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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더위에 지친 여름날…
비벼먹는 장어덮밥

by동아일보

더위에 지친 여름날… 비벼먹는 장어덮

함루의 히쓰마부시. 이윤화 씨 제공

나라마다 ‘Everything is one’의 음식, 원디시 요리가 있다. 한국과 일본으로 말하면 바로 비빔밥과 돈부리(일식 덮밥) 아닐까? 우리 비빔밥이 육회비빔밥, 열무비빔밥 등 종류가 많듯 일본 돈부리도 오야코돈부리, 덴돈 등 아주 다양하다.

 

둘은 비슷한 점이 있지만 차이도 많다. 첫째, 도구가 다르다. 돈부리는 당연히 젓가락을, 비빔밥은 수저를 사용한다. 먹는 방법도 돈부리는 젓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넣어, 밥 위에 얹은 재료들과 밥을 그대로 입안으로 옮겨 중첩된 맛을 즐긴다. 비빔밥은 눈으로 밥 위의 재료를 감상한 뒤, 먹기 직전에 수저로 비벼 그 혼합의 맛을 음미한다.

 

히쓰마부시라는 나고야식 장어덮밥은 한국의 비빔밥에 가까운 원디시로 보인다.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비싼 장어요리는 굽든, 밥 위에 얹든 장어의 크기를 작지 않게 썰어 고급스러움을 살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히쓰마부시는 구운 장어를 잘게 썰어 밥 위에 덮은 뒤 조금씩 덜어서 비벼 먹는다. 흰밥 위에 잘게 썬 장어구이가 올라간 ‘히쓰(櫃)’라는 나무 그릇을 작은 주걱으로 십자가를 긋듯 4등분해 차례대로 다른 그릇에 덜어서 맛을 본다. 처음에는 흰밥과 구운 양념장어의 맛 자체를 즐기고, 두 번째는 밥 위에 송송 썬 파, 고추냉이, 김, 생강채 등을 얹어 향미를 가한 뒤 비벼 먹는다. 세 번째는 밥과 장어 위에 다시물을 넣어 비비듯 말아 먹는다. 마지막은 지금까지의 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먹으면 된다. 국내 히쓰마부시 전문점에서는 장어덮밥이 아닌 장어비빔밥으로 부른다.

 

나고야 히쓰마부시의 유래는, 옛날에 장어구이를 하고 남은 자투리 장어를 활용해 밥 위에 얹었다는 설도 있고 양식장어가 본격화되기 전에 작은 크기의 하품(下品) 장어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자잘한 장어를 잘 양념해 밥 위에 활용한 향토음식에서 시작됐음에는 틀림없다. 거기에 순차적 식사 방식으로 재미를 주니 일반 우나기돈(장어덮밥)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돌솥밥의 밥을 덜어 비벼 먹은 뒤 돌솥에 물을 부어 놓았다가 구수한 누룽지로 마무리를 하는 방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장어비빔밥 히쓰마부시가 잘 맞는 듯하다.

 

국내 전문점에 가면 밥을 가르는 주걱도 있고 수저와 젓가락이 놓여 있어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수 있다. 보기보다 밥의 양도 많고 장어구이 한 마리가 얹어져 있기에 꽤 든든한 보양식이다. 한국의 복날 삼계탕처럼 일본에서도 여름에 장어 먹는 날이 있다. 그날만은 장어집 예약이 넘치고 장어에 큰돈을 쓰는 것은 우리의 여름 풍경과 꽤나 유사하다.

 

  1. 함루 서울 마포구 백범로 170, 히쓰마부시(장어 1마리) 3만5000원
  2. 마루심 서울 서초구 고무래로10길 10, 히쓰마부시 3만6000원
  3. 고옥 부산 수영구 광남로 6, 히쓰마부시 3만2000원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