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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귀신에 씌었다"는 美대사관에 돌진 공무원, '과대망상' 치료 경력

by조선일보

“귀신에 씌어서 그랬다.”


지난 7일 차를 몰고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돌진한 여성가족부 윤모(47) 과장은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윤 과장은 사고 당일 오후 7시20분쯤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미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은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후 윤 과장은 차에서 내린 뒤 경찰이 제압하자 “헬프 미(도와달라)” “미국에 가고 싶다” “북한과 얽힌 사연이 있어 망명하고 싶다”고 대사관 쪽을 향해 수 차례 외쳤다.

"귀신에 씌었다"는 美대사관에 돌진

7일 오후 회색 그랜저 한대가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차량 출입문으로 돌진했다. 그랜저차량을 운전했던 여성가족부 윤모(48)과장은 “돌진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조선DB

그랜저 차량은 당시 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가부 법률자문 직원 A씨 소유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과장은 A씨에게 “법률자문 받을 것이 있다”고 요청, 사고 당일 오후 6시쯤 서울역에서 만나 미 대사관까지 함께 그랜저차량을 타고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내가 운전하고 있었는데, 사고 직전 미 대사관 비자 신청소 앞에서 윤 과장이 ‘내가 운전하겠다’고 여러 번 우겨서 별 생각 없이 운전대를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랫배 통증, 오른쪽 정강이 부상으로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윤 과장을 태워주려다가 봉변당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 과장은 과거 ‘과대망상증’으로 두 차례 치료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미 대사관 돌진 당시 제 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습니다. 정문을 들이 받고 들어가 망명신청하면 미국에 갈 수 있겠다는 망상이 (순간적으로) 생겼습니다.”

 

윤 과장의 과대망상증 증상은 최근 영어공부 과정에서 재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4급 서기관인 윤 과장은 지난해 미국 연수 후보자로 선정된 이후 영어공부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지난 2일 토플시험을 보다 두통이 심해져 중도에 시험장을 나왔다고 한다. 윤 과장은 “지난 사흘 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해 (과대망상증) 증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7급 공채로 공직을 시작했다. 잠시 농림수산부에서 일한 적은 있지만, 여가부에서 17년 가량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관련 업무는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는 “하반기 미국으로 연수 갈 가능성이 높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윤 과장의 인사기록 카드에는 질병관련 기록, 휴직 기록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최근 5년간 병가를 낸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윤 과장을 직위해제하고,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사건을 수사하는 종로경찰서 측은 “그가 대사관 앞에서 외쳤다는 북한과의 사연, 망명 이유 등은 논리적인 연관성이 없다”면서 “의료기관에 윤 과장의 진료내역을 요청하는 한편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테러 의도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