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인공지능이라는 눈의 탄생

[테크]by 김국현
딥러닝 인공지능이라는 눈의 탄생

10년도 넘은 과학책이지만 앤드류 파커의 ‘눈의 탄생’이란 책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 생명은 정말 대폭발을 하게 된다. 동물문이 3개에서 38개로 늘어나는 등 진화의 새로운 장이 개막된 빅뱅 같았던 시기인데, 저자는 그 계기를 바로 눈의 탄생에서 찾는다. 갑자기 눈을 갖게 된 생명체가 등장하게 된 순간, 눈이 없던 다른 모든 생명체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이 사건이 진화를 촉발한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한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많은 인공지능 연구가들은 최근 딥러닝으로 촉발된 상승 분위기를 이 캄브리아 대폭발에 비유한다. 즉 생명체에 눈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 사건이라는 것이다. 딥러닝의 대표 기술인 CNN이 계속 보다 보니 직관이 생기는 것이라 볼 수도 있으니 그럴듯한 비유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컴퓨터에게 눈이 없어서 시키지 못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최근의 딥러닝 열풍은 이처럼 눈이나 귀에 비유할 수 있는 감각기관과 신경세포를 기계가 갖기 시작했다는 흥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세상을 스스로 보고 듣고 구분해낼 줄 아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컴퓨터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얼마전 라즈베리 파이 및 아듀이노 등 오픈소스 IoT 디바이스에 인공지능을 올렸다. 정확히는 이미 다른 곳에서 미리 만든(훈련시킨, pre-trained) 신경세포를 그 미약한 기계에 손쉽게 이식할 수 있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공개했는데, 이는 지난달 WWDC에서 애플이 폰에 기성(旣成) 신경망을 올릴 수 있는 기술인 CoreML을 공개한 것과 비슷한 발걸음이다.


지금까지도 IoT 디바이스에 눈이나 귀를 달 수는 있었어도 이들은 거대기업의 클라우드에 연결되어야만 했는데, 이제 그 연결이 끊어져도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작은 생명체들이 퍼질 수 있게 된 것.


단순할지언정 세상을 스스로 보고 인식할 수 있게 된 기계들은 5억년 전, 눈으로 보고 그에 따라 행동하던 최초의 생명체 삼엽충처럼 온 세상에 창궐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든 진화시킬 수밖에 없다.


한편, 요즈음 인공지능이라 하면 인간을 당장이라도 대체할 법한 지능을 지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공상과학 풍의 주장과 걱정이 많은데, 삼엽충에서 인간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해 보면 제 아무리 무어의 법칙 등등 IT의 발전 속도를 미화한다 하더라도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 사이에 기술적 대폭발도 두어 번은 더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이제 폰에도 아니 2KB밖에 되지 않는 메모리를 지닌 IoT 장비에도 보고 들을 수 있는 신경세포를 누구나 이식할 수 있게 되었다. 흥분되는 시기다. 캄브리아기에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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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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