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첫 고졸女임원 오정구씨

[비즈]by 동아일보

“지점장때 대쪽 리더 되려다 마찰, 조직 이끄는 유연함 중요성 깨달아

여성들 움츠리지 말고 적극 맞서길”

삼성화재 첫 고졸女임원 오정구씨

오정구 상무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 제공

“고졸인 제가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후배들에겐 누구나 꿈꿀 수 있는 ‘현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삼성화재의 첫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 된 오정구 신임 상무(49)는 승진 인사가 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끊이지 않는 축하 인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느라 분주했다. 오 상무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설계사들이 가장 기뻐했다”며 “앞으로 여성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대전 대성여상 3학년이던 1987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총무로 입사했다. 2003년 지점장을 맡으며 영업 일선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12월 송파지역단장에 올랐다. 단장이 된 지 불과 1년 만인 지난달 말 임원으로 파격 승진하며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30년 직장생활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총무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03년 처음 지점장이 됐을 때 이모뻘 설계사들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 상무는 “원리원칙에 충실한 대쪽 같은 리더가 되려고 했던 게 실수였다”며 “조직을 이끌려면 고무줄 같은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도 의식하지 않았다. 당시 보험사 지점장은 남성 비율이 90% 이상인 데다 고졸 출신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 상무는 술과 골프도 즐기지 않았다. 그는 “처음엔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움츠러들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도 마음을 열었고 스스로도 여성이나 고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이 나쁜 지점을 맡아도 ‘소방수’ 역할을 주저하지 않았다. 상사에게 “여기서 성공할 때까지 다른 곳에 보내지 말라”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오 상무는 “여성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다”며 “문제를 피하기보단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고민하는 후배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 역시 두 남매의 어머니다. 그는 “일과 가정을 모두 책임지는 ‘슈퍼우먼’이 각광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 보육시설 확충으로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야 여성의 능력을 몇 배 더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18.12.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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