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나오기 힘든 '파격적 디자인'의 아파트

[컬처]by 조선일보

젠가 블록 닮은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

한국에선 나오기 힘든  '파격적 디자

성냥갑같은 기존 아파트 디자인의 통념을 깨뜨린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 아파트.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땅은 좁고, 인구밀도는 높아지고…. 아파트는 점점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Interlace)’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건물이다. 성냥갑 건물로 만든 기존 아파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파괴했다. 여러 개의 블록을 쌓아 올린듯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인터레이스는 독특한 외관으로 2015년 세계건축박람회에서 ‘올해의 건축물(Building of the Year)’ 우승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한국에선 나오기 힘든  '파격적 디자

인터레이스 아파트를 설계한 독일 건축가 올레 스히렌. /iconeye.com

설계자는 독일 건축가인 올레 스히렌(Ole Scheeren). 중국중앙방송(CCTV) 베이징 본사를 디자인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는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셋째로 높은 싱가포르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아파트를 짓고자 했다. 특히 입주민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원, 스포츠시설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찾는데 집중했다. 그는 외신 인터뷰에서 “‘수직 고립’ 상태의 현대 아파트 구조를 ‘수평 교류’ 구조로 전환해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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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가 블록을 겹쳐 쌓아올린 것처럼 만든 인터레이스.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젠가(Jenga)라는 블록 쌓기 놀이다. 젠가는 직육면체 블록들을 쌓아 탑을 만든 후 각 블록을 한개씩 빼서 맨 위에 다시 쌓는 것을 반복하는 게임이다. 실제로 인터레이스 단지를 보면 여러 개의 젠가 블록을 대각선으로 엇갈려 쌓은 것과 흡사하다. 17만㎡(약 5만11400평) 부지에 지어진 이 아파트의 최고 높이는 25층(88.7m)이며, 총 1040가구를 수용한다. 2007년 착공해 2013년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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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6층 높이 건물 블록 31개가 대각선으로 겹치면서 인터레이스를 구성하고 있다.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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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끼리 겹쳐지면서 발생하는 하중을 견디기 위해 각 블록의 양쪽에는 2개의 '메인 코어'가 들어있다. /edoc.site

이 아파트는 6층 높이로 만든 건물 블록 31개로 이뤄져 있다. 각 블록은 가로 70.5m, 세로 22m이며 높이는 16.5다. 각 블록 양끝에는 육각형 ‘메인 코어(Main Core)’ 2개가 있다. 블록끼리 겹치면서 생기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프레임을 설치한 것이다. 이 프레임은 통상 싱가포르에서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50~60등급보다 견고한 80등급 고성능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초대형 비행기인 에어버스 A380 10개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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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레이스 지상 1층에는 공원, 수영장 등을 포함한 총 8개의 주민 공용 공간이 있다.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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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건물 블록 꼭대기에도 주민 편의를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각각의 건물 블록이 대각선으로 겹쳐지며 발생하는 빈 공간은 입주민 공용 공간으로 꾸몄다. 우선 1층에는 팔각형 공용 공간 8개가 있다. 이곳에는 정원, 수영장 등 각기 다른 시설이 들어선다. 각 건물 블록 꼭대기의 여유 공간에도 미니 정원, 야외 헬스장, 바비큐 파티장 같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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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레이스 아파트 내부.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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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레이스 아파트 발코니.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아파트 크기는 다양하다. 침실 2개가 딸린 75㎡(약 23평)에서 침실 4개짜리 230㎡(약 70평)까지 있다. 싱가포르의 부동산중개법인 SRX프로퍼티에 따르면 최근 인터레이스 아파트 193㎡(58평)가 278만 싱가포르달러(이하 달러, 약 23억원)에 팔렸고, 지난 9월에는 98㎡(30평)가 140만달러(약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임대료는 월 322만원(침실 2개)에서 908만원(침실 3개)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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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인터레이스처럼 독특한 형태의 아파트가 들어서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인터레이스 홈페이지

우리나라에도 인터레이스처럼 독특한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까. 인터레이스같은 파격적인 외관의 아파트 도입은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는 “다양한 기교가 적용된 건축물을 지으려면 설계·공사비가 최소 두 세배 더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국내 아파트 신축 시장은 소비자보다 공급자 시각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고 했다.


[이지은 기자]

2018.10.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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