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마지막 행적’ 사진 찾았다

[트렌드]by 동아일보

에콰도르서 작년 2월 생일잔치… 채널A, 현지서 입수해 첫 공개

나이 6세 낮춰 89세로 속이고… 고려인 ‘콘스탄틴 츠카이’ 행세

병원 실려온 지 12시간만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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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 정한근과 생일파티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에콰도르에서 나이와 생일을 속이고 생일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는 4남인 정한근 전 부회장. 채널A 제공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2010년 7월부터 9년 가까이 머물렀던 에콰도르에서의 마지막 행적을 보여주는 사진이 2일 처음 공개됐다.


채널A는 에콰도르 현지에서 지난해 2월 정 전 회장이 4남 정한근 전 부회장(54), 현지 간병인 및 그 가족들과 함께 생일잔치를 연 뒤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이 사진에 따르면 정한근 씨는 정태수 씨 뒤에서 20대에서 30대 사이로 추정되는 현지 여성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의 배경에는 영어로 ‘Happy Birthday’를 뜻하는 스페인어 ‘FELIZ CUMPLEANOS’라는 글자가 장식되어 있었다. 노란색 모자를 쓴 채 미소를 띠고 있는 정태수 씨의 앞엔 ‘89’ 모양을 한 초가 꽂혀 있다. 정태수 씨는 1923년 음력 8월생으로 당시 실제 나이는 95세였다. 하지만 정태수 씨는 에콰도르에서 89세 고려인 행세를 했으며, 현지 간병인조차 정태수 씨를 95세의 한국인이 아닌 89세의 고려인으로 알았다고 한다.


정한근 씨가 보관하고 있던 정태수 씨의 위조여권, 현지 병원이 발급한 정태수 씨의 사망진단서, 현지 관청에 발급한 사망증명서 등에는 정태수 씨의 이름이 ‘콘스탄틴 츠카이’로 적혀 있었다. 결혼은 하지 않았으며, 고려인 아버지와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어머니를 두었다고 에콰도르 당국에 신고했다.


정태수 씨는 2007년 5월부터 키르기스스탄에 머물러 왔지만 2009년 수사 당국이 자신의 소재를 파악하자 2010년 7월 에콰도르로 도피했다. 고려인 1만7000여 명이 거주하는 키르기스스탄은 한국말을 섞어 쓰고, 중국과 접경인 탓에 한국인 외모가 눈에 띄지 않아 신분 세탁에 용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당시 외모와 연령이 비슷한 고려인으로 여권을 위조했고, 이 여권을 에콰도르 도주 때 사용한 뒤 현지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는 데 활용했다. 정태수 씨의 보호자로는 미국 시민권자인 ‘류 션 헨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이름은 정한근 씨가 고등학교 동창 류모 씨 명의로 위조한 여권의 이름이다.


정태수 씨는 지난해 12월 숨지기 전까지 약 5년간 에콰도르 과야킬시의 ‘로스 세이보스’ 국공립병원에서 무상으로 통원 치료 등을 받았다. 신부전증, 부정맥 등 만성질환 치료가 목적이었다. 의료진은 당시 “정태수 씨가 5년간 병을 앓아 왔고, 병원에 실려온 지 12시간, 응급실 이송 30분 만에 숨졌다”고 사망진단서에 기재했다.


검찰은 이미 사망증명서와 위조 여권상 사용한 이름이 동일한 것을 확인했고 에콰도르 당국에 장기체류 비자 발급 시 정태수 씨가 남긴 지문 등도 추가로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에콰도르에는 불법 이민자가 많아 외국인 사망 시 신고를 받고 정부 관계자가 나가서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태수 씨의 나이, 오랜 당뇨 병력, 정한근 씨가 에콰도르에 방문한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 과야킬=성혜란 채널A 기자


2019.07.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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