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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서울구치소 독방 이웃이 전한 이재용 부회장 인격…"아무도 안볼 때 보니"

by조선일보

서울구치소 독방 이웃이 전한 이재용

지난달 19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린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조인원 기자

“옆방에 이웃이 왔네요. 얘기 들었어요. 제 동생도 그렇게 갔는데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아요. 힘내세요.”

 

지난달 1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한 수감동 2층 독방. A(35)씨는 이틀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그의 사정을 알고 따뜻한 인사를 건넨 것이다. A씨가 가로, 세로 20㎝ 정도 되는 창으로 밖을 보니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변호사 접견을 마치고 자신이 수감된 독방으로 돌아가던 이 부회장이 A씨 방을 지나치면서 말을 한 것이었다.

 

최근 출소한 A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바로 옆 독방에서 생활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구치소 생활을 들었다.

 

구치소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未決囚)가 수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A씨처럼 형이 확정된 기결수(旣決囚)라도 구치소 안에서 수감자 배식이나 세탁을 돕겠다고 자원하면 구치소에 남을 수 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은 구치소 내에서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만기 출소일은 올해 11월 13일이었다. 그런데 출소까지 한달도 남지 않은 지난 10월 16일 A씨 어머니가 자살했다. A씨는 하루 지나 이 소식을 들었다. 지난 11개월간 매주 구치소를 찾았던 어머니였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니 충격이 컸다. A씨에겐 형제가 없었고, 아버지도 8년 전 돌아가셨다. 하지만 장례식 참석도 허가받지 못했다. A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많이 슬퍼하자, 구치소는 A씨가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A씨를 기존 2인실에서 CC(폐쇄회로)TV가 있는 독방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 독방이 이 부회장이 수감된 독방 바로 옆이었던 것이다.

 

A씨는 “비어있던 옆방에 갑자기 사람이 오니까 이 부회장이 교도관들에게 내가 어떻게 왔는지를 물어본 것으로 안다”며 “구치소에선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니면 서로 교류를 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이 부회장이 자신의 가족 이야기까지 하면서 주변 사람 아픔을 위로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막내 여동생 윤형씨는 2005년 미국 유학 중 자살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변호사 접견 등을 위해 독방을 나설 때 A씨에게 ‘힘내시라’고 하면서, 배식구로 음료수나 감 등을 넣어줬다고 한다. 감은 껍질이 깎여 있었는데, A씨는 이 부회장이 식빵 자를 때 쓰는 칼로 직접 깎은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간 독방 생활을 마친 A씨도 나서면서 이 부회장의 독방 배식구에 과자 등 구치소 내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넣었다. 그는 떠나면서 “재판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고, 이 부회장은 “고맙다”고 답했다고 한다.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당시 나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교도관들도 내게 말 붙이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는데 이 부회장은 자신 주변의 아픔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며 “독방이 있는 수감동의 바로 옆방이라 누군가 우리의 대화 과정을 본 것도 아니었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한 행동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남의 아픔을 보고 걱정해주는 데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재벌 3세 폭행 사건이 터졌는데, 모두들 재벌 집안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이 사건을 보면서 이 부회장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구치소 독방 이웃이 전한 이재용

/조선DB

[송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