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살 때는 좋지만, 충전은 별개.

[테크]by 김국현
전기차. 살 때는 좋지만, 충전은 별
경유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세먼지 대책이라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대개의 국가는 ‘제로 에미션(배출가스 없는)’ 사회를 향해 나름의 정책을 편다. 그런데 경유차를 팔고 사야 할 대안이 한국에선 마땅치 않다.

 

전기차(EV)가 대안이 돼주어야 하지만, 한국의 전기차는 서럽기 짝이 없다. 충전하기가 도무지 힘들어서다. 주인이 피로를 회복하는 동안, 차도 스마트폰처럼 내일을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야간 충전이 가능한 집은 전원주택이나 개별 차고가 딸린 고급 주택 정도. 빌라나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도시 생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채워지지 않은 배터리에 신경 쓰며 집을 나와 메뚜기처럼 충전 시설을 찾아다녀야 하지만, 그렇다고 주유소처럼 몇 분 만에 충전이 끝나지도 않는다. 한국의 전기차 시장을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심리적 장애는 바로 이런 충전에 대한 걱정이다.

 

BMW나 테슬라 같은 선두주자들은 전기차 출시와 충전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도 현대차 도 여유만만이다. 충전소의 수적 부족도 문제지만, 천막이 씌워져 있거나 장애인 주차 구역에 설치해 두는 등 생색내기 식으로 설치해 놨다. 설령 찾았다고 하더라도 일반차량이 차지하고 있는 일이 많다. 이 공간에 충전도 안 하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현재로써는 시민 의식에 호소하는 일 이외에는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고 하니, 주차장이 모자란 동네에서는 아는 사람은 아는 주차 팁이 되어버렸다.

 

올해는 국내에서도 모처럼 해외에서 인기 있던 제품들이 등장하는 해이지만 아쉬운 일이다. 앞으로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는 1/50 이상의 주차면수에 콘센트를 설치하도록 규제가 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차 때문에 신축 아파트를 찾아다닐 수도 없는 일이다. 전기차 구매자들이 입주자들로부터 전기차 충전 동의를 얻기 위해 제각각 반상회를 뛰어다니며 고군분투 중이지만 성공확률은 낮은 듯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올해로 어느새 20주년이 된 하이브리드 차를 이제라도 구매하거나, 아니면 최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HV/PHEV를 질러서, 기회 있으면 충전하고 아니면 마는 쿨한 운전자가 되는 길인 듯싶다. 하지만 PHV 또한 아직 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지금 가장 잘나간다는 외산 제품은 국내에서 너무 비싸고 또 결정적으로 좋아 보이는 태양광 패널마저 빠져 있어 마음이 상한다. 주말에만 잠깐 모는 이들은 광합성만으로 마트 정도는 다녀올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제로 에미션’ 시대.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지는 모르겠지만, 동참하고 싶어도 도무지 도와주지를 않는다.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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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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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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