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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현대차 신사옥(GBC) 한국 최고층, 의도한 건 아니었죠"

by조선일보

"현대차 신사옥(GBC) 한국 최고층

김종성 건축가가 지난달 조선일보 땅집고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한국 건축의 살아있는 전설', '한국 건축의 교과서'로 불린다. /심기환 기자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계획을 처음 만들 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롯데월드타워와 높이 싸움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처음엔 층수와 높이를 롯데보다 낮게 시작했죠. 그런데 초고층 설계 전문회사와 세부적인 것을 협의하면서 로비층 층고와 엘리베이터 기계실 높이를 조정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높이가 롯데타워보다 높아진 겁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GBC의 설계 책임 건축가(Director of Design)인 김종성 건축가(83)는 GBC가 국내 최고 높이 빌딩이 된 것에 대해 “원래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GBC 사업은 지난달 7일 최대 난관이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도 “통상 8개월쯤 걸리는 인·허가 절차를 5개월 안팎으로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종성 건축가는 ‘한국 건축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한국 현대건축 1세대로 세계 근대건축 4대 거장 중 한 명인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의 제자다. 서울 힐튼호텔, 서울시립박물관, SK본사 사옥 등을 설계했다. 땅집고는 최근 그를 만나 본궤도에 오른 GBC의 설계 방향를 들었다.

"현대차 신사옥(GBC) 한국 최고층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지상 569m(105층)로 롯데월드타워를 제치고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전망이다. /조선DB

Q. 건축가 입장에서 GBC 설계에서 가장 큰 특징은 뭘까요.


“GBC는 순수 오피스 빌딩이에요. 현대차그룹 계열사만 들어갑니다. 가로·세로 64m의 정사각형 평면이 좁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 569m까지 올라갑니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는 위로 갈수록 좁아집니다. 이유가 있는데 하부는 오피스, 상부는 호텔과 아파트여서 그렇습니다. 호텔 객실과 아파트는 실내에서 창이 너무 멀면 안되거든요.


반면 GBC는 순수한 오피스 건물이어서 면적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고층 건물을 많이 설계했지만 대부분 주거와 상업시설도 섞여있습니다. GBC는 105층을 순수한 오피스로만 짓는 건물이어서 멋진 건축작품으로 만드는 게 제 소망입니다.”


Q. 오피스 외에 다른 기능도 들어가나요.


“오피스가 아닌 기능은 꼭대기층 전망대가 있습니다.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가 짐작에 가로와 세로 각각 30m 정도이고, GBC는 각각 64m에요. 롯데월드타워가 123층으로 층수는 많지만, 높이는 105층짜리인 GBC가 더 높아요. 이것도 GBC에는 오피스만 들어가기 때문에 층고가 더 높기 때문이죠.


엘리베이터를 갈아탈 수 있는 스카이로비가 있는 점도 이 건물의 특징입니다. 초고층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처음부터 꼭대기층까지 한꺼번에 운행하게 만들면 너무 많은 엘리베이터가 필요해요. 엘리베이터 수를 줄이기 위해 대형 셔틀 엘리베이터를 갈아탈 수 있도록 중간에 스카이로비를 만들었어요.


GBC에는 지상 1층, 30층, 70층 등 총 3개층에 엘리베이터 로비가 있어요. 해당 층에는 공공 공간을 만들 겁니다. 추후 운영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스카이로비에선 오피스를 방문하는 외부 방문객과 근무자가 미팅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현대차 신사옥(GBC) 한국 최고층

현대차가 발표한 GBC 개발 구상안. /조선DB

Q. 현대차가 쓰는 오피스 빌딩 외에 다른 건물은.


“부속 건물로는 임대용 오피스와 또 다른 현대 계열사 오피스, 호텔 등이 들어가요. 지상 25~28층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다른 한쪽엔 컨벤션센터가 들어섭니다. 컨벤션 시설이 들어서면 서울이 큰 회의나 행사를 유치하는데도 경쟁력이 좀 더 생길 겁니다. 그리고 상업시설도 8만4000여㎡ 들어섭니다.


상업시설 위엔 클래식과 오페라, 발레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전문 공연장도 들어설 겁니다. 기계적인 흡음, 잔향을 줄이고 증폭기를 써서 뮤지컬까지 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아직까지 이 정도 문화시설은 우리나라에 없는데, 현대차그룹이 서울시민,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적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장, 도쿄의 산토리홀, 함부르크의 엘베 필하모니 공연장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Q.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시설도 있나요.


“제법 큰 면적으로 짓는 과학관은 공개되지 않았네요. 105층 건물을 빼고 나머지 부지 4분의 3 면적에 과학관도 들어갑니다. 청소년을 위해 과학의 눈이 트이게 만들어 줄 겁니다. 어린이 박물관 형태로 아이가 입구로 들어가 한참 헤매다 나오면 멋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으려고 해요.”


Q. 건물 외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외관은 유리인데 유리로 들어오는 햇볕을 막기 위해 45㎝ 금속이 1.5m간격으로 박혀있는 구조입니다. 건물을 정면으로 보면 유리가 투명하게 다 보이지만, 조금 옆의 각도에서 보면 금속 틀이 유리를 가려 안쪽이 잘 보이지 않죠.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물이 될 겁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 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도 고려했습니다. GBC는 해의 방향에 따라 표정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 입면을 갖고 있어요.”

"현대차 신사옥(GBC) 한국 최고층

GBC 야간 조감도. 오피스 빌딩 외에 공연장, 컨벤션센터, 과학관 등이 들어간다. /조선DB

Q. 초고층 건물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합니다.


“우리나라가 초고층 건물을 몇 개 안 지었으니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초고층 건물이란 게 검증 완료된 건축 형태여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를 암반층도 아닌 사막에다 지었지요. GBC는 단단한 지반에 설치되는 것인만큼 안전성 면에서는 좀 더 유리한 편입니다.”


Q. 원래 GBC는 2021년까지 짓는다고 했는데, 완공은 언제됩니까.


“순수한 기술자 입장에선 4년 뒤 완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올 7월 1일 굴착한다고 하면 2023년 6월 말이면 끝나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본 것입니다. 48개월이란 기간은 기술자의 시간이고, 인력의 피로도나 자원, 자재 투입 등 일을 하다보면 지체될 수 있는 요인이 제법 많기 때문에 실제 완공은 이보다 좀 늦어질 것으로 봅니다.”


이상빈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