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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강남은 비켜라"
진짜 부촌 한남동의 귀환

by조선일보

지난 2일 진행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고급 임대아파트 ‘나인원 한남’의 임차인 341가구 모집에 1886명이 몰렸다. 이 아파트는 보증금만 33억~49억원. 월 임대료는 70만~250만원이다. 건국 이래 보증금과 월세가 가장 비싼 임대주택인데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첫날 세입자 모집이 마감됐다.

 

초고가 월셋집이 한남동에 등장한 건 이번이 두번째다. 나인원 한남 길 건너편 ‘한남더힐’은 2009년 임대 방식으로 분양해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에서도 흔치 않은 고가 임대아파트 분양이 한남동에서 잇따르는 이유는 이 지역의 아파트 분양 가격 자체가 워낙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나인원 한남은 임대 종료 후 분양전환 가격이 40억~7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분양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아 임대라는 우회 분양 방식을 택했다.

“일반 부자는 강남 살고, 진짜 부자는 한남동에 산다”

"강남은 비켜라" 진짜 부촌 한남동의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나인원한남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주방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디에스한남 제공

나인원 한남 분양을 시작으로 용산 일대에 초고가 주택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부촌(富村)’이라고 하면 으레 강남을 떠올렸다. 하지만 머잖아 한남동 중심으로 한 용산 일대가 다시 최고 부촌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실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는 2000년대 초반까지 부동의 국내 최고 부촌이었다. 실제 이 지역에는 국내 재벌가들이 모여 있다. 재계 순위 1·2위인 범(凡) 삼성가와 범 현대가 모두 한남동 일대에 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남산 밑 한남동에 산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한강변 유엔빌리지 쪽에 살고 있다. LG, 신세계, 두산 오너 일가도 한남동 일대에서 살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강남권은 고소득 부유층이 많이 모이지만 한남동은 상당한 부를 축적한 진짜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같은 부촌이라도 강남보다 한남동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강남은 비켜라" 진짜 부촌 한남동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한남동 자택(위)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한남동 자택. /조선DB

한남동에는 외교부 장관 공관과 30여개 국가의 대사관ㆍ영사관이 몰려 있다. 외국인 학교나 외국인 대상 상권도 발달해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도 한남동에 있다. 2009년 분양한 ‘한남더힐’은 분양면적 331㎡(3층) 매물이 작년 말 82억원에 거래됐다. 3.3㎡(1평)당 8100만원을 넘는다.

미군 기지 터에 짓는 최고급 주택

한남동 외에도 용산 곳곳에 고급 주택가가 조성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현재 미군 기지 주변 ‘자투리’ 땅이다. 미군기지 약 265만4000㎡ 중 미대사관 부지(7만9000㎡), 드래곤힐 호텔(8만4000㎡), 헬기장(5만6000㎡) 등을 제외한 243만㎡는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 그러나 미군 기지가 떠나고 남은 일부 부지는 고가 주택단지로 조성된다.

"강남은 비켜라" 진짜 부촌 한남동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 조감도. /디에스한남 제공

대신증권 계열사 대신F&I가 사들인 ‘나인원 한남’ 부지 역시 과거 미군 장교 등이 사용하던 저층 아파트 단지였다. 내년11월 입주할 나인원 한남은 지하 4층~지상 최고 9층 341가구 규모다. 가구당 평균 4.67대의 주차 공간을 제공하고, 복층과 펜트하우스에는 별도 전용 차고와 창고를 준다. 대신F&I 관계자는 “4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할 때 쯤이면 용산 일대 개발 호재들이 실현돼 지금보다 한남동의 가치가 훨씬 올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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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한남동 '한남더힐'. /조선DB

미군기지 동쪽 유엔사 부지(5만1762㎡)도 주목받는 땅이다. 지난해 부동산개발회사인 일레븐건설이 1조552억원에 이 땅을 샀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이태원역이 가깝고 용산공원 사우스포스트(SP) 바로 옆에 있다. 일레븐건설은 아파트 600여가구와 오피스텔 1000~1300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용산공원 주변엔 캠프킴과 수송부 부지도 매각 대상이다.

불황에도 용산 부동산 시장은 뜨거워

정부의 규제 대책이 쏟아지면서 서울 전역의 주택시장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용산은 다르다.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전용 101㎡은 지난해 말 18억~19억원대에 거래됐는데, 올 들어 21억~22억원에 매매됐다. 인근 신동아 전용 140㎡도 지난해 18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 20억을 넘기더니 지난 5월엔 22억20000만원에 팔렸다.

 

한남뉴타운도 뜨겁다. 대지지분 30㎡ 이하 소형 지분 가격은 3.3㎡당 1억원을 넘어 최근 1억2000만원 안팎까지 호가가 올랐다. 이태원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평당 1억원이 최고점이라고 생각했는데 투자자들이 계속 몰리면서 가격이 더 오르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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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추진 중인 각종 개발 프로젝트. /조선DB

전문가들은 당분간 용산 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 이전 외에도 대형 호재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조만간 새로운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을 발표한다. 이 계획이 발표되면 주택 시장이 다시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신분당선 연장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도 진행되고 있어 완공이 다가올수록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용산공원 조성과 국제업무지구 계획 등이 구체화되고 각종 교통망 확충 계획이 가시화되면 용산 일대가 강남의 아성을 넘보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