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이여, 끝까지 싸워라”…죽었다던 IS 두목, 목소리로 돌아왔다

[이슈]by 조선일보

"칼리프 전사들이여, 신의 약속과 승리를 믿어라. 고난이 지나가고 안식과 출구가 열린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 공격을 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7)는 살아있는 걸까.


IS는 22일(현지 시각) 알바그다디의 육성 연설이라 주장하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IS 선전 조직 ‘알푸르칸’이 ‘부상자에게 전하는 기쁜 소식’이란 제목으로 공개한 55분짜리 음성 파일에서 알바그다디로 추정되는 남성은 IS 추종자를 독려하고 테러를 부추겼다.

“전사들이여, 끝까지 싸워라”…죽었다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2014년 6월 30일 이라크 모술의 이슬람 사원 알누리 모스크에서 ‘이슬람국가(IS)’ 건국을 선언하는 모습. 이때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IS 선전 매체 알푸르칸

알바그다디는 이번 육성 파일에서 IS 쇠퇴를 ‘알라의 시험’이라 부르며 추종자에게 끝까지 싸우라고 격려했다. 그는 "역경에도 끝까지 싸워라. (우리가) 두려움과 굶주림으로 시험받고 있지만 인내하는 사람은 기쁜 소식을 얻을 것이다. 성전(聖戰)을 계속하려면 IS 대열에 합류하라"고 했다.


IS는 2014년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정치·종교 지도자) 왕국’ 건설을 내세우며 지난해까지 이라크와 시리아의 상당 지역을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 주도 국제 연합군의 공격으로 점령 지역의 90%를 잃고 거의 격퇴됐다. 현재는 시리아 산악지대에 일부 세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바그다디의 육성 메시지가 나온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알바그다디는 2014년 6월 이라크 모술의 알누리 모스크에서 자신이 IS 지도자라고 선언하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거라 사망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현재 어디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부근에서 도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과 로이터 등 미 언론은 파일 속 음성이 알바그다디의 목소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하면서도 최근에 녹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녹음 파일에서 미국이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 문제를 두고 8월 1일 터키에 부과한 제재를 언급했다. 또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을 가리켜 "미국이 건국 이래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러시아와 이란이 북한과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미국이 부과한 제재에 반기를 들고 있다"면서 "미국이 ‘깡패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건 미국이 약해졌다는 신호"라고도 했다. 최근 일어난 일들을 언급하며 연설 녹음 시점을 우회적으로 알린 것이다.

수줍음 타던 교사 출신 성직자가 테러 조직 수장으로

알바그다디는 1971년 7월 28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쪽의 수니파 지역인 사마라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이슬람 가정에서 자란 그는 바그다드대에서 이슬람학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료 학생은 그가 ‘제2의 메시’라고 불릴 정도로 축구를 잘했다고 증언했다.


IS 수장이 되기 전 그는 ‘교사 출신 성직자’ 였다. 졸업 후 고향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모스크에서 이슬람 성직자가 됐다. 알바그다디는 수줍음을 타는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조직원에게 연설할 때도 항상 가면을 써 ‘얼굴 없는 지도자’로 불린다.

“전사들이여, 끝까지 싸워라”…죽었다

2005년 미군에 체포돼 이라크 남부 부카기지 수용소에 억류됐을 때 찍힌 알바그다디의 머그샷. /미 국가테러대책센터(NCTC)

알바그다디의 운명을 바꾼 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미국의 공격으로 수니파 정권이 몰락하자 그는 무장 투쟁에 가담해 반미(反美) 투사로 변신했다. 투사가 된 알바그다디는 2005년 미군에 잡혀 이라크 남부 부카기지 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는 4년 후 석방됐지만 그사이 이슬람 급진주의자에게 물들었다.


석방된 알바그다디는 IS의 전신이자 과격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하부조직인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에 들어갔다. 그는 2010년 AQI 수장에 올라 세력을 확장했다. 이후 그는 2013년 AQI를 알카에다에서 독립시켜 ‘이라크·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로 개명하고, 세력이 더욱 강해지자 이듬해 6월 30일 ‘이슬람국가(IS)’ 건국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스스로를 이슬람의 정치·종교 지도자인 칼리프로 칭했다. IS 최고지도자라고 선언한 것이다.


알바그다디는 2014년 IS 건국 당시 2만5000명 규모의 군을 이끌고 이라크 내 기독교도와 소수민족을 대거 학살했다. 악명이 높아지고 피해가 커지자 미국은 그해 8월 알바그다디를 체포하기 위해 이라크 현지에 CIA 요원과 특수부대원 100여명을 급파했다. 그러나 체포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직 알바그다디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알바그다디를 처단하려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알바그다디에게 현상금 2500만달러(약 287억원)를 내걸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IS는 기세를 떨치며 테러 지역을 넓혀갔다. IS는 2017년 6월 ‘테러 안전지대’였던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회의사당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묘지까지 공격했다. 당시 17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전사들이여, 끝까지 싸워라”…죽었다

이라크에서 무장한 IS 병사가 사람들을 엎드리게 하고 총으로 위협하는 모습. / DANGKY 유튜브

사망설 나돌 때마다 육성 공개…"성전 계속하라"

알바그다디의 생존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2014년 6월 이후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거처를 옮기며 은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방 정보기관도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으나 확실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러시아 국방부는 "알바그다디가 2017년 5월 28일 시리아 락까 교외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도 올 2월 CNN에 "알바그다디가 지난해 5월 락까 공습으로 부상을 당했고 이후 5개월간 IS 통치권을 포기해야 했다"며 부상설을 꺼냈다. 이는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설과 부상설이 떠오를 때마다 그의 육성이 공개되면 다시 수그러드는 패턴이 반복된다. IS는 지난해 러시아가 그의 사망설을 제기한 이후 4개월 만인 2017년 9월 알바그다디의 육성 연설이라 주장하는 음성 파일을 공개했고 사망설은 이내 잦아들었다. 이번에 공개된 육성 파일은 지난해 10월 IS가 미국 주도 국제 동맹군에 쫓겨 칼리파 왕국의 수도인 시리아 락까에서 떠난 후 처음 공개된 것이다.


알바그다디는 일년에 한 두번 육성으로 IS 추종자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올해와 지난해 외에 2016년 11월, 2015년 5월과 12월, 2014년 11월, 2012년 7월에도 육성 파일을 공개했다. 대부분 IS 추종자에게 항전을 지시하는 내용이다. 특히 지난해 IS가 수세에 몰리면서 "승리를 위해선 인내심을 갖고 믿고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알바그다디는 세계 각국 정보기관이 지난 3년간 IS가 장악했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지금껏 붙잡히지 않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가 시리아 국경 인근의 이라크 유프라테스강 계곡 또는 이라크 서부 타르타르 지역과 인근 사막 사이에 은신해 있을 것이란 추정이 있다.


그의 아들 중 한 명인 후다이파 알바드리는 시리아 친정부 무장세력에게 살해됐다. 지난달 3일 IS 선전 매체에 따르면 알바드리는 시리아 중부 홈스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숨졌으며, 사망한 날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IS가 쇠락하면서 알바그다디의 칼리프 지위는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S가 안바르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작은 지역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지만, 이제는 잠자는 조직이란 것이다. 지도부가 와해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력이 약해지면서 돈줄이 막혀 IS는 남자 조직원의 보수를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다비 기자]

2018.08.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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