해 강원도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가공품 등 로컬 푸드를 판매하고 2층 쿠킹스튜디오에선 이 제품들을 활용해 요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평창의 특산물을 활용해 직접 요리하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어 들러볼 만하다. 단체 체험 프로그램(10인 이상)으로 백김치 체험(1인 2만5000원), 바우번 체험 프로그램(1인 1만5000원)이 있으며 매주 토·일 오후 3시 메밀부침 셀프 쿠킹 프로그램(1인 1만2000원)이 있다. 예약 후 참여 가능하다.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선 평창 고랭지감자와 목장 우유를 넣어 만든 빵인 바우번(1300원)과 평창 오미자차(4000원), 유기농 아이스크림(4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대관령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2층 창가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무이예술관(033-335-6700)은 폐교된 무이초등학교가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곳이다.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바뀌었고 작가들의 아틀리에가 된 학교 건물 내에선 메밀꽃을 그리는 정연서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그림과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 작품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메밀꽃 흐드러지는 봉평에 위치한 만큼 메밀꽃 압화나 원목나무에 메밀꽃 그림 그리기, 메밀꽃 목걸이 만들기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이다. 가훈이나 명언 쓰기 등 서예 체험도 가능하다. 인근의 이효석문학관도 들러보자.

믿고 먹는 봉평 메일… 막국수로 깔끔하게, 치아바타로 담백하게

무채색의 대관령… 고즈넉한 월정사…

납작식당 / 현대막국수 / 명미횟집 / 브레드메밀

'황태' '한우'로 이름난 평창이지만 놓치면 아쉬운 먹거리도 많다.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평창의 맛!

 

납작식당

오징어를 두툼하게 썰어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오삼불고기'는 대관령면 횡계리의 별미다. 강릉과 인접해 싱싱한 오징어를 구하기 쉬운 횡계에선 옛날부터 삼겹살을 먹을 때 오징어가 빠지지 않았다. 문 연 지 40년이 넘은 납작식당의 오삼불고기는 삼겹살과 오징어를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불판에 구워내는데 야채나 버섯 등 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 아삭한 콩나물을 오삼불고기와 곁들여 먹으면 매콤함은 줄어들지만 식감이 풍성해진다. 오삼불고기 1인분 1만2000원.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로 113 2층, (033)335-5477

 

현대막국수

평창에서도 봉평은 메밀로 이름난 곳이다. 현대막국수는 60년 가까이 봉평 메밀의 맛을 지켜온 곳이다. 낡은 간판과 연탄 난로에서 오랜 시간이 묻어난다. 막국수는 주문하면 그 즉시 면을 뽑아 만드는데 메밀의 구수한 맛과 야채와 과일로 만든 육수의 슴슴한 맛이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메밀전병과 메밀전, 메밀묵, 메밀100% 순메밀국수도 별미. 메밀물국수 6000원, 메밀부침 5000원, 메밀전병 6000원. 평창군 봉평면 동이장터길 17, (033)335-0314

 

명미횟집

강릉과 가까운 대관령 일대에선 횟집 찾아보기가 어렵다. 명미횟집은 싱싱한 활어회와 생선구이 백반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모듬생선구이를 주문하면 기름기 잘잘 흐르는 고등어, 임연수어, 열기, 꽁치가 한 접시에 담겨나온다. 강원도의 푸근함이 느껴지는 나물 반찬들과 진하게 끓여낸 미역국이 든든한 한 끼를 완성한다. 갓 잡은 활어로 만드는 회덮밥도 별미. 모듬생선구이 1만2000원, 회덮밥 1만5000원, 평창군 대관령면 해당화3길 33, (033)335-6082

 

브레드메밀

평창에서 나고 자란 남매가 평창의 메밀로 반죽한 빵을 만드는 아담한 빵집이다. 메밀을 비롯해 곤드레나물, 팥, 한우, 우유 등 평창에서 생산되는 특산물과 제철 재료를 이용해 특색 있는 빵을 구워낸다. 대관령 한우를 올려 파이처럼 구워낸 대관령한우빵과 곤드레나물을 넣어 만든 치아바타가 인기. 메밀로 만든 스프레드도 이색적이다. 평창올림픽시장과 함께 들러보기 좋다. 평창메밀단팥빵 2500원, 대관령한우빵 4500원, 곰이먹는치아바타 7000원, 평창군 평창읍 평창시장2길 15, (033)333-0497

 

평창=강정미 기자, 사진=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