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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스타들의 빌딩

약점있는 빌딩에 지드래곤이
88억 베팅한 이유

by조선일보

“약점있으면 어때” 지드래곤의 과감한 베팅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0)이 지난 2월 군에 입대했습니다. K팝을 대표하는 지드래곤의 입대 소식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토픽으로 등장할 만큼 큰 뉴스였죠. 권씨는 육군 3사단(백골부대) 신병교육대로 입소해 5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현역으로 복무할 예정입니다. 백골부대는 배우 지창욱과 주원이 조교로 복무 중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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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 /YG

빅뱅 활동을 하며 적지 않은 부(富)를 축적한 권씨는 군 입대 전 과감하게 꼬마빌딩에 베팅했습니다. 작년 7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62-4일대 빌딩을 매입했습니다.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대지면적 318㎡(약 96평), 연면적 989 ㎡(약 300평)입니다. 매입가격은 88억 5000만원.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36억원이 잡혀있는 것을 감안하면50억원 이상을 자기 자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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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이 매입한 청당동 빌딩 야경. 주변과 달리 독특한 외관으로 이 일대 랜드마크 빌딩이 됐다. /ⓒwww.archdaily.com

이 빌딩은 2014년 11월에 신축했습니다. 이전에는 낡은 상가 건물이었습니다. 분식집과 낙지 전문점 등이 입점했었죠. 이 지역에는 가수 정용화, H.O.T 멤버 장우혁이 건물을 매입하는 등 연예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권씨가 매입한 빌딩은 보증금 5억원, 월 임대료 35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익률이 연 5%대로 성공적인 투자 사례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권씨의 빌딩은 주변 건물보다 공실률도 매우 낮다고 합니다. 공실률은 빌딩 실질 수익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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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빌딩의 내부 모습. 오각형 건물이어서 내부 모습도 특이하다. /ⓒwww.archdaily.com

그렇다면 권씨의 빌딩이 공실률은 낮고 수익률은 높은 이유가 뭘까요. 우선 땅의 모양 덕분입니다. 이 건물은 경사진 지형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축물대장상으로는 지하 1층인 부분이 밖에서 보면 지상 1층과 똑같습니다. 그만큼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는 것이죠. 통상 사방이 모두 막힌 지하 1층 임대료는 지상 1층보다 30~50% 낮고 세입자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빌딩 지하 1층은 수익률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요인은 건물 자체의 경쟁력입니다. 사실 권씨의 빌딩은 청담동에서도 입지가 ‘특A급’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빌딩 위치가 도산대로 전면이 아닌 이면도로에 있는 탓이죠. 빌딩 서북쪽에 크고 작은 상업용 빌딩이 있고, 남동쪽에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7호선 청담역인데, 700m정도 걸어야 해 초역세권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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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일대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건물이 많다. /빌딩드림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권씨의 빌딩은 이 지역에서 랜드마크처럼 눈에 확 들어옵니다. 업계에서는 이 빌딩을 두고 “입지적 약점을 빌딩의 ‘잘생김’으로 극복한 좋은 사례”라고 평가합니다. 2015년 제7회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전시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 이 빌딩은 외관이 아주 독특합니다. 건물 앞을 지나는 누구라도 “누가 이렇게 예쁜 빌딩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빌딩 이름도 ‘마치 래빗’(March Rabbit·3월 토끼)입니다. 설계를 맡았던 로(L’EAU) 디자인 도시환경건축사무소는 “토끼가 이상한 나라로 안내하는 빌딩이란 콘셉트로 지었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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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래빗'이란 이름이 붙은 권씨의 빌딩. /빌딩드림

동화에선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가 이상한 나라에서 신기한 모험을 하는데, 이 빌딩이 ‘토끼굴’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겠지요. 이 빌딩에 들어가면 뭔가 신기하고, 환상적인 일이 벌어질 듯한 느낌이 듭니다.

 

빌딩 1~2층에는 통유리를 많이 활용해 개방감을 극대화했고, 4~6층에는 오각형 건물을 배치했습니다. 유리창도 시원시원하고, 조명에도 신경을 많이 써 빌딩 야경도 매력적입니다. “이런 건물에 사무실이 있으면 동화 속에 사는 기분이 들 것”, “저 건물에 가게를 차리면 지나가는 손님도 그냥 들어오겠다”는 확신을 줄 수 있겠죠. 이런 빌딩은 임대료만 적절하면 공실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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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지형이어서 지하 1층이 지상 1층과 마찬가지인 지드래곤 빌딩. /빌딩드림

불리한 입지를 빌딩 자체가 가진 매력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권씨의 선구안은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요즘처럼 SNS(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시기에 독특한 외관을 가진 빌딩은 ‘입소문’도 금방 나기 마련입니다.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임대료가 오르고 건물 가치도 뜁니다.

 

과거에는 빌딩 지을 때 건축비를 줄이고, 정해진 용적률 내에서 공간을 최대한 많이 뽑아내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직사각형 빌딩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빌딩을 멋있게 짓는데 투자해봐야 수익률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 정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건물만 지어 놓으면 무조건 세입자가 들어오는 시대가 끝난 겁니다. 임대료가 저렴해도 임차인 취향이나 비즈니스 목적에 맞지 않으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넘게 공실로 방치되기 일쑤입니다. 공실이 길어지면 수익률도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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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상가 건물(왼쪽)을 허물고 6층 규모로 신축한 지드래곤 빌딩. /빌딩드림

빌딩 투자자나 건축주 입장에선 ‘건물의 아름다움’에 얼마나 투자하면, 어느 정도 수익률로 돌아올 지에 대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권씨의 청담동 빌딩은 예술에 대한 투자와 수익이 균형을 이룬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지적 약점이 있는 건물을 매입하는 것을 고려하는 투자자나 건축주라면 권씨의 청담동 빌딩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합니다.

 

[김영정 빌딩드림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