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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문어 빨판 같은데…
에너지 아끼는 착한 디자인

by조선일보

친환경에 디자인을 접목한 건물들


친환경 건축이라면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있는, 혹은 벽면을 식물로 꾸민 건물을 흔히 떠올린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요소를 디자인으로 풀어낸 건물과 구조물이 최근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냉난방 등 건물 유지에 들어가는 전력을 줄이고 낮에는 전등 대신 자연광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곳들이다. 첨단 소재와 기술력이 동원됐다.

문어 빨판 같은데… 에너지 아끼는 착

올해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은‘플레이스 원’(위).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유리 벽에 얇은 콘크리트 외피를 씌워 전력 사용을 줄였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은‘코오롱 원앤온리 타워’(아래). 전면의 그물망 구조물은 여름엔 햇볕을 막고 겨울엔 햇볕을 안으로 들이도록 설계됐다. /사진가 김용관·사진가 이남선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가 리모델링한 서울 삼성동 KEB하나은행 '플레이스 원'은 '문어 빨판 같다'는 평을 들으며 화제가 됐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외관이지만 올해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벽체는 유리 외벽에 얇으면서도 강도가 높은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를 옷 입히듯 두른 것이다.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과 안으로 들어간 부분이 50㎝ 정도 차이가 나, 차양 효과를 낸다. 김 대표는 "직사광선을 막으면서 반사광은 은은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구조"라며 "여름엔 열이 건물로 직접 침투하지 않아 냉방 전력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콘크리트 외피는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다. 외피에 동그란 디스크 178개가 달렸는데, 일정한 주기마다 회전한다. 회전에 드는 전력은 남쪽 벽에 일체형으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얻는다. 지금은 그래픽 디자이너 '진달래&박우혁'의 작품이 붙어 있고 2년마다 교체된다. 김 대표는 "그동안 친환경은 디자인과는 관련 없이 '에너지가 몇 퍼센트 절감됐다'는 식으로만 접근했다"며 "더욱 강렬한 정체성을 갖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마곡동에 들어선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는 냉난방에 드는 에너지 절감에 집중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미국 건축가 톰 메인과 한국 건축 회사 해안건축이 설계했다. 건물 서쪽 면에 가볍고 강도 높은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그물망처럼 덮인 것이 특징.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고,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불규칙한 모양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태양 고도를 치밀하게 계산한 것이다. 해가 높이 뜨는 여름엔 햇볕을 막고, 해가 낮게 뜨는 겨울엔 햇볕이 잘 들게 한다. 해안건축 측은 "일종의 블라인드 역할을 하는 구조물인데, 특이한 생김새 덕에 채광도 잘돼 낮에는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문어 빨판 같은데… 에너지 아끼는 착

서울 상암동에 설치된 친환경 쉼터‘솔라파인’. 자체 생산한 태양광 전력으로 저녁에 빛을 밝힌다. /사진가 신경섭

건물 콘셉트는 '마곡 서울식물원 속에 묻혀 있는 건물'이다. 건물 앞 녹지 광장을 만들어 서울식물원과 흐름이 이어지게 했다. 회의실 대부분과 1층 로비는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한다. 해안건축 측은 "로비가 크고 공용 공간이 넓은 건물은 냉난방 부하로 인한 에너지 낭비가 가장 심하다"며 "이를 줄이려는 과정에서 지금의 디자인이 나왔다"고 했다.


국형걸 이화여대 건축학 교수와 포스코, 포스코에이앤씨가 개발한 '솔라파인'은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구조물이다. 국 교수가 솔방울에서 착안해 디자인했고, 포스코가 개발한 철강 자재를 주재료로 썼다. 조형물과 그늘 쉼터 역할을 하면서 지붕에 있는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해 와이파이, 휴대전화 충전기를 가동하고 저녁엔 조명을 밝힌다. 솔라파인은 지난 9월 서울 상암동 에너지드림센터 앞에 설치됐다. 이들은 태양광 패널과 조명을 내장한 건물 외장재 '스마트모듈'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 패널을 건물 외장재로 쓰면 태양광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내년 봄 준공될 경북 포항 포스텍 건물이 첫 사례. 국 교수는 "친환경 구조물이 양산화 디자인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하나의 건축물이 하나의 장소에서만 소비될 수 있다는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