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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가족 품은 페라리… 고속주행땐 '괴물', 시내에선 '신사'

by동아일보

4인승 페라리 GTC4 루쏘T 3인3색 시승기

8기통 터보엔진… 살짝만 밟아도 ‘붕~’,

‘소음공해’ 없게 저속주행때 배기음 줄여

가족 품은 페라리… 고속주행땐 '괴물

페라리가 ‘데일리 패밀리카’ 콘셉트로 내놓은 GTC4 루쏘T가 주행하는 모습.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유난히 크게 들리는 엔진 배기음. 제대로 달리지도 못할 차를 끌고 나와서 저리도 시끄럽게 군다며 괜히 한번 흘겨봤던 차. 슈퍼카의 대명사 페라리는 많은 이에게 로망이다. 동시에 시샘의 대상이기도 하다. 소유하지 못함에서 나오는 감정은 때론 동경을, 때로는 질투를 낳는다.

 

페라리에 양가감정을 지닌 보통 사람이 햇살 좋은 5월 마지막 날 페라리 운전대를 잡았다. 페라리에서 4인 가족이 함께 타는 ‘데일리 패밀리카’ 콘셉트로 내놓은 페라리 GTC4 루쏘T였다. 정가는 약 3억5000만 원이고 투명한 창으로 햇빛은 투과시키지만 자외선은 차단한다는 루프 옵션(3000만 원)이 더해져 차량 가격이 3억8000만 원인 차였다. 시동을 걸자 8기통 터보 엔진이 환영 인사를 전했다. 시동이 걸릴 때 강렬한 엔진음이 뿜어졌던 것과 달리 도심 도로에서 정차하거나 저속 주행할 때는 엔진음이 크지 않았다. 동승한 페라리 담당자는 “페라리도 높아진 유럽 환경 기준에 맞춰서 차를 만들다 보니 과거처럼 큰 배기음을 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체 도로 위에서 괜한 눈총을 받을 일이 사라진 것이다.

 

서울을 빠져나와 임진각을 향하는 자유로로 들어섰다. 가속에 거침이 없었다. 속도가 올라갔는지도 모를 찰나 순간 속도 계기판 앞자리가 변해 있기도 했다. 가속 상태에서도 차는 흔들림 없이 안전 감각을 유지했다. 곡선을 돌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모두 살짝 건드리는 정도의 조작만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적응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임진각을 향하는 도로 위에는 평양 가는 길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종종 보였다. 문득 이 차를 타고 달려가고 싶었다. 페라리와 평양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동경과 시샘, 친밀감과 미움. 공존이 힘든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어쨌든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기 마련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카시트 설치용 장치 있어 손쉽게 탈착,

천장 전체 통유리 옵션… 자외선은 차단

가족 품은 페라리… 고속주행땐 '괴물

패밀리카이니만큼 뒷좌석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 앞좌석보다 높게 설계돼 넓은 시야가 확보된다. 시트 엉덩이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어 키가 큰 사람도 많이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여행과 모험을 즐기던 사람이 갑자기 엄마가 됐다고 얌전한 세단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고, 부모가 돼 라이프스타일이 변한다 해도 여전히 내 안의 다이내믹함을 찾고 싶은 사람. 페라리 GTC4 루쏘T는 그런 사람을 위한 답 같았다.

페라리와 가족은 뭔가 안 맞는 조합 같지만 GTC4 루쏘T는 이를 절묘하게 어우러지게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 모터쇼에 처음 공개된 이 차는 페라리 최초의 8기통 터보엔진을 장착한 4인승 모델이다.

 

가족이 우선순위가 된 아이 엄마의 눈으로 본 GTC4 루쏘T의 첫인상은 우아함이었다. 슈퍼카가 주는 선명한 이미지에 어느 연령대가 몰아도 세련된 느낌의 곡선이 조화를 이뤘다. 튀면서도 튀지 않는 그런 느낌.

 

그래도 엄마로서 제일 먼저 살펴 본 것은 카시트 설치 여부와 뒷좌석의 안전성이었다. GTC4 루쏘T는 4인승 차지만 페라리답게 문은 두 개만 달려 있다. 앞문을 열고 조수석을 쉽게 당기니 생각보다 충분한 공간이 확보됐다. 아이소픽스가 설치돼 있어 카시트를 설치할 수 있는 기본 장치도 마련돼 있다. 뒷좌석이 앞좌석보다 약간 위로 올라와 있어 탁 트인 앞 유리창이 잘 보이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옵션으로 천장 전체가 통유리인지라 아이들도 충분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자외선이 차단돼 햇볕이 내리쬐어도 눈부시진 않았다.

 

이제 운전자로서의 재미를 찾을 때다. 통일공원에서 파주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을 향하는 자유로에 올라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조금만 밟아도 ‘부앙’ 하며 내달렸다.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했다. 차량의 길이가 긴 편인데도 코너를 돌 때 안정적이었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조금씩 방향을 틀며 코너링을 도와준다고 한다. 쇼핑몰 주차는 후방 카메라가 도와주니 오케이. GTC4 루쏘T는 하나라도 잃고 싶지 않은 이를 위한 슈퍼카였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뒷좌석 약간 높아 탁트인 정면 볼수있어…

트렁크에 유모차-골프백 들어가도 거뜬

가족 품은 페라리… 고속주행땐 '괴물

조수석 앞에는 차량 주행 상태를 보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장착됐다. 패밀리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게 조수석과 뒷좌석을 고루 신경 쓴 색다른 페라리였다. 페라리 제공

고성능 슈퍼카가 데일리카로도 손색이 없을 것인가. 페라리 GTC4 루쏘T를 보고 든 생각이다.

강변북로에서 서울 마포를 거쳐 광화문에 이르는 길. 서울 시내에 꽉 막힌 도로 사정 탓에 슈퍼카를 시속 60km 미만으로만 몰아보는 색다른 경험을 해봤다. 도심을 달리는 데일리카의 의미를 느껴보기엔 충분한 속도였다. 저속 주행 시 승차감은 고급 세단 같았고 배기음 등 소음도 적어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도 타봤다. 페라리 GTC4 루쏘T는 정통 4인승 모델이다. 이름에 있는 4가 4인승을 의미한다.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높게 설계됐다. 뒷좌석에서 앞을 볼 경우 상대적으로 더 트인 시야를 주기 위한 배려다. 보기엔 뒷좌석이 매우 좁아 보여서 많이 불편할 것만 같았다. 기자는 185cm에 건장한(?) 체격이다. 하지만 좌석의 엉덩이 부분이 움푹 들어가도록 한 디자인 덕분에 시트가 몸을 감싸줬다. 30분 정도를 달리니 몸이 나른해져서 잠이 올 정도였다. 항공기 엔진 모양의 에어컨도 센스 만점. 자외선과 직사광선을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루프 유리 성능도 드라이브의 품격을 높여준다. 페라리 GTC4 루쏘T는 엔진이 차량 뒤에 달려 있어서 뒷좌석에서 엔진의 진동과 박진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뒷좌석엔 유아용 카시트를 고정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 트렁크 용량은 450L로 소형차의 트렁크 크기와 비슷하다. 성인들이 메는 일반 가방 3개가 들어가고도 남았다. 유모차는 물론이고 골프 가방도 수납이 거뜬해 보였다. 보조석에도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덕분에 동승자가 음악 선곡은 물론이고 주행 상태도 체크할 수 있다. 페라리 GTC4 루쏘T는 슈퍼카는 성능만을 강조한다는 선입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탑승자를 곳곳에서 배려하는 데일리카의 매력도 겸비한 슈퍼카였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