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는 옛말… 돌아온 고급차 시대

[테크]by 이투데이
이투데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우차 임페리얼이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을 얹고 고급 대형차를 표방했다. 현대차 8세대 쏘나타가 차 길이만 3cm 짧은 대신, 차 너비와 높이는 쏘나타가 더 넉넉하다. (출처 광고연구원)

글로벌 고급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가 주도해온 고급차 시장은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단순하게 판매를 늘리는 것이 아닌, 대형 세단 중심의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영토를 넓히는 전략을 펼쳤다.


예컨대 대 배기량 고급 세단에 집중해온 이들은 중형차와 소형차까지 차종을 다양화했다. 나아가 경박스럽다는 이유로 등한시했던 SUV 시장에도 속속 뛰어들어 프리미엄 SUV라는 명제를 본격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도 시도했다. 세단은 물론 SUV와 프리미엄 모터사이클에 집중해온 BMW와 달리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든 분야에 다 뛰어들었다. 결국 대형 트럭과 버스까지 생산하며 영역을 확대했다.


일본 토요타에서 출발한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도 마찬가지로 “고급차이니만큼, 세단만 만들겠다”던 고집을 내던지고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소형 해치백(트렁크가 없는 5도어 스타일) CT200h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렉서스 가운데 처음으로 프리미엄 미니밴을 내놓기도 했다.


이투데이

글로벌 고급차 시장 상승세 회복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매년 9000만 대 규모의 신차가 팔린다. 여기에서 미국 GM과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각각 900만~1000만 대씩을 차지한다.


고급차 시장은 이 8000만 대에서 약 13% 비중을 차지한다. 약 1000만 대 규모의 고급차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와 BMW, 아우디가 각각 200만 대 안팎을 판매하며 경쟁 중이다.


2008년 리먼쇼크를 전후해 고급차 시장은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시작했다. 국제유가가 치솟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배기량 높은 고급 세단이 위축된 것.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소형차까지 영역을 넓힌 것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벤츠와 BMW, 아우디는 이른바 12기통 6000cc 세단의 몸집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다운사이징(엔진 배기량을 낮추고 연비를 끌어올리는 방법)’ 추세였다.


고급차 브랜드의 처연한 노력에도 시장은 점진적으로 위축됐다. 고급차 회사의 제품 및 마케팅 전략보다 소비심리 위축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반전은 올해부터 시작했다. 5년 연속 상승폭이 줄어든 고급차 시장 성장세가 올해부터 V자 곡선을 그리며 반등하기 시작한 것. 전체 시장이 감소 또는 저성장 기조를 시작한 것과 달리 고급차 시장은 성장 폭을 늘려가고 있다.

美 GM은 캐딜락으로, 포드는 링컨으로 고급차 공략

고급차가 아닌, 일반 양산차 브랜드 역시 일찌감치 고급차 전략을 앞세웠다. 기본 모델의 디자인을 소폭 바꾸고 편의장비를 크게 늘려 고급차처럼 꾸몄다.


미국 GM은 캐딜락을, 포드는 링컨을 고급차 브랜드로 앞세웠다. 한계점이 뚜렷하지만 일반 양산차와 고급 자동차 사이를 틈새시장으로 여긴 ‘어퍼 미들 클래스’다.


일본 역시 일찌감치 미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범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일본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다. 이어 닛산 역시 인피니티를 앞세워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버금가는 성능과 내구성, 감성 품질 등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투데이

현대차 1세대 에쿠스. 공동개발에 나선 일본 미쓰비시는 ‘’센테니얼‘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사진제공 현대차)

국내 최초의 6기통 3.0 세단 임페리얼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고급차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자동차 역사 자체가 짧은 마당에 고급차를 논할 여유가 없었다. 자동차 자체가 부와 성공을 상징했다.


1980년대 중반, 마이카 붐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차 등급도 △소형차 △준중형차 △중형차가 전부였다. 배기량 역시 1500㏄와 2000㏄급이 주류였다.


국내 고급차 시장은 초기 대우자동차가 주도했다. 12·12사태 이후 군사정권이 나라를 장악하면서 공업합리화 조치를 내렸다. 현대차는 소형차, 대우차는 중형차를 전담하도록 했다. 기아산업은 상용차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때 현대차는 독자기술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기아산업은 1톤 화물차를 베이스로 한 승합차 봉고 덕에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GM 산하 호주 홀덴과 오펠에서 기술을 가져온 대우차는 임페리얼을 앞세워 3000cc 대형차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후 10년 지난 1998년 현대차는 처음으로 고급차 브랜드에 도전했다.


일본 미쓰비시 기술을 도입해 초기 소형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던 현대차는 미쓰비시와 고급 대형차에 도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1세대 에쿠스를 내놨고, 미쓰비시는 센테니얼로 팔았다.

이투데이

현대차 2세대 에쿠스. 차 전체에 현대차의 H 앰블럼을 달지 않을 만큼 고급차 브랜드 지향성이 뚜렷했다. (사진제공 현대차)

현대차로 팔린 1~2세대 에쿠스, 이제 제네시스로

당시 현대차는 일본 토요타의 렉서스처럼, 에쿠스를 차종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격상시키기 위한 작업을 추진했다.


다만 초기 미쓰비시가 개발했던 V8 엔진의 완성도가 떨어졌고 여전히 현대차가 지닌 브랜드 한계점이 뚜렷해 프로젝트는 잠정 보류됐다. 이후 10년 만에 2세대 에쿠스가 등장한다. 꽤 걸출한 상품성을 지녔음에도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 대신 북미시장에서 현대차 에쿠스로 팔렸다. 독일 폭스바겐이 벤틀리와 동일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급차를 개발했지만, 폭스바겐의 이름은 그대로 썼다. 결국 북미시장에서는 극심한 판매부진 탓에 곤혹하기도 했다.


당시 매물로 나왔던 애스턴마틴과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을 등지고 현대차는 독자적인 고급차 브랜드를 출범하기로 했다. 2015년 그렇게 제네시스가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투데이/김준형 기자 junior@etoday.co.kr

2019.06.25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읽는 진실의 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언론
채널명
이투데이
소개글
세상을 읽는 진실의 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언론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