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이어령 “항암 치료 안 받아 …암 관찰하며 친구로 지내”

[이슈]by 동아일보
‘암투병’ 이어령 “항암 치료 안 받

사진=동아일보 DB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중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령 교수는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내가 병을 가진 걸 정식으로, 제대로 이야기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부분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의사가 내게 ‘암입니다’라고 했을 때 ‘철렁’하는 느낌은 있었다”고 고백했다.


앞서 이 교수의 딸 고 이민아 목사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조기 졸업한 후 김한길 전 국회의원과 결혼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로스쿨을 거쳐 캘리포니아주 LA 지역 검사를 역임했다. 하지만 결혼 5년 만에 파경을 맞고 첫 아들을 잃는 등 굴곡진 삶을 살다 고인은 2009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 5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사망했다. 고인은 생이 끝날 때까지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이어나갔다.


이 교수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암 선고를 받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딸을 떠올리며 “딸에게는 죽음보다 더 높고 큰 비전이 있었다. 그런 비전이 암을, 죽음을 뛰어넘게 했다. 나에게도 과연 죽음이 두렵지 않을 만큼의 비전이 있을까”라면서 그게 두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 방사선 치료도, 항암 치료도 받지 않는다. 석 달 혹은 여섯 달마다 병원에 가서 건강 체크만 할 뿐이다. 그는 “육체도 나의 일부니까. 그래서 암과 싸우는 대신 병을 관찰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며 ‘투병(鬪病)’이란 용어 대신 ‘친병(親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간이 죽기 직전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유언이다. 나의 유산이라면 땅이나 돈이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 묻어두었던 생각이다. 내게 남은 시간 동안 유언 같은 책을 완성하고 싶다.”며 생이 다하는 날까지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934년생으로 올해 86세인 이어령 교수는 문화부 장관·비평가·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소설가·시인·관료를 두루 거친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그는 ‘지성에서 영성으로’,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키스’ 등 다수의 책을 펴냈으며, 1979년 대한민국예술상, 1992년 체육훈장 맹호장, 2001년 서울시문화상 (문학부문)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변주영 동아닷컴 기자 realistb@donga.com

2019.01.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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