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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디테일추적

탑이 피웠다는 대마초와 대마액상, 무슨 차이길래

by조선일보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30·본명 최승현)이 대마(大麻)를 피운 혐의로 5일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9~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에서 가수 연습생 한모(여·21·구속 기소)씨와 함께 대마초(草)를 두 차례 피우고, 액체 형태 대마를 전자담배로 두 차례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대마 ‘초’ 혐의는 인정했지만, 대마 ‘액상’ 흡연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탑이 피웠다는 대마초와 대마액상, 무

탑 대마 흡연 사건에 인터넷에선 대마초와 액상대마의 차이를 두고 각종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인터넷 캡쳐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대마 형태에 따라 처벌 ‘양형’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카더라’식 얘기들도 나돌고 있는 중이다. 인기 연예인의 마약 사건은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디테일추적>은 마약 수사 관계자들에게 대마에 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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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비스 사비타 엘(Cannabis Sativa L). 대마초. /조선일보DB

정확히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는 뭘 말하는 건가요.

 

“대마는 칸나비스 사비타 엘(Cannabis sativa L)이라는 식물이에요. 이 풀에 들어있는 ‘THC’(델타 나인 테트라 하이드로 카나비놀·delta-9 tetrahydrocannabinol) 성분이 환각 작용을 유발하죠. 같은 식물이어도 부위 마다 THC 함유율이 달라요. 그래서 환각 성분이 거의 없는 대마 씨앗·뿌리, 성숙한 줄기 부분은 마약류에서 제외합니다. THC가 특히 많이 들어있는 부분이 ‘사상체’(암대마의 꽃 봉오리)와 잎사귀에요. 이밖에 수지(樹脂·대마 엑기스)를 원료로 제조한 모든 제품도 마약류에 해당하며, 단속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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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식물도감. /인터넷 캡쳐

‘마리화나’ ‘해시시’는 뭔가요, 이것들도 대마인가요.

 

“네. 마리화나는 사상체와 잎사귀를 담배 형태로 피우는 걸 말하고, 해시시는 대마 액을 고체 형태로 굳힌 겁니다.”

 

음…. 자연 식품에도 THC 성분이 들어있을 수도 있겠네요.

 

“요즘 요거트와 샐러드에 많이 뿌려먹는 수퍼푸드 ‘헴프씨드’가 겉 껍질을 제거한 대마씨앗이에요. 식약처는 대마씨·대마씨유의 THC 허용 기준을 각각 1kg당 5mg, 10mg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대마 화장품도 시판되고 있어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허용 기준을 초과한, ‘환각’ 목적으로 흡연하는 대마 제품이지요.”

 

탑이 피웠다는 대마초와 대마 액상, 형태에 따라 ‘환각 정도’에 차이가 있나요?

 

“대마 액상은 ‘진액(엑기스)’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상식적으로 마늘즙·양파즙을 생각해보세요. 대마 액상 또한 농축을 했으니 부피는 줄고, 특유의 쑥 냄새도 덜하고…. 환각 효과는 2~3배 더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벌 형량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마약사범을 검거해 구형하고 처벌하는 건, 투약 횟수나 과거 전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풀이냐 액상이냐만을 따져서 판단할 수는 없죠. 다만 피의자가 ‘대마초보다 더 센 걸 했구나’하고 참작하게 됩니다.”

 

추징 금액은요?

 

“조사 받는 사람들은 최대한 투약량과 구입 액수를 줄여서 말해요. 전자담배에 넣어 피우는 ‘대마 액상’ 사범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지난해부터에요. ‘최신 트렌드’인 셈이죠. 암거래가는 지역에 따라, 구매자 처지에 따라 달라져요.”

 

수사당국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대마초 암거래가격은 1g 당 최소 2000원(밀양)에서 10만원(의정부)까지 차이가 났다. “서울은 수요도 많지만 공급자도 많아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해시시 소매 가격은 1g당 3만~12만원에 달했다. 검찰은 대마초는 1회 흡연량(0.5g) 가격을 ‘3000원’으로 책정하고 있고, 해시시는 2만3000~4만원으로 책정했다.

 

대마 쿠키·버터·오일·젤리·브라우니…. 이런 건 또 뭔가요.

 

“2000년대 중반 이후 원어민 영어강사·유학생들 중심으로 들어온 것들이죠. 대마 쿠키는 겉으로 봐도 일반 쿠키와 다를바가 없어요. 빵에 발라 섭취하는 ‘대마버터’ ‘대마오일’ 같은 경우는 냄새도 안 나니까 밀반입 단속에도 어려움이 있고요. 아시다시피 해외 일부 지역은 대마 흡연이 합법입니다. 미국도 콜로라도·알래스카·오레건·워싱턴·캘리포니아·메사추세츠·네바다 등 일부 주(州)가 ‘쾌락 목적 흡연’이 합법이고요. 이런 곳에선 환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섭취 방법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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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브라우니, 대마 버터, 대마 오일, 대마 쿠키.(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인터넷 캡쳐

그럼 한국인이 콜로라도주로 넘어가서 대마를 피우면 처벌 안 받나요.

 

“우리 형법상 ‘속인주의(屬人主義)’ 원칙에 따라, 해외 합법 지역에서라도 대마를 흡연한 것이 적발되면 국내에서 처벌 받습니다.”

 

요즘 이른바 ‘홍대병’ ‘힙스터병’에 걸린 일부 젊은이들은 대마 흡연을 자랑처럼 여기거나, 스스럼없이 생각하는 듯한데…, 대중문화가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민이 많습니다. 대마는 비(非)범죄화·합법화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 엄연한 불법이에요. 수사하는 입장에선 ‘입문용 마약’으로 쓰인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대마는 괜찮다’는 생각에 발을 들였다가, 더 센 마약을 찾게 되고, 결국 자신과 주변 인생을 망치고 가산까지 탕진하는 피의자들을 늘 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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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른바 '홍대병' '힙스터'로 불리는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선 마약이 '쿨함'의 상징처럼 통하고 있다. 대중가요 중에는 아예 '대마초'가 노래 제목이거나, 뮤직비디오에 대마로 추정되는 흡연 장면이 등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인터넷 캡쳐

국내에선 언제부터 대마가 사회문제로 불거졌죠?

 

“1960~1970년대 미국의 ‘히피’ 문화가 세계로 번져나가면서 대마 흡연이 유행했어요. 국내에선 1970년 ‘습관성 의악품 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대마 단속이 시작됐죠. 요즘엔 대마를 ‘떨’이라고 부르는데, 당시엔 ‘해피 스모크’라고 했어요. 주로 미군 부대 근처에서 유통됐어요. 첫 단속 사례는 1970년 11월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이 의정부 기지촌의 한 대마초 제조 공장을 단속한 사건이에요. 당시 미군과 기지촌 여성에게 대마를 판매하고, 해외로도 밀수출하던 일당 4명이 구속됐죠.”

탑이 피웠다는 대마초와 대마액상, 무

대마 단속은 1970년 말부터 시작됐다. /조선일보DB

한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