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사랑받는 국민 요리, 카레의 숨겨진 이야기

[푸드]by 데일리

카레의 숨겨진 이야기

남녀노소 사랑받는 국민 요리, 카레의

노란 카레.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음식이다. 학교 급식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먹는 식탁 위에도 종종 올라왔으며 군대에서, 직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으로 생각 없이 먹어왔던 카레는 꽤 오랜 시간 우리 입맛에 맞춰 변화했으며, 건강에 좋다고 익히 알려졌다. 카레의 재료 중 하나이자 우리나라에서 많이 넣는, ‘강황’이 타임지가 선정한 5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음식이지만, 또, 잘 모르는 음식이기도 한 카레,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카레? 커리? 뭐가 다른 거지?

남녀노소 사랑받는 국민 요리, 카레의

우리는 급식이나 집에서 마주하는 카레는 ‘카레’라고 부르면서 인도음식 전문점에 들어서면 ‘커리’라고 고쳐 부르는 경향이 있다. ‘카레’와 ‘커리’의 차이점 무엇일까?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대개, ‘집에서 먹는 건 카레, 인도음식 전문점에서 먹는 건 커리...가 아닐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두루뭉술하면서도 일리가 있는 이 아이러니한 표현이 정말 맞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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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는 본래 ‘커리’라고 발음한다. ‘카레(カレ)’는 ‘커리’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콜린 테일러 센의 저서 <커리의 지구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때 개항장의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카레요리를 파는 서양식당 운영되면서 카레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쌀밥 위에 카레를 끼얹어 먹는 이른바 ‘카레라이스’를 고안해 즐겨 먹었고, 이에 ‘카레라이스’라는 표현도 이때 일본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이 시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커리’보다는 ‘카레’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졌으며 실제로 ‘카레’라고 표기하고 있다.

인구 수만큼 존재하는 인도의 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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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에서 왜 카레를 ‘카레’라 부르게 되었는지 알아보았으니 ‘커리’라는 음식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커리는 딱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매력을 지닌 음식이다. 그 이름도 나라마다 ‘커리’, ‘카레’, ‘카리’, ‘캥’ 등으로 다양하다. ‘커리(Curry)’의 어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남부 인도 언어인 타밀어로 ‘소스’라는 의미의 ‘카리(kari)’에서 당시 인도를 통치하던 영국인들에 의해 ‘커리(Curry)’로 영어화되면서 변형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외에도 ‘향기롭고 맛있다’는 뜻의 힌두어 ‘투라리’(Turar)로 전해지다가 나중에 영국식으로 ‘커리’가 됐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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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인도에서 소스가 들어간 요리는 모두 커리라고 할 수 있다. 커리는 어떤 한 요리를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려우며, 굳이 한마디로 설명해야 한다면 '향신료들의 집합체'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전통적으로 인도인들은 커리라는 단어로 본인들의 음식을 정의 내리지 않았다. ‘인구수만큼의 커리 요리법이 존재한다’라고 할 정도로 가지각색의 향신료를 가지각색의 비율로 넣어 커리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인도인들은 어렸을 때 맛본 커리와 본인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커리를 만들었고, 이름이 각기 다르게 붙여졌다. 그러나 식민 지배를 받던 영국에 의해 인도인들의 음식은 커리라는 한 단어로 통합되어 불리게 됐다.

한국 카레의 이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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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카레의 이미지는 좀 독특하다. 한국인에게 ‘카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오뚜기!’ 대략 10명 중 8명은 ‘오뚜기’를 떠올렸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어떤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카레를 대표하다니 흔한 일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한국의 카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뚜기 카레’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본다면 그리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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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는 앞서 말했다시피 국내에 정확한 시기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을 통해 전해졌다. 물론 알려지자마자 우리나라 국민의 입맛을 바로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 양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보니 카레는 부자들만 맛볼 수 있는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이야 싸고 맛있는 카레를 원하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서민들이 쉽사리 먹을 수 있는 정겨운 카레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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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YouTube 'ottogi오뚜기'

고급 음식에 속했던 카레가 대중화된 것은 식품업체 ‘오뚜기’ 덕분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뚜기는 1969년 5월 회사를 설립함과 동시에 ‘오뚜기 분말 카레’를 출시했으며, 그 뒤 1981년 ‘오뚜기 3분카레’를 출시했다. 카레를 순한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 등 원하는 맛을 골라 먹을 수 있으며, 간편하지만 건강도 챙기며 먹을 수 있다는 큰 강점을 내세워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국인의 카레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카레’라는 음식은 우리나라 간편식 시장 역사의 서막이 되었다.

카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카레는 원래 노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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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카레는 ‘노란색’이다. 우리나라 카레에는 거의 강황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기 때문인데, 강황은 카레가 노란빛을 띠게 하는 주재료이다. 그러나 카레의 색은 노란색으로만 정의 내릴 수 없다. 원래는 카레에 들어가는 향신료의 배합률에 따라 빨간색, 갈색, 초록색 등으로 다양하다.

 

카레에는 무조건 강황이 핵심 재료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강황은 카레에 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향신료 중 하나일 뿐이다. 인도의 정통 커리에는 고기, 채소 등을 넣고 정향, 계피, 커민, 코리앤더, 후추 등 10여 가지 향신료를 섞은 ‘마살라’를 기본양념으로 베이스 한 뒤 다른 향신료들을 더 첨가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카레는 원래 걸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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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인들은 인도의 향신료와 커리 레시피를 영국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양하고 가지각색의 특징을 지닌 향신료와 레시피만 덩그러니 놓여있으니, 영국인들은 인도에서 맛본 매력적인 카레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인도, 방글라데시 등 수많은 남아시아인들이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영국의 커리 문화가 활짝 피게 되었다. 또한, 영국은 식민지의 토속 음식을 대량 생산 제품으로 가공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이에 제국을 꿈꾸는 한 나라, 일본은 이 ‘카레’의 매력에 매료됐다. 19세기 '혼슈 가나가와 현'의 '요코스카 항'에 정박한 영국 해군을 통해 카레를 접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해군은 영국 해군의 체력이 바로 '커리'에서 나왔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커리는 일본 해군의 공식 메뉴가 되었고, 이후 일본 전역에 전해졌다고 알려졌다.

 

일본식 카레는 영국식 커리 가루에 밀가루와 버터를 볶아 만든 ‘카레 루(roux)’를 사용해 좀 더 걸쭉하게 만들어졌다. 끈기가 생겨 걸쭉해진 카레는 덕분에 쌀밥과 좀 더 조화를 이루게 됐다. 조리 과정에서 밀가루를 넣지 않는 인도의 커리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밀가루에 우유와 크림 등을 넣어 반죽한 난과 어울리는 인도식의 커리 대신 밥과 어울리는 카레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2019.03.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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