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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

사누키 우동,
쫄깃한 면발의 환상적 식감

by동아일보

사누키 우동, 쫄깃한 면발의 환상적

면발이 핵심인 교다이야의 가마타마 우동. 홍지윤 씨 제공

벚꽃이 흩날릴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면 내게는 우동이다.

 

수년 전 이맘때 일본 가가와(香川) 현에 다녀온 뒤부터다. 사누키(讚岐) 우동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겠다는 현지 지인을 따라 다카마쓰(高松) 시내를 벗어나 조용하고 작은 마을 하유카(羽床)로 향했다. 논과 밭이 펼쳐진 한적한 시골 마을 주택가로 들어가니 잿빛 돌에 새겨진 우동집 간판이 보였다.

 

대중 교통편도 없는 조용한 곳이라 그저 작은 우동집이려니 했지만 놀랍게도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넘쳐났다. 담벼락에는 커다란 메뉴판이 걸려 있는데 모든 우동이 300엔(약 3100원)을 넘지 않았다. 메뉴를 결정한 손님들이 줄 서 있으면, 흰 수건을 둘러쓰고 일렬로 늘어선 종업원들이 손님의 주문에 맞추어 우동을 그릇에 담는다. 어묵과 크로켓(고로케), 튀김 등의 고명을 얹어 주면 우동 그릇을 받아 든 손님들은 테이블과 정원의 평상, 툇마루 구석 등 식당 여기저기로 흩어져 후루룩거리며 우동을 삼킨다.

 

히야(冷や·차가운) 우동에 갈아놓은 마를 고명으로 얹고 쇠고기 고로케를 추가했다. 간장을 살짝 뿌리고 마와 우동이 섞이도록 젓가락을 휘휘 저은 다음 면발을 씹었다. 치아가 탱탱한 면발에 쫄깃하게 파고들었다. 그야말로 파스타의 알덴테(약간 덜 익은 상태)는 명함도 못 내밀 식감이다. 젓가락이 부담스러울 만큼 무거운 우동가락 하나를 집어 들고 입술로 후루룩 빨아들이면 국수 가락이 콧잔등을 치며 미끄러지듯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환상적인 탄력이었다. 사리 두 개짜리 우동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나니 바로 눈앞에 분홍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수양벚나무가 바람에 국수 가락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사누키 우동을 최초로 먹어본 날의 기억이다.

 

사누키 우동의 핵심은 국물이 아니라 면발이다. 밀가루를 물과 소금만으로 반죽하고 발로 밟아 탄력을 높인 뒤 굵직하게 썰어 삶아 낸다. 삶아 낸 면을 찬물에 헹구어 건져 올려 먹느냐(자루), 따뜻한 국물에 담가 먹느냐(가마아게), 날달걀을 풀어 비벼 먹느냐(가마타마), 찬물에 헹궈 건진 면에 양념국물을 자박하게 부어 먹느냐(붓카케) 등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우리는 국, 찌개, 찜과 조림, 국수에 이르기까지 흥건하든 자박하든 국물이 없는 요리가 드물 만큼 국물에 집착한다. 그래서 면류도 대체로 국물 맛에 치중한다. 하지만 사누키 우동을 먹을 때만큼은 국물의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면발에 집중해야 한다. 우동 면발을 흡입하듯 빨아들여 식도를 넘기며 ‘노도고시’(喉越し·목넘김의 일본말)를 경험해야 사누키 우동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사누키 우동을 처음 맛본다면 단연코 붓카케를 추천한다.

  1. 가타쯔무리우동 :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길 72. 페이스북(facebook.com/katatsumuriudong). 붓카케 우동 8000원
  2. 교다이야 : 서울 마포구 성지길 39. 02-2654-2645. 가마붓카케 우동 8000원
  3. 가미우동 : 서울 마포구 홍익로2길 23. 02-322-3302. 붓카케 우동 6000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chiffonad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