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프로필에 '짜증 나' 적는 신입사원 안타까워"

[라이프]by 이데일리
"SNS 프로필에 '짜증 나' 적는

베스트셀러인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회사어로 말하라' 등 10권이 넘는 직장인 처세술을 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범준(50)씨. 현재 LG유플러스에 재직 중인 24년 차 직장인이기도 한 그는 최근 신입사원들이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짜증 나’, ‘열 받아’ 등을 올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신입사원을 혼내고 난 부장님이 이런 프로필을 봤다면 ‘나한테 하는 말인가?’하며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그는 말했다. 굳이 모바일 메신저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신입사원이 있다면 김씨는 차라리 휴대폰을 하나 더 살 것을 권장하는 편이다. 김씨도 SNS을 적극적으로 하려다가 본인이 올린 글이 의도와는 다르게 빈정거림으로 돌아오는 일을 겪고는 일과는 관련 없는 친구 5명과만 SNS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라는 바닥은 정말 좁아요. 동종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집니다”


그는 최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회사는 회사고 집은 집”이라며 “‘and’로 묶어야 할 게 아니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프, 개인생활을 방해하는 상사나 회사도 문제가 있지만 회사에서 위로, 따뜻함을 기대하는 신입사원들의 자세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먹고 살 수 있는 월급을 주는 회사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회사에서 만큼은 성과를 낼 생각으로 제대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처세술 전문가로 회사에서 말실수를 안 했을 것 같은 그이지만 30대 시절 회사에서 한 말실수들이 지금의 김씨를 만들었다. 3년 차 직장인 시절 “금요일 밤인데 뭐할 거니?” 라는 상사의 말에 생각 없이 “오늘 나이트클럽에 갈 겁니다”라고 답했던 김씨. 월요일에 회사에서 만난 상사가 “금요일 날 잘 놀았니?”라는 질문에 “네 새벽 2시까지 노느냐고 힘들었어요”라고 대답했다.

"SNS 프로필에 '짜증 나' 적는

(사진=김범준 작가)

정확히 10년 후 다시 만나게 된 그 상사는 김씨를 보자마자 이런 말을 내뱉었다. “아직도 나이트클럽에서 새벽까지 놀고 그러나?” 무심코 대답했던 사생활이 결국 그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24년간 직장에서 고충을 겪었던 그는 지금 신입사원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든단다.


“이번 주말은 시댁에 가느냐 힘들어요”, “체력이 약해서 산에 가려고요”라고 말을 던지면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이다. ‘일보다는 가정일에 얽매인 직원’, ‘체력이 약해서 중요직책을 맡기기 고민되는 직원’이라는 인식이 남아 승진 등 좋은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는 사생활은 분리하되 회사에서는 철저히 회사의 언어로 회사에 충성하며 일할 것을 강조했다.


39살 무렵 김씨는 후배에게 밀려 승진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차라 상사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왜 제가 아닌 건가요?” 그러자 상사는 “너는 실적도 좋고 다 좋은데 말을 못해. 말부터 배워. 이 새끼야”라고 답했단다. 돌아보니 그는 “팀장님 저 이것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맛있는 커피 한 잔 사드릴 테니 가르쳐 주세요” 등의 말을 이상하게 회사 내에서만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영업직원인 까닭에 밖에서는 거래처와 긴밀하게 지내며 말도 잘했는데 이상하게 안에서는 ‘자존심’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24년 차 직장인이지만 아직도 회사에서 신경질을 듣거나 지적받을 때가 있어 그는 명상을 배우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30초만 숨을 관리해도 화가 내려간다고 한다.


김범준씨는 “가장 힘이 센 자는 자신을 제어하는 사람”이라면서 직장생활은 말투부터 SNS, 스트레스까지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선 기자

2018.10.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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