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오레오에서 오레오를 생각하다

[테크]by 김국현
안드로이드 오레오에서 오레오를 생각하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의 이름이 정해졌다. 한 번쯤은 오곡밥이나 오니기리처럼 성장 시장 아시안 먹거리의 이름을 정해주는 글로벌 감각을 기대해 보고 싶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서양 주전부리.

 

오레오는 그래도 그간의 다른 이름들에 비해서는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킷캣” 때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안드로이드만큼이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과자가 마스코트가 될 때 더 친근하니 바야흐로 여기는 현대소비사회.

 

어쨌거나 이런 이름짓기는 윈윈이다. 과자 입장에서는 20억이 넘게 가동 중인 안드로이드 단말에 자신의 브랜드가 미래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들어가니 홍보 효과가 있다. ‘친근함’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안드로이드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보다 익숙한 애칭은 또한 없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하지만 콜래보는 쉽지 않다. 대대적인 상업적 콜래보를 했는데, 그 제품의 평판이 망작일 경우, 안 하느니만 못한다. 게다가 언젠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구형이 되어 버리는 IT 제품의 숙명을 100년을 이어오는 브랜드와 연결해야 할 명분도 찾아야 한다. 다행히 킷캣은 평이 나쁘지 않았다. 젤리빈의 ‘프로젝트 버터(버터처럼 부드러운 UI를 만드려는 시도)’ 덕에 불어버린 체중(?)을 성공적으로 다이어트했다. 상업적 콜래보에는 예측불허의 혁신판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개선판이 채택되는 것이다.

 

사실 콜래보 브랜드로서의 오레오는 탁월한 선택이다. 맥도날드 맥플러리는 그저 오레오의 존재감에 기댔다. 시리얼 회사 포스트가 오레오와 콜래보한 오레오 오즈(O'z)는 계약 기간이 유지되던 1998년부터 2007년까지만 판매되었지만, 그 추억의 맛을 잊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유일하게 생산되던 동서식품의 동명 제품을 이베이에서 웃돈 주고 사기도 했다. 대장균 시리얼 파동의 주인공이었지만, 동서식품은 오레오와 포스트 모두의 라이센스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인기 탓인지 올해 6월, 이 오레오 시리얼은 다시 월마트를 통해 미국 시장에 컴백하게 되었다고 하니, 한국 방문 선물로 오레오 오즈가 특산품 취급을 받는 일은 끝난 듯 하다.

 

“쿠키의 왕”이라 불리는 오레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바로 그 해 탄생했는데, 당시에는 깡통에 넣어서 팔았다고 한다. 맨하탄에는 오레오 웨이라는 거리가 있을 정도여서, 오레오의  첫 쿠키 공장(나비스코)이 있던 장소가 그곳.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쿠키 브랜드이지만, 나비스코는 90년대 크래프트에 인수되고, 2012년 크래프트에서 다시 과자회사 몬델리즈가 분사되는 파란만장 가정사를 겪게 된다. (식품회사는 하인즈와 합병한다.)

 

오레오는 연간 수익이 1조 원이 훌쩍 넘는 알짜 브랜드로, 1,2위는 미국과 중국. 중국의 초컬릿 소비가 급증하면서 오레오 제조사 몬델리즈가 아프리카에서 카카오 증산운동을 하게 만들 지경이 되었다.

 

한편 트럼프의 협박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레오의 마지막 시카고 공장은 멕시코로 모두 이전되어 버렸고, 오레오의 일본생산도 2016년으로 종료되었다. 오레오 공장은 마치 클라우드처럼 세계로 흘러다닌다. 다행히도 아직 한국은 강원도 철원에서 생산되고 있다. 오레오는 이렇듯 이미 안드로이드에 꿀리지 않는 글로벌 플랫폼이었던 것이었다.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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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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