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민중기 성희롱 논란에…
大法 "4년前 양해된 일" 감싸기

by조선일보

대법 "실언 수준 발언 갖고 왜?"

"金대법원장과 친분 때문" 지적

閔법원장 발언과 유사한 수준, 징계받고 파면당한 경우 많아

민중기 성희롱 논란에… 大法 "4년前

연합뉴스

민중기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59·연수원 14기·사진)이 4년 전 취재 기자들과 술자리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대법원은 5일 "당시 양해가 됐던 사안인데 이제 와서 또 문제를 삼는 것은 그렇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사회의 성희롱 처벌 기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져 온 상황에서 대법원이 '코드 인사'를 위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 법원장은 서울고법 행정7부 부장판사를 하던 2014년 9월 23일 남녀 출입기자 20여 명, 판사 7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려면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면서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려면 그게 6㎝ 이상이면 된다. 신용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민 법원장의 앞자리에는 여기자 3명이 앉아 있었다. 참석자들은 "이 발언을 듣고 여기자들은 모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이후 여기자들이 "문제 삼아야 한다"며 취재에 들어가자 민 법원장은 여기자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사건은 흐지부지됐고 관련 보도도 나오지 않았다.

 

'신용카드 발언'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은 지난달 29일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일 그를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민 법원장은 5일 "그 직후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지금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중기 성희롱 논란에… 大法 "4년前

하지만 대법원 내부에서는 "실언(失言) 수준의 실수를 가지고 법원장 거취까지 거론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으냐"는 반응이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금 와서 민 법원장 발언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거나 징계를 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민 법원장의 발언과 유사한 수준만으로도 징계를 받고 파면을 당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해 10월 외교부의 한 국장은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여성은 열등하다"고 한 발언 때문에 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4월 충북 괴산군의 5급 공무원은 여직원에게 "술자리를 하자" "이모를 소개해달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6월 여직원의 손을 만지고 음담패설을 한 광주시 4급 공무원 역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검찰에 약식기소됐다.

 

대법원이 민 법원장의 '신용카드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은 그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코드'가 맞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민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이 작년 재조사를 지시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의 추가조사위원장도 맡았다. 법조계에서는 "민 법원장이 재차 사과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일로 서울중앙지법원장직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국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