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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패션의 중심에 선 '양말'

촌티의 상징,
신발을 뚫고 나오다

by조선일보

구두·샌들에 레이스 양말 신어 소녀 같은 낭만적인 느낌 연출

젊은 남성들, 로퍼·흰 양말 매치… 센스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주목

 

그간 양말은 억울했을 것 같다. 발을 보호하는 궂은 일을 하면서도 촌티의 상징으로 통했으니 말이다. 샌들이나 슬리퍼에 양말을 신는 것은 "나는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구두에 흰 양말 신는 남자, 하이힐에 양말 신는 여자 역시 트렌드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으로 보였다.

촌티의 상징, 신발을 뚫고 나오다

속이 비치는‘시스루’소재에 꽃무늬를 수놓은 비비안의 양말(왼쪽). 모바일 메신저‘라인’캐릭터를 넣은 푸시버튼의 양말. /비비안·서울패션위크

하지만 올봄 양말은 유행의 최전선으로 진출했다. 신발 속에 몰래 신는 덧버선이나 투명한 스타킹, 두꺼운 레깅스는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자. 양말을 멋지게 신어야 진짜 멋쟁이로 인정받는 시대가 왔다.

샌들·하이힐에도 양말

양말 패션은 여성복에서 두드러진다. 한창 유행하는 운동화는 물론이고, 맨발이나 스타킹에 매치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던 구두나 샌들, 슬리퍼에도 양말을 신은 모델들이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엠포리오아르마니는 올봄·여름 패션쇼에서 발끝이 보이는 구두나 샌들에 양말을 신어 소녀처럼 낭만적인 느낌을 더했다. 구찌는 가죽끈 샌들을 소개하며 "라텍스(고무) 소재 양말과 함께 신으면 부티(발목 높이 부츠)처럼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류 브랜드 '푸시버튼'의 서울패션위크 쇼에도 다양한 양말이 등장했다. 슬리퍼에 색색의 양말을 매치하거나 '농군 패션'처럼 통 넓은 바지를 양말 속으로 집어넣기도 했다. 푸시버튼 박승건 디자이너는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실용적 패션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패션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포인트로서 양말이 주목받는다"고 했다.

촌티의 상징, 신발을 뚫고 나오다

양말은 이제 당당한 멋 내기 아이템이다. 올봄·여름 시즌 엠포리오아르마니 패션쇼에는 샌들에 양말을 신은 모델이 등장했다. /엠포리오아르마니

여성스러운 드레스나 깔끔한 재킷을 입고 패션쇼장을 방문한 연예인들도 앵클부츠나 하이힐, 샌들에 선명한 색깔 양말을 매치해 눈길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비비안 같은 스타킹 브랜드도 레이스나 자수로 장식한 양말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선선한 봄·가을이 짧아지고 더운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변화, 구두보다 운동화를 즐겨 찾는 유행 때문에 스타킹 판매량은 매년 줄어드는 반면, 양말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말을 잘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구두·샌들에 양말을 신는 경우엔 발목을 살짝 덮는 높이가 적당하다. 신발이나 옷과 비슷한 색상의 양말을 고르면 튀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선명한 색깔 양말은 같은 색 계열의 상의와 매치하면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선을 끄는 포인트가 된다.

흰 양말이 돌아왔다

남성복에서는 흰 양말이 두드러진다. 원래 흰 양말은 촌스러운 '아재 패션'의 상징이었으나, 요즘엔 아이돌 가수처럼 젊고 감각 있는 남성들이 흰 양말을 신는다. 끈 묶는 구두보다는 주로 로퍼나 스니커즈에 매치한다. 양말 브랜드 '니탄'의 윤경수 대표는 "알록달록한 양말에 대한 일종의 역발상"이라고 설명했다.

 

패션계에서 계속되는 스포츠 의류 강세도 영향을 미쳤다. 트레이닝복처럼 허리와 발목 부분에 고무줄을 넣은 바지가 유행하면서, 운동할 때나 신던 흰 양말을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신게 된 것이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인 '롱 호스(long ho se)'를 찾는 남성도 늘어나는 추세다. 남성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긴 양말이 주목받는 것은 바지 길이가 예전보다 짧아졌기 때문이다. 복사뼈가 드러나는 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거나 다리를 꼬면 바지가 딸려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롱 호스는 이럴 때 정강이가 드러나지 않도록 가려준다. 양말이 충분히 길지 않아 정장 바지 밑으로 맨살이 보이는 것은 실례이기 때문이다.

 

채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