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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3.5억 금괴' 주운 공항청소부, '금괴 주인' 될까

by조선일보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A씨는 면세구역인 출국장 중앙 쓰레기통을 비우던 중 번쩍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A씨가 손에 든 것은 1kg짜리 금괴(약 5000만원)였다. 깜짝 놀란 A씨는 쓰레기통을 더 살펴봤고 총 7개의 금괴(3억5000만원어치)를 발견하게 됐다. A씨는 즉각 금괴 습득을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 이 금괴는 세관에 인계돼 유치창고에 보관돼있다.

'3.5억 금괴' 주운 공항청소부,

지난 28일 인천공항에서 1kg짜리 금괴 7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금괴가 반입된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그렇다면 3억5000만원짜리 금괴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금괴의 주인이 경찰에 되찾으러 오지 않는 이상, 금괴를 처음 습득해 경찰에 신고한 A씨가 금괴의 주인이 되거나 일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물론 금괴가 범죄에 사용됐다면 국고 환수될 가능성도 있다.

CCTV 분석했더니 또 ‘홍콩발, 일본행 금괴’

경찰은 CCTV를 통해 금괴를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B씨를 찾아냈다. 한국인이다. 경찰은 B씨가 세관 검색에 겁을 먹고 금괴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홍콩에서 탑승해 인천에 일단 내린 후, 최종 목적지인 일본으로 가려고 했다.

 

일본은 여행객 1인당 골드바 3㎏까지 무관세로 반입할 수 있다. 다만 면세지역인 홍콩에서 비면세지인 일본으로 직접 금괴를 가져가면 관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을 경유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홍콩에서 면세인 금을 사서 일본에서 팔면 약 10%의 이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금을 운반하는 범죄가 많다”며 “최근에는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여러 명이 금괴를 나눠 갖고 운반하도록 아르바이트생까지 모집하는 금괴 유통 업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3.5억원짜리 금괴, 보상금은?

환경미화원 A씨는 유실물을 발견하고 신고를 했기 때문에 적게는 1750만원에서 많게는 3억5000만원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괴를 모른 척하고 가져갔다면 A씨는 유실물법 위반(점유이탈물횡령죄)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신고를 했기 때문에 ‘유실물법’에 따라 소유권을 얻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6개월 내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3억5000만원짜리 금괴가 모두 환경미화원의 소유가 될 수도 있다. 민법 253조 '유실물의 소유권 취득' 조항을 준용한 유실물법에 따르면 6개월 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발견한 사람이 금괴를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다.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3개월간 이 환경미화원도 금괴를 찾아가지 않으면 금괴는 국고로 귀속된다.

'3.5억 금괴' 주운 공항청소부,

지난해 3월 성균관대 사물함에서 2억원어치 현금이 발견됐다. 돈다발을 발견한 학생회장 등은 돈다발을 신고한 후, 신고보상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 / 수원중부경찰서 제공

만약 6개월 내 금괴 주인이 나타나면 환경미화원은 최대 7000만원 어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유실물법 4조에서는 물건을 돌려받으면 물건 가액의 5∼20%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주도록 정하고 있다. 상대가 보상금을 주지 않겠다고 우기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해 이를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금괴가 발견된 장소가 면세구역인 만큼 유실물보호법보다는 관세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금괴가 반입된 경로를 추적해 관세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며 “면세구역은 세관 관리 구역이어서 관세법이 적용되고 보관기관 한 달이 경과될 경우 공매 등 처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매처분이 되면 물건을 주운 청소부 A씨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또 금괴가 범죄에 연루됐거나 장물(贓物)일 경우에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전별 법무사무소 동일 변호사는 “유실물법 제11조2항에 따라 범죄에 해당하는 물품은 보상금을 받을 수 없고 발견된 유실물도 국가에 귀속된다”며 “범죄에 사용됐지만 일부 범죄와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 확인된다면, 습득자가 모두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은 금괴 밀수 경유지?

실제 인천공항이 ‘홍콩금괴 경유지’로 이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괴 유통업자가 고용한 운반책 아르바이트생들이 중간에서 금괴를 빼돌려 유흥비로 탕진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달 29일 성남중원경찰서는 3억원어치의 금괴를 가로챈 혐의로 10명의 일당을 검거했다. 2016년 8월과 11월, 지난해 5월 등에도 비슷한 사건이 적발됐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