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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하는 예술가일 뿐"

by이데일리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 인터뷰

허름한 철공소 위층 작업실 삼아

기술접목 통해 예술 한계 도전

가상현실 접목한 전시회 열고

모바일게임 개발 '왕성한 활동'

유혹 흔들리지 않고 작품만 할 것

실력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싶어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

문준용 작가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업실 입구에 섰다. 아티스트로서 장단점을 묻자 ‘완벽주의’로 퉁친다. 한 작품에 꼬박 한 달이 걸리는 것도 그 때문일 거라고 자체진단을 했다. “난 모험이 좋다. 개척정신도 있다. 소신 같은 게 있어 내 마음대로 하려는 성향도 있다. 그래서 잘 맞는다, 이 분야가”(사진=노진환 기자).

젊은 예술가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재상가. 한때는 ‘대한민국 철강재 판매 1번지’였던 곳이다. 1960년대 경인로를 따라 철재상이 하나씩 들어서면서 철공소가 800여곳이 밀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불어온 개발바람은 더 무거운 철근을 들이댔고 이내 동네는 부식한 쇳가루처럼 흩어져 갔다. 철재상을 대신해 이 스산한 공간에 하나둘 모여든 건 가난한 예술가였다. 작업공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이들이 하나씩 정착한 것이다.

 

누가 봐도 군더더기 같은 묘사가 이처럼 구구절절한 건 뭔가 기대치와 어긋났다는 뜻이다. 그랬다. 이곳에서 좀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큰 도로 양편으론 길쭉한 건물들이 우뚝 섰지만 한 블록만 들어가면 여전히 쇳내와 소음이 진동하는 공장건물. 그와의 대면은 간판도 없는 2층짜리 낡은 공장을 기웃거리며 입구를 찾는 일부터 시작됐다. “알려주신 주소로 찾아왔는데 들어가는 곳을 못 찾아서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35). 첫 만남부터 평범치 않았다. 미술가의 작업실을 모조리 찾아다닌 건 아니지만 이제껏 중 대단히 인상 깊은, 아니 솔직히 눈에 띄게 허름하고 또 허술한 장소였으니까. 그의 작업실은 건물 위층의 가장 끝방이었다. 66㎡(20평) 남짓 될까. 그는 이 공간을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소개한 2명의 아티스트와 2013년부터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 두 대가 올라 있는 책상 앞에서 그는 작업 중이었다.

공식 직함대로 ‘미디어아트 전시·모바일게임 출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일 아닌가. 그런데도 그는 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바뀐 신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숨죽였던 듯 본업에 더 열심이다.

 

이름 앞에 붙는 공식 타이틀은 두 가지. 미디어아티스트와 게임회사 티노게임즈의 이사다. 최근 이 직함에 걸맞은 두 가지 일을 해치웠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서 연 기획전에 8명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 것이 그 하나. 다른 하나는 2년 전 공동설립한 게임회사에서 첫 모바일게임 ‘마제스티아’를 출시한 것이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라 더했겠지만 그를 향한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다. “바뀐 신분이 실감나느냐”라고 대놓고 물었다. 문 작가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부터 가로젓는다. “미술관 전시는 방문객 수로 이어져야 하는데 어쨌든 찾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다. 작품이 궁금한 건지 다른 게 궁금한 건지 명확하진 않지만. 게임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운로드 수나 평가나. 출시 얼마간은 상승곡선을 타게 돼 있어 사실 이후가 중요하다.”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

어찌 보면 문준용 작가에게는 ‘기술하는 아티스트’란 수식이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굳이 예술가라기보다는. 미디어아트의 디자인하고 분석하고 보완하는 작업과정은 게임개발과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인터랙션이 들어가는 순간 이 과정은 필수가 된다고(사진=노진환 기자).

미술관 전시작은 ‘비행’(Flying·2017)이다. 작품과 관람객이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이다. 두 개의 스크린을 벽면에 열고 키넥틱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한 뒤 율동 이미지로 변환해 투사하는 방식. 그는 동작인식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 “2009년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과제로 구상했던 것을 이번 전시용으로 구현했다. 관람객이 마치 활공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관건인 작품이다.” 핵심은 두 사람이 동시에 참여해 만드는 움직임. “원래는 1인용이었다. 3D 가상공간에서 두 사람이 함께 비행하는 콘셉트로 바꾸며 서로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기존 예술이 하지 못한 것 추구하려”

문 작가의 작품에서 ‘기술’은 중요한 요소다. 기존 예술이 하지 못한 방식을 기술로 추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눈빛을 반짝였다. “일종의 실험이고 개척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다는 의미다. 기술자가 다루는 기술과 예술가가 다루는 기술이 다를 테니까. 프로그래밍은 전문가 수준이라 꽤 어렵다.” 다만 나아진 환경 덕은 톡톡히 보고 있단다. “나 같은 비전공자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됐다. 난이도도 떨어졌고 비용도 싸졌다. ‘비행’의 경우 사람의 관절을 감지하는 키넥틱센서를 붙였는데 예전에 몇백 몇천만원이 들었을 것을 이젠 몇십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사정이 나아졌다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예술을 한다면 짐처럼 얹고 가야 하는 게 있다. 먹고사는 일. 문 작가 역시 그 부분에선 자유롭지 않았을 터. 작품을 팔기도 했느냐는 질문에 “두 점 정도 팔았다”는 대답이 왔다. 경기 가평의 인터랙티브아트뮤지엄이 상설전시하고 있는 ‘확장된 그림자’(2010)가 그중 하나다. 그런데 팔았다고 끝난 일이 아닌가 보다. “한겨울에 야외설치를 했더니 고장이 자주 났다. 그때마다 AS를 하러 달려갔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미디어아티스트로서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그나마 지금은 별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단다.

 

“작품값은?” 좀 짓궂다 싶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꽤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들어간 비용이 있으니까. 컴퓨터 프로젝터에 특수부품, 적외선카메라 등 장비만 몇백만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젊은 작가의 미디어아트가 잘 팔릴 리가 있나. AS 문제도 있고 기술은 계속 발전하니까 소장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다”며 웃는다.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

“작품만 열심히 하련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저 실력 있는 작가라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싶다.” 그간 세상이 폄훼한 ‘작가 문준용’에 대해 제대로 알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사진=노진환 기자).

대선 후 부모님 처음 봬…“고생했다 기특하다”

며칠 전 청와대에 다녀왔다고 했다. 지난 대선 이후 처음 뵌 부모님이었다. 당신들 힘들었던 건 아랑곳없이 “고생했다, 기특하다”는 말씀만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일을 어찌 한꺼번에 다 했느냐고.

 

어릴 적부터 만화·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단다. 그 꿈을 누르고 얌전히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결국 고3 때 터졌다. 미대에 가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당시 부모님의 반응은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았나 보다. 어머니는 ‘결사반대’, 아버지는 ‘묵묵부답’. 지금껏 자식 일에 별로 간섭이 없었다는 부모님의 성정을 볼 때 당시의 그림이 그려지긴 한다. ‘전공은 다른 걸 하고 예술은 취미로 하면’이라고도 하셨고 ‘그나마 순수예술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도 하셨단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전시장을 찾은 부모님에게 “재미있네. 잘해 봐라”는 칭찬도 받았다니. ‘성공한 반항’이었던 셈이다.

“유혹에 기웃거리지 않겠다”

팔리는 작품을 만드는 건 그에게도 과제다. 미디어아트가 팔릴 수 있다는 건 관람객을 충실히 배려했다는 거니까. 그래도 지금까지는 괜찮았단다. 먹고살 만 했다고. 비교적 잘 풀린 편이라고. 작품활동만으로 수입이 생겼으니까. 프리랜서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앞으로는? “하루살이라…. 결국 이번에 출시한 게임의 성공여부에 따라 계획이 바뀔 것 같다. 어쨌든 2년여 게임개발에 몰두하느라 놓고 있던 작품활동에는 매진할 생각이다.”

 

그 외에 한 가지. 지난 대선 때 불거진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은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고통받은 주위 사람을 위해서란다. “적극 대응해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아내와 가족, 친구들이 피해를 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달라진 건 없다’는 게 소회라면 소회고 ‘다른 유혹에 기웃거리지 않겠다’는 게 각오라면 각오다. “작품만 열심히 하련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저 실력 있는 작가라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싶다.” 그간 세상이 폄훼한 ‘작가 문준용’에 대해 제대로 알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러곤 이어지는 희망사항.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게임이 성공해 10명 남짓 회사식구를 굶기지 않길, 2년여 투자한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길, 거기서 힘을 얻어 작품활동에도 매진할 수 있게 되길. 대통령 아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서른다섯 살, 이 땅의 한 젊은이가 바라는 게 이보다 더 요란하다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

문준용 작가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업실 입구에 섰다. 아티스트로서 장단점을 묻자 ‘완벽주의’로 퉁친다. 한 작품에 꼬박 한 달이 걸리는 것도 그 때문일 거라고 자체진단을 했다. “난 모험이 좋다. 개척정신도 있다. 소신 같은 게 있어 내 마음대로 하려는 성향도 있다. 그래서 잘 맞는다, 이 분야가”(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