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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한국 아파트 보면 TV, 쇼파 위치가 다 똑같아…취향이 없죠"

by조선일보

"한국 아파트 보면 TV, 쇼파 위치

최고의 인테리어 전문가로 꼽히는 안톤 허크비스트. /이케아 코리아 제공

이케아코리아의 총괄디자이너인 안톤 허크비스트는 각 나라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이케아의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1994년 이케아 스웨덴 영업팀에 입사한 그는 1998년부터 이케아 스웨덴 지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이후 이케아의 진출 지역을 따라 중국, 일본을 거쳤고 2014년부터 한국 이케아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나라별 디자인을 탐구하며 업계 최고의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현재 한국의 아파트에 살면서, 또 한국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있다.

 

그가 최근 열린 ‘2017라이프쇼’에서 우리의 삶을 디자인하는 방법과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홈스타일링의 세 가지 트렌드를 소개했다.

어떻게 하면 집을 안식처로 만들까?

“집은 바깥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장소다”.

 

안톤 허크비스트는 “집에서는 외부의 스트레스를 차단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마음까지 편안하게 쉬려면 어떤 계획이 필요하다. 나는 일이나 밖에서 했던 활동, 생각 등 외부의 스트레스 요인을 집까지 가져오지 않는다”고 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추천한 방법은 자신의 취향을 집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하지는 말라’는 것. 그는 “이케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흔히 모든 걸 다 버리고 가구를 새로 사야겠다고 하는데, 인테리어는 큰 공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의 나에게 필요했던 것, 혹은 미래에 쓸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장만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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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크비스트가 살고 있는 한국 아파트 내부. /이케아 코리아 제공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한국의 자택을 공개하면서 “한국 아파트를 보면 TV 놓는 장소와 소파 위치가 어느 집이나 똑같이 정해져 있다”며 “TV 보면서 창문을 보고 싶어 색다른 위치에 TV를 배치했다. 전원 플러그 멀리에 놓은 TV 때문에 케이블선이 길다랗게 늘어져있다. 그러나 이 구조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미니멀리즘, 무조건 버리는 게 아니다

그는 인테리어에서 ‘완성된 상태’를 바라지 말라고 강조했다. “삶은 계속 변화한다. 우리의 삶이 달라지는 것처럼 집도 바뀌어야 한다. 싹 뜯어고친 후 어떤 완벽한 상태를 꿈꾸지만 집은 완성되지 않는다. 늘 삶과 함께 진화해가는 것이다. 완성시켜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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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크비스트는 집 한켠의 수납장을 꽉 채울 만큼 패브릭을 좋아한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이 사는 집은 해당이 안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반드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 집에는 물건이 많다. 물건을 배치하는 것과 잡동사니를 늘어놓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추억이 깃든 소품(小品)은 비록 작아도 나의 개성을 살려주고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렇지 않은 건 잡동사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이 바뀌어가면서 좋았던 소품을 치우기도 한다. 이런 편집 과정을 겪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가 활용하는 소품은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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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크비스트가 집안에 모아 놓은 소품들. /이케아코리아 제공

편안한 집을 만드는 3가지 트렌드

그는 편안한 집을 만드는 최근의 트렌드로 가장 먼저 ‘바깥 세상과의 차단’을 꼽았다. 밖에서 겪은 모든 스트레스에서 집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휴대폰을 끄는 것도 방법이다.

 

“집에서는 오직 나만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춤을 추든, 요리를 하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집에 오면 몸이 ‘안식처’라고 인식한다.”

 

나만의 시간을 위해서는 바깥의 소리로부터도 벗어나야 하는데, 요즘은 조용한 공간을 찾기 힘들다. 그는 가구에 소리를 흡수하는 방음 패널을 부착해 조용한 가구를 선보인 스웨덴의 한 가구회사를 소개하며, “꼭 새로운 제품이 아니더라도 우드 소재로 된 물건이나 러그와 같은 패브릭을 활용하면 조용한 공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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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소재를 사용한 가구들. /이케아 코리아 제공

두번째 트렌드는 빛과 컬러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아침에 충분한 햇빛을 받지 못하거나 저녁까지 너무 밝은 빛을 받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맞게 조명 조도와 휘도를 조정할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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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탁상스탠드 옐로. 조명을 이용해 집안의 휴식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마지막으로는 ‘그리너리’ 트렌드를 꼽았다. 사람들은 숲이나 강가를 걸을 때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숲을 집에 가져올 수 있다면 집이 훨씬 평화롭고 안정된 공간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식물은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도 탁월해 호흡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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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활용한 그리너리 인테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하지만 바쁜 일상이 지속되다보면 식물을 관리하기 어려운 때가 더 많다. 그는 “식물을 기르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죽은 식물을 두는 것”이라며 “효율적인 가드닝을 위해 관리가 간편한 가드닝 제품을 이용하거나 생화와 조화를 반반으로 배치해 수고를 더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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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와 조화를 반반 섞은 그리너리 인테리어가 관리하는데 효율적이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그리너리 트렌드는 가드닝뿐만 아니라 패션과 벽지 등 인테리어 컬러로도 옮겨가고 있다. 세계적인 컬러 회사 팬톤은 2017년 컬러로 ‘그리너리’를 뽑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자연을 그리워하고 곁에 두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것. 안톤 허크비스트는 “이케아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에 동참해 자연 컬러를 활용한 인테리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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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패브릭에 적용한 그리너리 컬러. /이케아코리아 제공

끝으로 그는 스웨덴의 ‘라곰(Lagom)’이란 단어를 설명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이란 뜻으로 나에게 가장 알맞은 삶, 균형잡힌 삶이 담긴 집을 꾸미라고 조언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인테리어는 무겁고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테리어는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강연을 들으면서 웃었는데 웃음을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인테리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