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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도끼와 신격호,
호텔 장기 투숙하는 이유

by조선일보

도끼와 신격호, 호텔 장기 투숙하는

랩가수 도끼가 최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특급호텔 '서울 드래곤시티'로 이사했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혔다. /도끼 인스타그램 캡처

랩가수 도끼가 그동안 살던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나와 서울 용산구의 한 특급호텔 펜트하우스로 이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호텔 장기 투숙’이란 주거 형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끼는 그동안 주상복합아파트의 복층(復層) 펜트하우스에서 살았다. 전용면적 240㎡(약 72평)에 방이 6개나 됐다. 그런데도 도끼는 "(지금 사는 집이) 너무 좁아서 더 큰 곳으로 이사간다"고 했다.

 

도끼가 살게 된 펜트하우스는 호텔에서 단 두 개밖에 없고 방 크기는 425㎡(약 128평)나 된다. 하룻밤 묵는데만 696만9000원(부가가치세 미포함)을 줘야 한다.

 

비싼 돈을 주고 호텔을 주거지로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호텔에 살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일반인들도 살 수 있을까. 땅집고 취재팀은 그들만의 또 다른 세상, 호텔 장기투숙에 대해 알아봤다.

도끼와 신격호, 호텔 장기 투숙하는

서울 드래곤시티 그랜드머큐어 앰배서더가 땅집고에 최초 공개한 펜트하우스 침실 모습. 호텔 내 단 두개밖에 없는 이곳 펜트하우스는 침실이 각각 2·3개씩 마련돼 있다. /서울 드래곤시티 그랜드머큐어 앰배서더 제공

상류층이 호텔 사는 이유? “편하잖아요”

호텔 장기투숙을 선택하는 이들의 직업군은 다양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5성급 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계 기업 임원을 비롯해 국내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그 호텔에서 일하는 수석 셰프 등 많은 사람들이 짧게는 몇주일, 길게는 수 년 동안 호텔에서 산다"고 했다.

 

호텔을 집으로 쓰는 국내 대표 주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다. 신 회장은 서울 성북동과 경기도 일산에도 자택이 있다. 하지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최근까지 거주해 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역시 1999년 2월부터 10년 남짓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를 빌려 살았다. 외국에서는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1937년부터 1971년 사망할 때까지 '리츠 파리(리츠칼튼호텔의 모태)'에서 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끼와 신격호, 호텔 장기 투숙하는

2015년 10월 16일 공개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의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집무실. /조선DB

이들이 호텔 장기 투숙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 '편리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가사(家事)'로부터 해방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넓은 집에 사는 상류층들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는데, 사람을 쓰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꽤 크다"며 "호텔에서 살면 사람을 직접 고용하고 관리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청소나 세탁 같은 모든 집안일을 알아서 해준다"고 했다. 2004년에 약 8개월간 호텔에서 살았다는 가수 이상민씨도 최근 방송에 출연해 "호텔 생활이 편하기는 하다"며 "웬만한 건 다 해먹을 수 있게 시스템이 (마련)돼 있고, 다 치워준다"며 했다.

 

지리적 잇점도 호텔 생활의 큰 장점이다. 고급 호텔은 대부분 서울 강남이나 종로 같은 도심 한복판에 있다. 자신이 직접 이동하기에도 편리하고 손님맞기에도 좋다. 룸서비스 등 식사를 비롯해 고급사우나, 수영장, 운동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이 호텔 내에 다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멀리 갈 필요없이 집안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름값’에 따라 달라지는 투숙비

도끼와 신격호, 호텔 장기 투숙하는

서울 드래곤시티 그랜드머큐어 앰배서더가 펜트하우스 내부를 땅집고에 최초 공개했다. 호텔 내 단 두개밖에 없는 이곳 펜트하우스는 방 크기가 425㎡에 달하고, 침실이 각각 2·3개씩 마련돼 있다. 사진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펜트하우스 거실 모습. /서울 드래곤시티 그랜드머큐어 앰배서더 제공

이런 편리함의 대가로는 얼마나 필요할까. 호텔 장기투숙은 매달 거액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금 부자'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매달 수천만원씩 내는 사람이 있다. 반면 '이름값'만으로 사실상 공짜에 가깝게 호텔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의 A특급호텔 관계자는 "장기투숙 비용은 그때 그때 다르다"며 "어떤 고객이 오늘부터 두 달을 머문다고 치면, 이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방이 얼마나 남았는지, 담당 직원이 누구인지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했다. 실제 A호텔에서 최근 한 달간 머물렀던 한 투숙객은 1박에 평균 50만원짜리 방을 조식 포함해 30만원대로 할인받았다는 것이다. 이 호텔 관계자는 "이름값이 없으면 할인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일단 유명해지고 봐야 한다"고 했다.

 

가수 이상민씨의 경우 "첫 석달간 월 1100만원씩 냈고, 그 이후엔 900만원으로 깎아줬다"고 밝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경우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펜트하우스를 연간 12만원에 25년간 임대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반인 장기 투숙객도 늘어나는 추세

호텔 장기 투숙이 부자들만을 위한 거주 형태는 아니다. 일반인 중에서도 최근 장기투숙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호텔과 오피스텔 개념이 합쳐진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가 최근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기존 호텔 방 내에 세탁기와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주방 시설이 설치돼 장기투숙 고객들에게 적합하다.

 

강남구의 한 서비스드 레지던스 관계자는 "기존에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하는 가족 단위 고객, 회사 내 다른 지점으로 파견된 직장인 등 다양한 이들이 장기투숙을 위해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찾는다"고 말했다.

 

일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가격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호텔의 위치적 장점과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 거액의 보증금이 필요치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서비스드 레지던스 장기투숙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

 

서비스드 레지던스 장기투숙 비용은 한 달 기준 적게는 200만원대부터 많게는 6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시기별로 적용되는 가격도 다르다. 현재 시점부터 내달 중순까지 한 달 투숙할 경우, 강남구의 아르누보서초 크리스탈 더블룸(28㎡)은 240만원(이하 부가세 별도)에, 중구의 프레이저플레이스 센트럴 스튜디오(34㎡)는 370만원에 각각 이용할 수 있다. 용산구 서울 드래곤시티 내 노보텔스위트 주니어스위트룸(40㎡)과 그랜드머큐어 주니어스위트룸(43㎡)은 각각 500만원 초중반대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