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빌 게이츠도 군침 흘린 ‘가짜 고기 버거’

[테크]by 동아일보

6조원 몸값의 美실리콘밸리 기업

식물성 고기 하나로 거액 투자 유치

식감과 구울때 냄새까지 똑같아

美 가전전시회에서도 화제 모아

동아일보

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만난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 임파서블 푸드의 마이클 멜턴 헤드셰프는 “한국에서도 우리제품이 환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잘 구운 바게트 두 쪽 사이에 두툼한 돼지고기 패티와 절인 당근, 오이, 고수가 끼워져 나왔다. 한입 베어 물자 고기 향과 고수 향이 코끝에 감도는, 영락없는 바인미(베트남식 샌드위치)였다. 그 패티가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라는 것만 빼고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 현장에서 가장 긴 줄이 늘어선 곳 중 하나는 기름진 바비큐 냄새가 풍기는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의 천막이었다.


임파서블 푸드는 지난해 11월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서 기업 가치 48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로 평가받았다고 보도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기업이다. 식물성 가짜 고기 하나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김정주 NXC 회장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에 구글이 3000억 원에 인수하려고 나섰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날 먹어본 임파서블 푸드의 돼지고기는 진짜 고기에서 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냄새와 빛깔, 형태를 띠고 있었다. 육즙이 부족해 약간 푸석이는 느낌을 빼면 식감도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이를 맛본 한국 방문객들은 “마치 짜장면에 갈아 넣은 고기 같다”는 반응이었다.


현장에서 임파서블 푸드 본사 헤드셰프인 마이클 멜턴을 만났다. 멜턴 셰프는 “우리 패티의 주재료는 콩과 코코넛 지방, 밀가루, 식물성 오일 등이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돼지고기는 기존 소고기보다 빛깔을 좀 더 붉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분자 조합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2011년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패트릭 브라운 교수가 창업한 임파서블 푸드는 콩에서 고기의 단백질 성분과 유사한 분자를 추출해 조합하는 방식으로 패티를 만든다. 그는 또 “냄새도 중요하다. 우린 특정 물질에 대한 가열 반응을 통해 진짜 고기 향과 구별할 수 없는 고기 냄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지난해 CES에서 소고기 패티 버거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돼지고기 바인미를 처음 선보였다. 멜턴 셰프는 “가짜 고기지만 가공 방식이나 요리법은 진짜 고기와 동일하다”면서 “사업 초기에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장 미국적인 햄버거로 메뉴를 선보였지만 앞으론 샌드위치, 볼로녜세 스파게티 소스, 라사냐, 각종 애피타이저 등 뭐든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고기가 채식주의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라 생각하지만 멜턴 셰프는 이를 일축했다. “상품 소비자 중 채식주의자는 약 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육류 소비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20, 30년 안에 이를 생산하기 위한 물, 목초지 등 각종 자원은 부족해질 것이다. 우린 이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대체육류 시장 규모는 7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임파서블 푸드는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의 1만7000개 식당에 임파서블 버거를 비롯한 메뉴들을 제공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2020.01.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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