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진 빚 자식이 갚아야 하나요?

[비즈]by 데일리

물려받은 빚, 꼭 갚아야 하나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 된 빚의 존재. '내가 빌린 것도 아닌데 갚아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빚도 재산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재산과 함께 빚 즉, 채무 또한 상속인에게 상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꼼짝없이 사망한 가족이 진 빚을 남은 가족이 무조건 갚아야 하는 걸까?

빚도 상속된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면? 한동안 슬픔에 잠겨있을 시간이 필요하고, 각종 장례 절차로 정신이 없을 테지만, 여러 가지 해결해야 될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상속 문제. 행여나 고인이 생전에 빚을 많이 지셔서 상속받을 재산보다 빚이 많다면 그 굴레를 하루빨리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상속이란 받고 싶으면 받고, 받기 싫으면 안 받는 의지의 형태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민법에서는 상속의 1순위를 '직계비속+배우자'로 정하고 있다. 직계비속이란 딸, 아들, 손자, 손녀, 증손 등을 말하는 것으로 직계존속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2순위는 '직계존속+배우자',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정하고 있다.

만약 1순위 상속인이 있다면 상속재산은 전부 1순위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1순위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직계비속은 각자 동일한 비율로 상속받고, 배우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에 50%를 더한 비율로 상속을 받는다. 만약 1순위 상속인이 아무도 없다면 2순위 상속인이, 2순위도 없다면 3, 4순위 차례로 상속을 받게 된다. 빚도 상속재산과 마찬가지의 절차로 상속이 된다. 만약 4순위 상속인까지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다음 상속인이 없으므로 빚이 이전되지 않는다.

상속인이 할 수 있는 법적 조치

단순승인

상속인이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단순승인', '한정승인', '상속포기'가 그것이다.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다면 피상속인의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승계한다. 즉, 피상속인이 생전에 모아 놓은 재은 물론 빚도 승계한다는 뜻이다.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의 민법은 단순승인을 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없어도 다음과 같은 3가지 행위를 이행하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첫번 째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하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둘째, 상속인이 상속의 개시가 있음을 안 날(본인이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접수를 법원에 하지 않은 것 또한 단순승인으로 본다. 셋째,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 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것도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상속포기

돌아가신 가족에게 빚이 없다면 제일 좋겠지만, 단순승인을 할 경우 빚이 있다면 갚아야 한다. 그러나 빚이 너무 많거나 대신 갚을 능력이 되지 않을 때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상속포기란 상속을 전혀 받지 않겠다는 뜻이며, 상속을 포기한 사람은 상속인이 아니게 된다. 참고로 상속포기는 빚뿐만 아니라 재산도 물려받을 수 없다. 만약 1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면 후순위 상속인들에게 빚이 승계된다. 따라서 1순위에서 4순위의 상속 관련인이 모두 모여 한꺼번에 상속포기를 해야 후순위의 상속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 1순위 상속인만 상속포기를 한다고 해서 빚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후순위 상속인들이 빚을 떠안게 되어 원망을 사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한정승인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피상속인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상속재산이 부족하더라도 상속인이 자기 재산으로 변제할 의무는 없으며, 후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승계되지 않게 자기 선에서 끝낼 수 있다. 재산목록을 작성하고 신문공고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다소 번잡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돌아가신 가족의 채무 상황을 후순위 상속인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많이 이용된다.

어떤 조치가 유리할까?

상속포기가 유리한 경우

상속포기는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인이 내야 할 세금이 너무 많을 때 유리하다. 고인의 재산 중에 부동산이 있으면 한정승인 상속인은 이를 매각하여 채권자들에게 분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취득세나 등록세 등 세금이 발생하게 된다. 상속의 개시로 인하여 자동적으로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취득했으니 이때 발생한 세금은 한정승인 상속인이 부담해야 한다. 경매 비용,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모두 따져본 뒤에 한정승인을 신청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이 세금 액수가 커서 한정승인보다 상속포기가 유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일부 상속인들이 연락이 되지 않을 때나 상속재산 중 불법 자동차가 있을 때는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정승인이 유리한 경우

한정승인은 우선 친척들에게 돌아가신 가족의 빚을 알리고 싶지 않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상속포기를 선택하면 후순위 상속인, 즉 친척들에게 돌아가신 분의 재산 상황을 설명해야 하거나 후순위 상속인인 만큼 그들이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 부담을 줄 수 도 있다. 이러한 번잡함을 피해 빚을 정리하고 싶다면 한정승인을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울러 돌아가신 분의 경제적 상황을 잘 알지 못할 때도 한정승인이 유리하다. 상속 부채가 많은지 상속 재산이 많은지 애매할 경우 예방 차원에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절차

상속포기의 필요한 서류와 절차

상속포기를 하려면 우선 돌아가신 분 명의의 서류가 필요하다. 고인의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상속인은 상속인의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와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신청서를 작성했으면 필요서류와 함께 가정법원에 제출한다. 상속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경기 지역과 같이 상속포기 신청이 많은 지역은 오래 걸리면 6개월정도 걸릴 수 있는데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접수했다면 괜찮다.


한정승인의 필요한 서류와 절차

한정승인은 상속포기보다 절차가 조금 더 까다롭다. 준비서류 중에 고인의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등은 상속포기와 같지만, 재산 및 빚 관련 서류 즉, 상속재산목록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24' 정부포털에 접속하여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재산 목록을 누락시키지 않고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상속인은 상속포기와 마찬가지로 상속인의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와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을 준비하면 된다. 한정승인 신청서를 가정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이윤서 press@daily.co.kr

2019.12.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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