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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김두규의 國運風水

'공격적 풍수'로 돈 버는 트럼프… 그의 건물 주변엔 '물'이 있다

by조선일보

거대한 뉴욕 땅 매입 땐 허드슨강이 있었기 때문

트럼프월드타워 앞에는 이스트리버가 흘러… 강 없으면 인공폭포 조성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뒤 그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 그는 평소 '터프함(toughness)'을 생존과 성공의 결정적 비밀로 여기며, 남들과 악수하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러 다른 나라 국민 심사를 뒤틀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런 그가 국회에서 대한민국을 한껏 치켜세워주는 연설을 하고 갔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공격적 풍수'로 돈 버는 트럼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풍수 어록 중 하나. ‘풍수를 믿을 필요는 없지만, 난 그게 돈을 가져다준다는 건 알지.’ /인터넷 캡처

트럼프를 다시 보게 된 두 번째 이유는 그가 풍수의 본질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는 풍수를 활용해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시켰고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로 성공했다. 그 바탕으로 미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풍수는 작금의 한국 풍수가 고집하는 '방어적 풍수'와는 사뭇 다른 '공격적 풍수'다. 책 한 권 분량이 될 만큼 다양한 내용이다. '방어적 풍수'는 사방의 산이 감싸는 땅을 길지로 여긴다. 예컨대 한양(서울)이 길지인 이유는 북악산·남산·인왕산·낙산이라는 네 산에 감싸여 있어 자연재해나 외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방어적 풍수'는 산에 기대어 사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무덤에서 도읍지에 이르기까지 중심 되는 산, 즉 '주산(主山)'을 상정한다. 조선시대에 주산 개념이 전국적으로 확장된다. 폐쇄적인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산이 중요하지 물은 중요하지 않았다.

 

반면 '공격적 풍수'는 산보다 물을 중시한다. 전통적으로 중국 상인[華商]들은 배수면가(背水面街), 즉 가게 뒤로는 물(바다나 강)이, 앞으로는 도로가 있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물과 도로가 있어야 유통이 쉬워 장사에 좋은 입지가 된다. '공격적 풍수'로 강과 바다를 삶터로 여기게 되면서 물을 중시하는 관념[主水]이 형성된다. 그 결과 '산주인 수주재(山主人 水主財)'라는 풍수 격언이 만들어진다. '산은 인물을 낳고 물은 재물은 창출한다'는 뜻이다.

 

조선에 비해 고려가 산보다 물을 중시하는 '주수(主水)' 관념이 강했다. 고려 창업 주축이 해상 세력이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산을 택할 것인가, 물을 택할 것인가? 풍수적 관점에서 부(富)를 택할 것인가, 귀(貴)를 택할 것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부를 택하려면 물을 가까이하고, 귀를 택하려면 산을 가까이하라는 의미이다. 그것은 인생관의 문제이기에 강요할 수 없는 각자의 선택 사항이다.

 

'공격적 풍수'를 트럼프는 어떻게 구현했을까? 그가 1970년대 부동산 사업을 뉴욕에서 시작하면서 강을 주목한다. 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뉴욕 59번가에서 시작해서 72번가까지 거대한 부지를 매입한 것도 허드슨강 때문이었다. 또 유엔 본부 맞은편에 트럼프월드 타워를 지은 것도 그 앞에 '이스트리버'라는 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40번지 오피스 빌딩은 뉴욕항이 잘 보인다는 이유에서 택했다. 만약 물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 폭포를 만들어 대체한다. 그가 소유하는 여러 빌딩 안의 아트리움(atrium·中庭)과 골프장에 인공 폭포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강이 있다 해도 다른 건물 때문에 볼 수가 없다면? 물이 보일 만큼 건물을 높게 지어라! 트럼프가 사업 초기부터 마천루(초고층 건물)를 지으려 했던 이유이다. 건물이 높게 올라가면 강이나 바다가 보여 전망이 좋아지고, 전망이 좋아지면 분양가나 임대료가 올라갈 것이다. 당시 건축 비평가들은 트럼프의 마천루 발상을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마천루가 '돈 만드는 기계(machine for making money)'임을 확신했고, 그런 방식으로 성공했다. 물과 마천루, 이것은 트럼프 풍수의 핵심이자 우리나라 건축의 미래를 예시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될 것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