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 왜 쇼핑은 싱글을 소환했는가?

[테크]by 김국현
광군제. 왜 쇼핑은 싱글을 소환했는가

지난 11월 11일은 중국의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 광군(光棍)이란 덜렁 가지 하나만 남아 있음을 뜻한다고 한다.

 

11월 11일.

가족의 나무도 숲도 이루지 못한 막대기들이 늘어 서 있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원래는 한 대학에서 서로를 위로 하기 위해 시작된 풍습이라지만, 알리바바 그룹은 차라리 외로울 바에는 그 감정을 쇼핑으로 승화시키자고 제안한다. 마케팅은 늘 이렇게 영특하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싱글들은 자신들을 알아주는 온라인의 부름에 기꺼이 동원되었다. 광군제가 세계 최대의 쇼핑 축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매출액은 매년 그 끝을 모르고 신기록을 갱신, 올해는 28조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소매유통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수치다. 일각에서는 한류 배우들이 광고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기에 한류 금지령이 해금된 것은 아닐까 기대가 가득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라서,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선호되던 직구 대상에서 이제는 호주·독일에도 밀려 버렸다고 한다.)

 

한국의 11번가니 일본의 이온이니 이 11·11이 부러워서 비슷한 이름의 쇼핑 축제를 밀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뜨거운 성장의 그늘이 만든 이벤트의 역사를, 차갑게 성장이 식은 나라에서 재현하는 것이니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도 오리지날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연말 쇼핑 시즌의 개막과 재고 일소(一掃)라는 명확한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광군제의 대다수 제품은 광군제 직전에 가격을 올려놓고, 세일 폭을 커 보이게 하는 꼼수를 부린다. 지난 정부가 만든 코리아 세일 페스타도 등떠밀려 하는 잔치가 된 이유가, 명확한 명분도 계기도 부족하기 때문.

 

홀로 정신없이 성장하고 즐기고 있을 때는 버리고 정리하는 미니멀리즘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힘들다. 오늘만 사는 듯, 방탕한 소비로 기분을 내보는 것도 혼자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 특유의 산아 정책 덕에 이미 세계에서 유례없이 남녀 성비가 왜곡된 나라. 산술적으로 결혼을 절대 할 수 없는 남성의 절대수도 많고, 이러한 문화가 만든 사회에 질려 결혼을 안 하는 여성도 많다. 중국에서는 혼기를 넘겨 결혼하지 않은 싱글이란 A급 여성과 D급 남성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쨌거나 이들 모두의 취향을 저격할만한 다양한 상품들이 온라인에는 넘쳐난다. 그 덕에 이제는 굳이 싱글이 아니라도, 외국인이라도 광군제에 편승 중국에서 직구를 하기도 한다. 알리바바에는 러시아나 남미 등 자국 쇼핑몰이 미비한 곳에서의 주문이 꽤 많다.

 

쌀쌀해지고 마음이 허할 때, 택배의 벨소리처럼 따뜻한 멜로디도 없다.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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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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