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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마산, 굴뚝연기 사라진 곳에
문화향기 피어나네

by파이낸셜뉴스

유명한 마산 간장·소주, 다 물맛 덕분이지예~

옛 산업도시, 화려한 시절은 지났지만 그 시절 이야기 곳곳에 흘러넘쳐

마산어시장, 창동예술촌 거닐다보면 묵직한 삶의 무게 느껴져

마산, 굴뚝연기 사라진 곳에 문화향

경남 창원 용지호수 공원이 최근 낭만적인 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뜨고 있다. 진짜 보름달이 두둥실 떠있는 듯한 3.8m 크기의 야간 보름달 조형물 덕분이다. 사진=조용철 기자

마산, 굴뚝연기 사라진 곳에 문화향

창원 용지호수공원

지난 2010년 창원시는 옛 창원, 마산, 진해가 자율 통합한 뒤 메가 산업도시로 떠올랐다. 이 중 옛 마산은 바다에 인접해 있어 물건과 사람이 끊임없이 오갔던 도시다. 1970년대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지정되고 섬유, 기계, 전자 등 다양한 제조공장이 들어서면서 마산은 산업도시로 거듭났다. 여행객들은 굴뚝 연기로 자욱했던 이 시기의 마산을 주로 기억하겠지만 세월을 거슬러올라가면 마산은 상공업에 뿌리를 둔 도시였다. 조선 후기엔 마산 어시장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어 도시의 기틀을 다졌다.

 

마산에서 물의 의미는 남다르다. 물맛이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일제강점기엔 온화한 기후와 품질 좋은 물을 활용한 주류산업과 장류산업이 발달했다. 이처럼 마산은 예로부터 상공업이 발달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지방 기업가들이 많은 도시였다. 공업화가 끝난 도시에선 오래 전 굴뚝 연기가 사라졌지만 마산 곳곳엔 여전히 그때 그 시절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새벽같이 일을 시작하는 마산어시장 상인, 창동 예술촌의 소상공인, 경남을 대표하는 주류기업 무학의 이야기까지 마산은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던 사람들이 만든 도시로 구성원 모두가 단단한 굴뚝처럼 자리를 지켜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산 또한 산업도시의 흥망성쇠를 따라 변모해왔다. 화려한 시절은 지나갔지만 세월이 묻어나는 자연스러움과 추억이 묻어난다. 산업과 도시, 사람이 차곡차곡 일궈낸 마산에서 피어오르는 수많은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보면 역동적인 세월의 흐름 속에 묵직한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몽고정

마산에선 물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지리적으로 바다와 가까운 항구도시이기 때문이다. 마산만은 바닷물이 육지로 깊이 들어와 있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또 남해안의 여러 섬이 풍랑을 막아주면서 항해에도 유리하다.

 

일본과도 가까우면서 도시의 기틀이 잘 마련돼 있던 마산은 외세의 침략을 자주 받던 도시였다. 1274년과 1281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정벌을 위해 여몽 연합군이 합포에 주둔했었다. 몽고군은 여기에 목마장을 만들었다. 당시 식수를 비롯해 군마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몽고정(蒙古井)은 역사의 격동 속에서도 지금까지 남아 있다. 몽고정의 원래 이름은 고려정(高麗井)이었다. 1932년 일본인 고적단체가 조선을 약소국으로 폄하하려고 고려정에 '몽고정'이라는 석비를 세우면서 바뀐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몽고정의 이름을 따서 몽고식품의 회사명이 지어졌다. 지금도 몽고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몽고식품 100주년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물맛이 좋고 기후가 온화해 식품 발효에 최적화된 조건을 가진 마산은 예로부터 주류산업과 함께 장류산업이 발달했다. 마산의 향토산업 중 하나인 장류산업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개항 이후 이주해온 일본인들이 수입해 먹던 일본간장을 직접 양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일본간장은 맛과 질이 우수해서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맞아 수요가 점차 늘었다.

 

이후 몽고정의 물은 미네랄과 칼슘 함량이 풍부해 양조공업에는 더없이 좋은 최우량 수질로 평가받으며 품질 좋은 몽고간장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은 1905년 일본인 야마다 노부스케가 설립한 야마다 장유양조장이 시작이다. 그러다가 야마다 장유양조장의 공장장이던 김홍구씨에게 인수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몽고정의 우물물을 사용해 간장을 담갔기 때문에 1946년 몽고장유양조장으로 상호를 바꿨으며 몽고간장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처럼 물에서 뿌리를 내린 마산의 산업 이야기는 앞으로도 유유히 흘러 여행객들의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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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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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몽고간장의 전신인 야마다 장유양조장 1950년대 모습

몽고정을 둘러본 뒤엔 인근에 위치한 창동 전통명가 9곳이 여행객들을 기다린다. '경남의 명동'이라고 불릴만큼 극장과 레코드점 등 문화시설이 가득했던 1980년대 창동은 데이트를 즐기던 젊은이들로 붐볐다. 지금은 사라진 시민극장 바로 맞은편에 있던 학문당서점은 그 시절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다. 당시 일거리를 구하러 마산에 온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은 한껏 멋을 부리고 창동 거리를 활보했다. 1960년 개점한 모모 양복점은 창동 멋쟁이들의 맞춤옷을 책임졌다.

 

창동 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고려당 빵집은 맛과 멋을 모두 지닌 장소로 유명하다. 1959년 개점한 이래 긴 세월동안 빵집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마산 사람들에게 고려당은 어릴 적부터 언제나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던 고마운 장소였다. 시대가 바뀌면서 빵이 식탁에 오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고려당에는 전통을 새롭게 쓰는 맛에 대한 노력과 나누는 멋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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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예술촌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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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예술촌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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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예술촌 골목

학과 함께 떠나는 술여행, 굿데이뮤지엄

창원시 봉암동에 위치한 굿데이뮤지엄은 종합주류업체 무학의 살아 있는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굿데이뮤지엄 입구엔 하늘로 날아오르는 학의 무리가 여행객을 맞는다. 도시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무학산은 계곡과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산으로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나는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마산은 무학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로 인해 술맛 좋은 도시로 유명하다. 무학의 이름도 무학산에서 비롯됐다.

 

굿데이뮤지엄에 들어서면 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술의 기원과 어원, 종류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 몰랐던 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국가별로 분류된 세계 술 테마관은 아시아관, 유럽관, 아프리카관, 오세아니아관, 아메리카관으로 세분화돼 세계 술여행을 한자리에서 할 수 있다.

 

나라별 대표 주류와 사연들, 술 문화에 대해 살펴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좇아 걷다보면 1970년대 주향(酒鄕) 마산의 모습과 무학의 과거를 재현해 놓은 전시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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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데이뮤지엄 재현전시관에선 1970년대 마산의 주점을 재현해놓았다.

3000여종의 세계 각국 술을 전시해놓은 국내 최대 규모의 주류박물관으로 세계의 술 이야기와 더불어 무학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더욱이 주류 생산 공정을 견학할 수 있는 산업관광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양은주전자와 소주병이 올려져 있는 술상과 무학상회, 무학양조장, 무학대포집의 정겨운 장면은 중장년층에겐 옛 추억과 함께 그리움을 안겨준다.

 

무학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모태기업인 소화주류공업사가 설립되면서 100여년 가까운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창립 당시엔 소주와 청주를 주로 제조했지만 해방 이후 최위승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무학양조장으로 상호를 바꿔 희석식 소주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사실 마산에서 술 산업이 발전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예로부터 마산은 물이 맑기로 유명했다. 마산의 물은 '달콤하면서 맛있는 이슬'이라는 의미의 감로수로 불리곤 했다. 무학산 뒤편에 감천리 물로 막걸리를 빚으면 사이다와 같고 무학산 완월폭포의 물을 기관차에 넣으면 오르막길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마산, 굴뚝연기 사라진 곳에 문화향

굿데이뮤지엄 외부 전경.

마산은 또 온화한 해양성기후와 평야가 인근에 있어 쌀을 구하기 쉬웠던 지리적 입지는 자연스레 술 문화를 발전시켰다.

 

일제강점기 당시 국가재정 확보를 위한 주세법이 만들어져 집집마다 빚었던 술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게 된다. 개항 이후 많은 일본인들이 마산에 거주하면서 양조장을 세웠고 이로 인해 일본식 청주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마산은 이 같은 시대 변화에 맞춰 본격적인 술 주생산지로 부상했고 1930년대엔 전국 술 생산량 1위를 기록했다.

 

굿데이뮤지엄 관람의 마지막 순서는 술을 직접 마셔보는 시음 코너다. 여기서 우리는 단지 술을 마시는 것뿐 아니라 술이 제공하는 즐거움과 술자리에서 넘쳐나는 솔직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모름지기 술은 '입을 경쾌하게 하고, 마음을 터놓게 한다'(이마누엘 칸트)고 하지 않았던가.

 

조용철 기자 ycch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