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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DBR

일상을 살짝 비튼 재미…
시청자 사로잡은 ‘72초 마법’

by동아일보

스타트업 ‘칠십이초’ 성공 비결

일상을 살짝 비튼 재미… 시청자 사

모바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창립한 지 3년도 안 된 스타트업 ‘칠십이초’가 눈부신 성과를 올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72초’라는 채 2분이 안 되는 웹 드라마와 함께 나타난 칠십이초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재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들이 가장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모바일 콘텐츠 제작 기업으로 떠올랐다. 속도감 있는 편집과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최적화된 촬영 기법, 대사보다 내레이션 중심의 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칠십이초의 콘텐츠는 2030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모바일 콘텐츠 문법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광고 아닌, 광고 같은, 광고 영상’을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이나 콘텐츠 자체를 브랜드화해서 해당 콘텐츠에 등장하는 제품을 실제 상품화하는 ‘콘텐티드 브랜드’ 전략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모바일 콘텐츠는 돈이 안 된다’란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42호(2월 1호)에 실린 칠십이초의 성공 전략을 요약했다.

콘텐츠가 곧 플랫폼, 비범한 일상의 힘

칠십이초는 웹 드라마 ‘72초’의 성공을 시작으로 뮤직비디오, 광고를 넘어 뉴스 형식을 빌린 콘텐츠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핵심 콘텐츠는 2분 남짓한 짧은 웹 드라마다. ‘나는 혼자 사는 남자다’로 시작하는 ‘72초’, 30대 직장인의 연애사를 그린 ‘오구실’, 20대 여성 두 명이 중고차 구매, 셔츠 환불로 다투는 ‘두 여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일상’이다. 이게 비현실적인 설정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TV 드라마와 칠십이초가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오구실’의 경우 30대 직장 여성의 일상을 생생하게 다룬 콘텐츠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기존 드라마들의 경우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서 고객을 모았다면 오구실은 현실적인 상황 속에 나를 대입해볼 수 있는 콘텐츠다. 여기에 가수 커피소년의 매력적인 내레이션, 주인공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일상 속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는 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비현실적이지 않은 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또 다른 대표작 ‘72초’ 역시 지극히 평범한 30대 남자의 발랄한 일상을 다룬다. 30대 남자가 미용실에 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자를 만나는 아주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칠십이초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살짝 비틀거나 의미를 부여해 특별한 순간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근 방영 중인 ‘태구드라마’는 학교에서 ‘화석’이 돼 버린 12학번 태구가 복학한 뒤 일어나는 캠퍼스 생활기를 소재로 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멈춤’ 버튼 누를 타이밍을 주지 않는 칠십이초만의 문법

스마트폰 및 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TV 속에만 머물던 드라마는 모바일로 외연을 넓혔다. 바뀐 콘텐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웹 드라마, 모바일 드라마란 이름으로 많은 플레이어가 영상콘텐츠 제작을 시도했다. 그러나 기존 롱테이크 문법의 드라마를 그대로 옮겨오다 보니 반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칠십이초는 버스나 지하철 등 이동 중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에게 집중해 사명(社名)처럼 2∼3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들을 만들었다.

 

짧은 시간 동안 하나의 이야기를 녹여내기 위해 칠십이초는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편집을 시도한다. 등장인물의 심리나 발생하는 사건을 묘사하기 위한 인물 간 대사 주고받기나 복선, 은유 등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고 대신 내레이션 형태의 직접 묘사를 극대화했다. 이마저도 랩을 하듯 빠르게 처리해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인물 간 대사도 방송에서 금기시하는 속칭 마이크 물리기(두 명이 동시에 얘기하는 등)도 허용하는 파격을 보였다. 인물 간 대사가 줄어들어 부족한 서사는 자막을 통해 보완하기도 한다. 여기에 빠른 박자의 배경음악을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편집까지 더해져 넋 놓고 클릭하다 보면 한 시즌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뮤직비디오처럼 음악과 영상이 조화롭게 붙어 있고, 빠른 편집으로 ‘호흡’을 살렸기 때문이다. 편집과 음악, 내레이션 3박자가 ‘72초 드라마’를 이색적으로 만든 힘이다. 

콘텐츠로는 돈 못 번다는 상식 깬 칠십이초

‘콘텐츠=무료’란 인식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이 돈을 내고라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칠십이초는 콘텐츠 유료화, 프리롤 광고 자체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오구실’을 서비스하면서 일반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하되, 스페셜 에피소드를 만들어 영구 소장 기준 편당 1200원에 유료 서비스를 했다. 또 유튜브와 네이버TV로 제공되는 칠십이초의 콘텐츠에 삽입되는 프리롤 광고 집행 권한을 확보해 콘텐츠 제작사이면서도 광고대행사의 수익모델 접목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칠십이초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역시 ‘브랜디드 콘텐츠’다.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기업이 홍보하고 싶은 브랜드를 칠십이초의 인기 콘텐츠에 등장시켜 새로운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다. 칠십이초는 이런 방식으로 삼성전자, TNGT,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업해 인기 콘텐츠들을 만들어 냈다. 이 콘텐츠들은 광고지만 재미와 솔직함은 놓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무조건 ‘이 제품 좋아요’라고 홍보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제품이나 회사를 비판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브랜디드 콘텐츠가 콘텐츠에 브랜드를 녹이는 작업이라면 칠십이초가 새롭게 시도 중인 ‘콘텐티드 브랜드’는 콘텐츠로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두 여자’ ‘바나나액츄얼리’ 등 마니아층이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려는 시도다. 칠십이초는 첫 브랜드화 타깃으로 모바일 드라마 ‘두 여자(Deux Yoeza)’를 선택했다. 이름도 ‘두 여자’에서 ‘dxyz’로 바꾸고 성수동에 dxyz를 브랜드화한 스튜디오 카페를 열고 dxyz에 나온 의류나 콘셉트를 따서 디자인한 의류를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성지환 칠십이초 대표는 “이 같은 실험은 수익구조가 열악한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수익의 다각화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