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구하라 비극에…외신·연예계 한 목소리 "K팝 변화 절실"

[연예]b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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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지난 2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와 지난달 14일 앞서 세상을 등진 가수 겸 배우 설리. (사진=구하라 인스타그램)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사망 소식을 접한지 한 달 여 만에 또 한 명의 젊은 K팝 스타가 세상을 등졌다. 지난 24일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28)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인 및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추모 및 애도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등 해외 외신들은 스타들을 잇달아 우울과 죽음으로 몰아 넣는 K팝 산업 구조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연예계 내부에서도 스타들이 앓는 마음의 병을 돌보지 못하는 현재의 매니지먼트·방송 시스템과 함께 위험수위에 달한 댓글 문화에 대한 개선 요구가 고개를 든다.

美 외신, K팝 구조 지적…“정신건강 지원 부족”

구하라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미국의 각종 외신들은 이를 앞다퉈 보도, 최근 잇달아 벌어지는 K팝 스타들의 비극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24일(현지시간)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K팝 인재들이 잇달아 숨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호소했고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지독한 산업의 징후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날 구하라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K팝 스타들이 겪는 압박과 문제점 등을 비중있게 다뤘다. WP는 “구하라는 그녀의 친구인 K팝스타 설리가 숨진지 6주도 채 되지 않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며 “K팝스타들이 팬들에 의해 엄청난 중압감을 받고 있다. (한국은) 부유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지원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2명의 여가수(구하라와 설리)는 연예인이란 이유로 연애나 실생활을 통제받았고 사생활이 대중에 (노출돼) 검증을 받았으며 악의적인 온라인 비평에 시달려야 했다”고 비판했다.


CNN은 설리와 구하라의 사망으로 K팝 스타들을 향한 온라인 악성댓글(악플) 근절에 대한 논의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에 비중을 뒀다. CNN은 “이번 사건은 온라인 악성 댓글에 의한 K팝 스타들의 극심한 압박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며 지난달 14일 먼저 세상을 떠난 설리와 2017년 사망한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의 사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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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송된 KBS2 ‘거리의 만찬’에 출연한 신화의 김동완이 고(故) 설리의 사망 소식을 접한 당시의 심경과 소신을 전했다. 같은 날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의 사망 비보가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거리의 만찬’ 방송화면 캡쳐)

“심리 성장 못 거친 채 악플 노출”…인식 함양 절실

연예계 내부에서도 마음의 병을 제대로 돌볼 틈도 없이 어린 나이부터 치열한 경쟁과 연습생 생활로 길러진 아이돌 스타들이 대중의 시선과 미디어 속에 무방비로 소모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악플 문화의 근절과 함께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근본적인 질적 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룹 신화의 김동완은 앞서 설리의 사망 당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도,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이 넘쳐난다”며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마만큼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4일 방송된 KBS2 ‘거리의 만찬’에 출연해서도 “우리 때는 유명세를 타는 속도가 완만했다. 지금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너무 많은 매체에 내 얼굴과 사생활이 공개된다”고 꼬집었다.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원더걸스 출신 유빈도 “어린 친구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아픔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다”며 “심리적 성장을 거치지 못한 채 악플에 노출된다. 직업 특성상 그 고통을 털어놓기도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연예인 자살 예방 센터’를 개소, 무료 연예인 상담을 돕는 개그맨 권영찬 역시 “많은 연예인들이 연습생 때부터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해왔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서고 나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인식 함양 교육이 절실하다. 악플들이 근절돼야 하는 것도 맞지만 연예인들이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먼저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심리, 정신 전문가를 두는 소속사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형식적 수준이다. 개개인 케어가 가능할 수 있게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연구 면에서도 질적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2019.11.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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