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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명상은 과학이자 철학… 종교를 떠나 이 시대에 꼭 필요하죠”

by동아일보

서울 참불선원에서 만난 각산 스님

동아일보

19일 만난 각산 스님은 명상을 ‘송아지 길들이기’에 비유했다. 송아지가 어미 소를 찾듯, 인간이 생각이 멈추지 않는 것은 본능이다. 말뚝(호흡)을 박은 뒤 끈(알아차림)으로 묶고 고요해지길 기다려야 한다. 스님은 “결국 몸은 자기에게 좋은 것을 찾아가는 게 자연의 섭리”라며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아진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명상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과학이자 철학이에요. 한 사람이라도 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시작해야 합니다. 이 좋은 걸, 종교가 걸림돌이 돼 못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어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계명상센터 참불선원. 가본 적은 없어도 들어는 봤다는 은마아파트 인근에 있는 선원은 아파트만큼 낡은 건물인데도 왠지 쾌적했다. 살짝 과장하자면, 깊은 산중 사찰에 들어선 기분이랄까. 선방(禪房)에서 만난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59)의 “빈객(賓客) 덕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서”란 농도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실은 스님이 7월 한국명상총협회를 창립하고 회장까지 맡았다는 소식은 다소 의아했다. 한국 불교 명상의 보급에 앞장서 온 그는 이미 국내외에서 세계적인 명상 수행자로 입지가 탄탄하다. 그런데 굳이 종교를 내세우지 않고 명상 모임을 만든 이유가 뭘까. 그걸 또 스님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속세에서 치를 마지막 책무”라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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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협회는 왜 만든 겁니까.


“경북 영주에 있는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의뢰한 적이 있어요. 뜻이 좋아서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중간에 무산돼 버렸습니다. 참여 기업 중 하나가 ‘종교적 색채’ 때문에 곤란하다고 했다는 겁니다. 서양에선 세계적 기업들이 명상 코스를 채택 못 해서 안달인데, 이게 뭔가 싶습디다. 그럼 좋다, 종교 신앙 상관없이 명상을 제대로 보급할 기구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죠.”


―참가 인사들이 무척 다채롭습니다.


“한국자연의학연구원장 이시형 박사, 정신건강 전문의 전현수 박사 등 분야가 다양합니다. 손진익 엘베스트그룹 회장과 김선오 경남자동차산업협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도 다수 참여했죠. 다들 종교는 물론 명상을 접한 출발점도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이 박사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예요. ‘이 좋은 걸 모두와 나누자’란 마음이 딱 하나의 공통분모입니다. 앞으로 목사님 신부님도 적극 영입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일단 이달 29∼31일 ‘대한민국 명상포럼’을 개최합니다. 명상도 종교나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한 전통을 지니고 있어요.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았습니다. 이에 발맞춰 함께 연구하고 모색하는 포럼을 통해 올바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지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는 ‘명상 뷔페’라고나 할까요. 이후엔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겠죠. 명상 지도자 양성, 한국명상수련원 건립 등이 핵심 과제입니다. 뭣보다 청년과 10대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제도 마련에 집중하려 합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에 관심이 커 보입니다.


“당연하죠. 나라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려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청소년이나 20대는 너무 스트레스가 극심합니다. 외부 요인도 크지만 심적인 여유가 없어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그보다 더 고마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명상은 일종의 놀이교육도 될 수 있어요. 또한 학습능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죠. 영주에 세울 한국명상수련원도 비슷한 취지입니다. 프랑스 테제공동체 같은 수행공동체를 통해 힐링을 전하고 싶습니다. 종교와 관련 없이 열린 수행 공간을 제공하는 거죠.”


―협회가 명상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지혜입니다. 명상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잠깐씩 호흡에 집중하면 됩니다. 생각을 멈출 순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자기만의 언어로 좋은 생각을 하는 거죠. 5분, 10분만 하면 고요하고 시원해집니다. 자연스레 안목과 통찰이 깊어집니다. 상대방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요. 그럼 삶의 지혜가 늘어나는 거죠.”


―앞으로도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벌여 놓은 게 많긴 합니다, 허허. 하지만 제 목표는 얼른 ‘흔적’을 지우는 겁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출가자의 본분으로 돌아가야죠. 너무 속세에서 포교 활동을 오래 했어요. 총협회도 몇 년 내로 안정되면 당장 직함을 벗어던질 겁니다. 덕망과 인품을 갖춘 분들이 많아요. 20여 년 달려왔더니 저도 ‘번 아웃 증후군’이 생겼어요. 공익을 위해 나서긴 했지만, 이제 잘 마무리하고 싶을 뿐입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