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피고 나비도 날고… 북유럽 스타일 화려해졌네

[컬처]by 조선일보

'2018 헬싱키 디자인 위크' 가보니

질서정연했던 미니멀 스타일에서 다양한 색·무늬로 화사하게 변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더 많은 팬을 끌어모은다. 북유럽 국가들의 실용적 가치관에서 출발한 '미니멀(minimal) 라이프'가 세계로 번지며 열광을 얻고, 흑백 바탕의 절제된 스타일이 특징인 북유럽 인테리어는 한국 신혼집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케아' '스토케' '이탈라' 같은 브랜드는 기능성을 강조한 간결한 디자인으로 한국에서도 친숙한 이름이 됐다.


북유럽 디자인의 최대 이벤트가 지난달 16일까지 11일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렸다. 매년 9월 개최되는 '헬싱키 디자인 위크(week)'다.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이 도시는 공식 안내 책자 첫 장부터 헬싱키를 '디자인의 도시' '디자인이 이끄는 도시'로 소개한다. 헬싱키시는 2016년 디자인 최고책임자(CDO·Chief Design Officer)를 임명해 공공 서비스에 디자인을 적용하는 시도도 했다.


헬싱키 인구는 64만명. 디자인 위크 방문객은 매년 20만명에 달한다. 올해도 시청사, 마켓, 대학 캠퍼스 등 곳곳에서 250여 개 이벤트가 열려 축제로 들썩였다. 그중 인테리어·디자인 박람회 '하비타레(Habitare)'는 디자인 위크를 대표하는 행사다. 가구·조명·그릇 등 450개 업체가 참가해 '핀란드 디자인의 오늘'을 펼쳐보였다.

꽃도 피고 나비도 날고… 북유럽 스타

전형적 북유럽 스타일에서 벗어난 색 배합, 무늬, 소품 등을 접목한 ‘시그널(signal)’ 전시장(위 큰 사진). 친환경 방식으로 통나무집을 짓는 ‘Honka Log House’ 전시장엔 나무로 엮은 그네가 달려 있다(아래 왼쪽). ‘쓰레기 철학(Rubbish Philosophy)’ 전시장엔 폐기물로 만든 조명 기구들이 판매됐다(아래 오른쪽). /Messukeskus Helsinki·하비타레·헬싱키 디자인 위크

올해 주제는 '뿌리(root)'. 라우라 사르빌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자신과 타인, 서로 다른 문화의 근원을 깊이 파악해야 개성과 진실성이 살아나고 선택과 소통도 쉬워진다"며 "집은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시험하고 확장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요란한 장식을 생략하고 실용성을 높이는 것이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이지만, 그중에서도 핀란드 디자인은 더욱 묵직하며 자연과 맞닿아 있다. 전기도 없는 숲속 오두막에서 휴가를 보낼 만큼 자연과 밀접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올해 하비타레에서도 정체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단순한 선으로 나무의 질감을 살린 가구는 숲의 고요를 머금었고, 동식물을 대담한 색과 형태로 옮긴 디자인에선 힘찬 생명력이 전해졌다.

꽃도 피고 나비도 날고… 북유럽 스타

패브릭 브랜드 핀레이손이 내놓은 침구 ‘예수(Jesus)’. 장식은 모두 없애고 내구성을 강화했다. /Finlayson

질서정연한 북유럽 인테리어를 변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트렌드 분석가 수산나 비요르크룬드는 "다양하고 재기 넘치는 색과 무늬, 소재 등을 적용하고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뒤섞어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시도가 최근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행이 어디로 흘러가든 휩쓸리지 않고, 오래 봐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 것이 북유럽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번 디자인 위크에서도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이뤄졌다. 자원 절약·재활용으로 낭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 디자인 단계에서 고려돼야 하며,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내구성을 높여 대를 물려 쓸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려 50년간 품질 보증하는 리넨 침구를 내놓은 브랜드 '핀레이손'이 그 예로 소개됐다. '예수(Jesus)'라는 이름의 160유로(약 20만원)짜리 이불 커버로,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천으로 알려진 '토리노의 수의(壽衣)'와 같은 소재·직조 방식을 사용했으며 세월을 못 견딜 장식은 모두 없앴다고 한다.


헬싱키=최수현 기자

2018.10.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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