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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뜨는상권 지는상권②

‘그곳’은 왜 지는 상권이 됐을까?

by이코노믹리뷰

줄어든 유동인구와 높은 임대료… 소비자 끌어들일 뚜렷한 요인 없어

‘그곳’은 왜 지는 상권이 됐을까?

“체감이 될 정도로 인원이 줄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인원뿐만 아니라 노량진 유동인구도 꽤 줄어들었다.”

 

공무원 준비생들을 위한 학원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에 있는 한 공무원학원 앞에서 ‘컵밥’을 파는 상인이 한 얘기다. 한때 국내 4대 수산시장 중 하나가 있는 상권인 노량진. 수만명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중하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노량진에 위치한 편의점 사장부터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의 저렴한 식사를 책임지는 고시식당 직원들까지 하나같이 “사람이 줄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량진, 공시생 빠지면서 상권도 침체

‘백로의 땅’이라는 노량진은 1970년대 말 정부의 인구밀집 해소정책이 시작되면서 학원가가 형성됐다. 종로에 있던 유명 입시학원들이 대거 노량진1동으로 이전하면서 수험생과 유동인구가 급증해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노량진 학원가는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 중 하나가 됐다. 연간 5조원이 드나들 정도로 큰 상권인 노량진 학원가는 공시생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A 공무원 학원에 근무하는 이 모 씨는 “학원 수강생 수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학원은 격월로 공시생을 받는데 매달 사람 수가 줄고 있다”면서 “인터넷 강의가 발달하면서 수강생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씨는 “노량진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면서 “노량진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편이다. 공시생들이 학원에 와서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경우가 많지 않다. 수강을 신청한 학생 중 절반 이상이 두 달 정도 지나면 학원에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곳’은 왜 지는 상권이 됐을까?

노량진 인기 뷔페식당 고구려 폐업 모습.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공시생이 줄어들면서 노량진 주변의 고시생 식당들의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공시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G 식당은 지난달 9일 폐점했다. 이 식당 주인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면서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한다. 감사하다”는 대자보를 식당 앞에 붙였다. 현재 가게 안에서는 내부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H 중개업소 관계자는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반면 임대료는 계속 높아지고 있으니 이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식당들이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면서 “G 식당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폐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곳’은 왜 지는 상권이 됐을까?

노량진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 교실 모습. 사진=뉴시스

공시생뿐만 아니라 노량진에 거주하는 인구수도 감소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4만7861명인 노량진 인구는 2016년 4만7615명, 지난해 4만6767명, 올해 4만5850명으로 줄었다.

 

고시원도 죽을 맛이다. 방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다. 노량진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B씨는 “방값을 30만원 중반에서 20만원 초반대까지 내리고 있다”면서 “원룸을 이용하는 공시생들도 학원가를 떠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역 주변에는 공실률이 절반이 넘는다”고 전했다.

‘그곳’은 왜 지는 상권이 됐을까?

한적한 노량진 대로변.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종각 상권도 사향길 

상권이 죽어가는 것은 노량진뿐만이 아니다. 종각 상권, 경리단길, 명동, 동대문쇼핑몰 등으로 쉴 새 없이 인파가 몰려들었던 이곳은 몰락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매출 감소에 있다. 종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종로구 상권 월평균 매출액은 3776만원으로 같은 해 상반기 4486만원보다 7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가장 많은 업종을 차지하는 음식업은 상반기 4249만원에서 3864만원으로 400만원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

 

매출이 감소하고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임차인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종각 상권의 임대료가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종각 인근 W중개업소 관계자는 “죽어가는 상권들은 사실 임대료가 낮다”면서 “익선동과 공평동 등 주변 종로 상권이 인기를 끌면서 전체 임대료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로변 건물들은 임대료를 50% 이상 내렸는데도 상가가 나가지 않는다”면서 “임대료를 조금만 받으면서 운영하는 가게도 있다”고 전했다. 종각 상가는 권리금도 하락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젊음의 거리에 있는 1층, 면적 45㎡ 규모 점포 권리금이 2년 전 2억1160만원에서 지난 6월 기준 1억8138만원으로 14% 빠졌다.

 

그는 “문제는 매출 대비 임대료가 아직 높은 수준”이라면서 “젊음의 거리 초입에 있는 지상 1층 25평 상가 매물은 보증금 3억5000만원에 월세가 3000만원이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곳’은 왜 지는 상권이 됐을까?

종로 1가 거리 모습. 사진=플리커스

주변 상권이 성장하는 것도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소비자들은 길 건너 옛 피맛골터에 조성된 대형 오피스 빌딩과 맛집거리로 새로 꾸린 청진동과 공평동 등으로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옛 피맛골 상권은 새로운 오피스가 들어서면서 든든한 배후 수요를 확보한 데다, 인근 문화시설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말에 상권을 유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종각 상권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 결과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종각 상가 평균 임대료는 서울에서 명동, 강남대로 다음으로 비싸다. 종각 상권은 전통의 큰 상권이었지만, 2014년 중반부터 광화문에 들어서는 새 오피스 빌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임대료가 뛰었다.

 

부동산 리서치센터의 한 연구원은 “노량진이나 종각 등의 상권은 서울 상권 지형도 변화와도 관계 있다”면서 “최근 몇 년간 전통적인 대표 상권 외에 이태원 경리단길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등 골목 상권이 인기를 끌면서 손님이 분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명동이나 강남은 중국인 관광객 위주의 상권으로 변화했으나 종로는 상권을 떠받칠 뚜렷한 요인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노량진 역시 시대 흐름과 기술이 변화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상권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죽어가는 상권은 젊은 층을 끌어들일 새로운 매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