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기난사는 정신질환자 소행"...'인종차별 발언 책임론' 선긋기?

[이슈]by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30명이 숨진 지난 주말 미 텍사스주(州)와 오하이오주 두 차례의 총기 난사 사건의 배경으로 반(反)이민 정서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에서 증오가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저지주 모리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부터 이어진 잇달은 총격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두 사건을 모두 살펴보면 이것은 정신질환의 문제다. 두 총기난사범은 정말 매우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발언이 총격 테러 참사를 불렀다’는 주장이 민주당 대선 잠룡들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재선 가도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문제’로 축소 진화에 나섰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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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EPA

앞서 미 텍사스주 국경 도시인 엘패소의 대형 쇼핑몰에서 지난 3일 백인 우월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불과 13시간 뒤인 4일 오전엔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바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해 용의자를 포함해 10명이 죽고 26명 이상이 다쳤다.


특히 엘패소 사건 범인은 범행 전 인터넷에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가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로 범행을 벌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들은 총격 사건의 원인이 인종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끊임없이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言行)과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색 인종 여성 의원 4명에 대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는 등 인종차별적 공격을 한 상황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코리 부커 뉴저지 상원의원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그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 인즐리 워싱턴 주지사는 "백인 우월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 우리가 내려야 할 첫 번째 행정 명령의 하나는 바로 백악관에서부터 백인 우월주의를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분열과 노골적인 인종주의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범행’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외려 트럼프 행정부가 총기 난사 사건에 잘 대응해 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건의 총격 사건에서) 끔찍한 잔학행위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은 초동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며 "우리 행정부는 대부분의 (이전) 정부보다 (총기 사건 대응을 위해) 훨씬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기 난사 사건이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더 많은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홰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으며 크리스토퍼 레이 FBI(연방수사국) 국장, 양쪽 주(텍사스와 오하이오) 주지사들과도 얘기했다"며 "내일(미국 시각 5일) 오전 10시쯤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김명진 기자

2019.08.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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