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지..BMW 740e

[테크]by 이데일리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대두된 배기가스 환경문제는 자동차 브랜드에게 커다란 숙제를 남겨줬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에게는 위기 요소로 다가왔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이미 친환경 저공해차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유럽ㆍ미국 역시 배기가스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소비자는 높은 출력을 뿜어내던 거대한 고배기량 다기통 엔진을 부담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것의 전유물인 높은 출력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현재 아우디는 순수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하이브리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쌀쌀한 가을비가 내리던 날 BMW 740e를 만났다. 전기모터로 일부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스포츠카 ‘i8’로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인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효율성의 결합을 시험했던 BMW는, 내친김에 플래그쉽 세단 7시리즈에 ‘i퍼포먼스(iPerformance)’ 라고 명명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올렸다.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결합되긴 했지만 BMW에서 가장 거대한 플래그십 세단의 보닛 아래 중형차에서나 쓰는 2.0L 4기통 엔진이 달려 있다는 것에 첫 인상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BMW 740e의 외관은 효율성을 앞세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임에도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돼 공격적인 인상을 보여준다. F30 3시리즈를 통해 선보여 호불호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앞트임 헤드라이트는 이제 모든 라인업에 적용되면서 익숙해졌다. 그 속에 자리잡은 ‘L’자 형태의 코로나 램프가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기존 LED헤드램프 대비 10배 밝은 ‘레이저 라이트’는 뛰어난 야간주행 가시성을 제공한다. 고속주행 시 자동으로 닫혀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액티브 셔터 그릴’에는 파란색 줄을 덧대 친환경차 느낌을 살렸다.


측면은 카펫 형태의 웰컴라이트로 근사함을 더했다. 미쉐린 ‘프라이머시3’ 타이어와 매칭되는 스포티한 디자인의 알루미늄 휠은 19인치라는 거대한 사이즈에도 다소 작아 보였다. 후면은 유려한 디자인의 풀LED 리어램프가 눈길을 끈다. 과격한 디자인의 범퍼와 대구경 듀얼 머플러가 고출력을 연상시킨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외관에서 다른 7시리즈와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플러그인 왼쪽 펜더에 하이브리드 차량임을 증명하는 완속 충전구가 있다. 그 밖에 그릴 속 파란색 포인트 라인, C필러 기둥에 붙은 ‘EDrive’ 뱃지, 후면에 붙은 ‘740e’ 레터링이 전부다. 롱 휠베이스 모델은 아니었지만 흰색의 깔끔한 바디와 차체 크기에서 오는 덩어리 감은 플래그쉽 세단에 걸 맞는 웅장함을 보여준다.


다만 시승 내내 이런 아쉬움이 다가온다. 740e와 M 스포츠 패키지는 썩 잘 어울리는 구성은 아니었다. 주행감성을 통해 느껴지는 차량의 지향점이 스포티와는 거리가 있어 보여서다.


여담으로 7시리즈의 디자인은 한 급 아래 5시리즈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숙명의 라이벌인 메르세데스-벤츠의 CㆍE클래스와 S클래스를 번갈아 보면서 느껴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C클래스는 ‘베이비 S클래스’지만 7시리즈는 ‘어덜트 5시리즈’같은 느낌이 나서다. 멀리서 보면 5시리즈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 차별화가 불분명하다. ‘(신차 및 디자인 콘셉 방향이)벤츠는 S클래스에서 내려오고 BMW는 3시리즈에서 올라간다’라는 풍문이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육중한 디스플레이 키를 들고 실내로 들어선다. 자율주행 자동주차 기능이 달린 키다(시승차는 이 옵션이 빠져 있다). 다크 브라운 톤 가죽으로 마감된 실내는 BMW 특유의 수평식 레이아웃과 어울려 도시적이고 차분한 인상을 준다. 짙은 색의 우드트림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버튼, 장식이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지만 엠비언트 조명으로 상쇄시킨다.


퀼팅무늬의 고급스런 시트는 사이즈가 넉넉하다. 앞뒤 4개 좌석 모두 마사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 시 사이드 볼스터를 조여주는 데 마른 체형의 기자에게는 체감이 크지 않았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계기판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다른 테마를 제공한다. 특이한 점은 계기판 내부에 있는 LCD창을 이용해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다른 차종과 달리 풀LCD계기판임에도 표현되는 정보의 수가 많지 않게 간결하다는 점이다. 오로지 주행에 필요한 정보만 제공된다. 거의 모든 정보는 ‘i-Drive’로 통합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로 제어가 가능했다.


플로팅 타입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동굴형 타입보다 훨씬 개방된 시야를 제공한다. 고화질의 깔끔한 UI와 정전식 터치를 지원해 직관성이 높아졌다. 순정사양 내비게이션은 악명 높던 기존 세계지도 방식을 버리고 국내 업체의 데이터를 사용해 사용성이 훨씬 좋아졌다. 기존 내비를 사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에 가까웠던 헤드 업 디스플레이와의 연계성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특히 터널이나 교차로 통행 시 제공되는 3D그래픽이 상당히 뛰어나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 역시 뛰어난 화질을 보여준다. 3D 모드 작동 시 마치 게임을 하듯 차량의 주차상태를 다각도로 볼 수 있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손동작을 인식하는 ‘제스처 컨트롤’은 음악재생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꽤 많은 부분에서 사용하도록 가이드가 제공되지만, 특정 동작에서는 인식률이 떨어져 i-Drive 다이얼을 이용하는 편이 나았다. 공조장치는 별도의 그래픽이 포함된 터치스크린을 마련해 사용성이 좋다. 르노삼성 ‘퍼퓸디퓨저’로 먼저 경험한 바가 있던 순정 방향제 옵션도 있다. 사양표에 적혀있는 스마트폰 무선충전기가 어디 있는지 한참 찾다가 콘솔박스 안에서 발견했다. 보편적인 위치가 아닌 터라 불편할 수 있겠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오너드리븐 성향이 강한 숏 휠베이스 모델임에도 뒷좌석 승객을 위한 배려가 넘친다. 전동식 후방커튼과 측면 커튼, 심지어 쿼터 글래스도 전동으로 커튼을 닫아준다. 플래그쉽 세단답다. 암레스트에 있는 갤럭시 탭을 이용해 시트 조절과 공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대형세단 다운 넉넉한 실내공간을 제공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특성으로 트렁크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 덕에 트렁크 공간은 다소 작게 느껴진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시동을 걸었다. 아무런 소리 없이 계기판만 화려하게 반응한다. 2톤에 이르는 거대한 차체가 아무런 소음 없이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모터 출력만 113마력에 달해 시내 주행에서는 스트레스 없이 EV모드로만 주행할 수 있다. 막히는 서울 시내를 20km 가량 움직이며 거의 모든 배터리를 소진할 때 까지 2리터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오르고 나서야 가솔린 엔진이 힘을 보탠다. 배기량은 낮지만 트윈스크롤 터보를 이용해 258마력, 최대 토크 40.8kg.m를 발휘해 뒷바퀴를 굴린다. 전기모터와 힘을 합칠 경우 시스템 출력은 최대 326마력에 달한다. 시원스런 가속성능이 6기통 엔진 라인업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빠릿한 8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됐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부드러운 승차감과 주행감을 선사한다. BMW 직렬 6기통 엔진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은 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부드럽다. 오히려 정숙성은 더 뛰어났다. NVH는 두말 할 필요가 없고 EV모드로 주행 중 시동이 켜지더라도 너무나 매끄러워 동승객이 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뛰어난 출력을 확보하면서도 동시에 높은 효율성을 달성한다. 공인연비는 11.1km/L(전기 3.0km/kWh)로 가격대가 비슷한 ‘740d’에 비해 고속주행 연비는 다소 떨어지지만 종일 막히는 도심주행이 잦다면 PHEV 효율이 빛을 발한다. 여기에 디젤을 압도하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정숙성과 부드러움은 덤이다.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레이더 크루즈 주행보조장치를 탑재했지만 핸들을 놓고 유지되는 수준은 10초 남짓이다. 시승차 만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차선이탈보조 동작 시 차체가 왼쪽 차선에 좀 더 붙었다. 왼쪽 차선을 카메라가 읽어 기준선으로 잡는 듯 하다. 최근 나온 기아 K9이나 벤츠 S클래스의 주행보조장치와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몇 초 만에 경고가 들어온다. '제발 운전에 집중하라'는 BMW의 고집이 돋보인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할 겸 배터리 충전을 하려고 했는데 웬걸, 충전이 불가능했다. 740e의 충전방식은 ‘DC콤보’로 완속 충전만 지원한다.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에는 대부분 급속충전기만 구비되어 있다. 덕분에 장거리를 갈 때는 전기 충전이 불가능한 일반 하이브리드 차가 된다. 그럼에도 평균 10km/L를 우습게 넘기는 연비 덕에 마음이 편했다.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BMW 740e는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을 통해 보여줬던 생색 내기용 하이브리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효율과 성능을 모두 잡은, 본격적인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다. 비록 이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기계적 완성도의 정점에 오른 그들 답게 실력을 어김없이 뽐냈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까지 잘하는 모범생이 ‘뛰어난 출력과 동시에 높은 효율’이라는 시장의 무리한 요구에도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했다. 물론 그에 대한 값은 부담스럽지만 말이다. 무려 1억4000만원대다. 평소에는 연비를 고려하면서 편안한 뒷좌석의 7시리즈를 즐기다 주말에는 야수성을 느낄 스포츠 드라이브를 경험하겠다면 740e는 좋은 대안일 수 있겠다.


한줄평


장점: 시종일관 부드럽고 조용한 플래그쉽의 매력, 거기에 더해진 PHEV의 효율성


단점: '어 저거 520d인가?'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시승기] 고성능에 두 자릿수 연비까
2018.11.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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