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말년 병장'들, 부대 이탈해 집에서 공부 중 덜미...군사재판行

[트렌드]by 조선일보

전역을 앞둔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말년 병장’들이 부대를 무단 이탈에 최대 한 달동안 집에서 지내다가 적발돼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10일 육군본부 등에 따르면, 군(軍) 검찰은 지난달 말 동두천 캠프 케이시(Camp casey) 55헌병중대 소속 정모(21)·김모(21)·최모(22)·권모(22)·방모(25) 병장 등 5명을 군형법상 군무 이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역이 채 3개월도 안 남은 정 병장 등은 짧게는 16일에서 길게는 32일 동안 부대를 무단 이탈해 집 등지에 머무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3일 헌병중대 측의 병력 현황 조사 과정에서 군무 이탈 사실이 적발됐다.

카투사 '말년 병장'들, 부대 이탈해

일러스트=정다운

병장 5명은 군 조사 과정에서 "도서관을 다니는 등 집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부대를 이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병중대는 지난달 정 병장 등에 대해 군무 이탈 기간 만큼 복무를 연장하고 상병으로 계급을 강등시키는 등 자체 징계를 내렸다. 군형법은 군무이탈죄의 경우 제대 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육군본부 측은 카투사 ‘말년 병장’들의 장기 근무이탈이 가능했던 것은 허술한 인원 관리 체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해당 부대의 경우, 당직 근무를 서는 일반 병사가 혼자 인원을 확인한 뒤 지역대 당직 근무 간부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통상 한국군에는 병사→부대 내 간부→지역대 간부 등으로 이어져 여러번 검증을 하는 점호 체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곳엔 24시간 상주하며 인원 보고를 받는 간부가 없었다. 부대 안에서 80여명의 일반 병사를 통솔하는 간부는 한국군 중사 1명 뿐이었고, 그마저도 6시 이후 퇴근을 해 인원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후임병만 눈감아 준다면 지역대에서 병사들이 실제 내무반에 있는 지 확인할 방법이 없던 것이다.


일각에선 "십수년 전부터 전역을 앞둔 카투사가 ‘클리어링(Clearing)’ 제도를 악용해 근무지를 이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두천 캠프’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클리어링이란 카투사 병장이 전역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근무와 훈련에서 열외되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클리어링 기간 동안 근무에선 빠지되, 영내(營內)에 머물러야 한다.


2015년도에 카투사 복무를 마친 이모(26)씨는 "일과 시간을 통제하는 미군 측에는 클리어링 기간이라고 보고하면서, 일과 외 시간을 관리하는 한국군 측엔 부대에 있다고 보고하면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집에 있다가 전역하는 날 한국군 사무실에 와서 전역증을 수령해가는 경우를 봤다"고 했다. 2017년 카투사를 전역한 송모(25)씨는 "미군·한국군 사이 소통이 잘 안 되는 부대라면 가능한 일"이라면서 "널널한 부대는 세 달 넘게 집에 머물러도 걸리지 않았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클리어링 문제가 아닌 인원 보고 체계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면서도 "부대 내 지원반장 간부에게 출석 인원을 알리도록 보고 체계를 추가하고, 한국군 지원단 측에서 불시에 감찰 조사를 진행하게 하는 등 제도적 개선 사항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박소정 기자]

2019.03.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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