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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세신사는 그때 여탕 손님을 대피시켜야 했나

by조선일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때 세신사 "구호활동 안했다" 법정 설 처지

검찰 "먼저 탈출, 무거운 책임"

일부 "서민 아줌마 희생양 삼아"


지난해 12월 21일 세신사 안모(51)씨는 화재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2층에 있었다. 희생자 29명 중 20명이 2층에서 숨졌다. 안씨는 무사히 대피했다.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달 22일 안씨가 적극적으로 구호나 진화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청주지법은 지난 7일 "안씨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세신사는 그때 여탕 손님을 대피시켜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2층 여탕의 비상구가 목욕 바구니 등으로 가로막혀 있다. /소방방재신문

안씨는 구속 위기는 넘겼으나 법정에 설 처지에 놓였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때 미시는 분이 감옥 갈 정도로 책임져야 하는가' '서민 때밀이 아줌마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경찰도 수사 초기 세신사의 사법 처리 여부를 두고 고민했다. 안씨는 건물주에게 보증금 300만원에 하루 4만원을 내고 영업을 하는 개인 사업자다. 경찰은 법리 검토 끝에 "개인 사업자라도 2층 사우나 이용자들이 안씨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점에서 건물주와 같은 구호 조치 의무를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불이 난 사실을 알리고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피하라고 알렸다는 안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으며, 그런 말을 들었다는 부상자도 없다"며 "진술이 맞더라도 그 정도 수준으로는 구호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검찰도 같은 논리로 인명 피해가 없던 3층과 비교할 때 안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이 충분하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3층은 이발사가 손님들을 비상구로 탈출시키는 등 적극적인 구호 활동으로 인명 피해가 없었으나 2층은 유일한 관계인인 안씨가 먼저 탈출하면서 구조할 수 있었던 많은 손님이 희생된 점을 고려하면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구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건물 직원을 형사 처벌한 법원 판례도 있다. 2015년 5월 부산 진구 노래주점에서 불이 나 9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부산지법은 그해 11월 종업원들이 화재 사실을 알고도 손님들을 대피시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안씨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법조계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유안의 유달준 변호사는 "소방기본법 제20조에 규정된 '구호 의무를 가진 관계인'에 개인 사업자인 세신사를 포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 판례에서도 관계인을 '소방 대상물을 사실상 점유하면서 보존·관리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고 했다. 최우식 충북지방변호사회 공익인권이사는 "안씨의 경우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이므로 법 논리상 목욕탕 손님 전부에 대한 구호 의무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인세진 교수는 "모호한 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구호 책임자들을 법으로 명시하고 의무를 세분화해 정기 소방 안전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천=신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