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에서 치료로. 개의 해이기에 생각해 보는 로봇 테라피

[테크]by 김국현
반려에서 치료로. 개의 해이기에 생각

2018년은 개의 해. 대표적인 애완동물로 우리 곁을 지켜 온 의리 있는 동물.

 

동물에게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동물과 교류하고 교감하는 일이 치유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심리적으로도 생리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우울증이 개선되거나 뇌 기능 및 면역계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자발성 사회성이 발현된다는 것.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말이나 돌고래 등 동물만의 귀여움은 그렇게 우리를 구원하곤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를 동물매개치료(AAT, Animal Assisted Therapy)라 부르는데, 이처럼 동물요법에 대한 요망은 높아도 알레르기 등 감염에 대한 우려, 동물을 두려워하는 환자나 직원에 대한 배려 등의 이유로, 실제로 의료복지현장에서 완전히 정착하기는 여러모로 힘든 모양이다. 그리고 동물도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등, 동물 나름의 입장도 있기 마련이다. 동물 관리가 쉽지도 않고, 또 동물에게는 수명이 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동물형 로봇이다. 파로라는 이름의 물개 모양 로봇은 일본과 덴마크의 양로시설에서 그 효과가 검증되었고 특히 치매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유명한 양산형 동물 로봇으로는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가 있다. 그 프로토타입이 등장한 것은 1998년이니 벌써 20여 년 전. 1999년에 판매개시, 3세대를 거친 개선을 거치며 15만대 이상 팔렸다. 그러나 소니의 경영 위기와 함께 2006년 단종되고 말았지만, 단순한 전자 제품을 넘는 애착 관계가 목격되곤 했다. 제품 서포트 만료 이후에도 사용자들이 그 연명을 위해 노력하고, 또 합동 장례식까지 열어줄 정도였다. 정이 든 것이다.

 

이 정이 비즈니스 찬스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올해 12년 만에 부활한 아이보는 눈을 OLED로 만드는 등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해 봤지만, 외모는 어째 마트에서 파는 장난감 강아지처럼 되어 버렸다. 게다가 기계학습 등을 이유로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에 늘 붙어 있어야 하기에 LTE 서비스 가입을 해야 한다. 3년 약정에 월 3만 원 선. 키우는데 생활비가 든다는 점에서는 정말 애완견다워지긴 했다.

 

폰처럼 서비스 가입을 해야 하는 로봇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소프트뱅크에서 3년 약정으로 사야 하는 인간형 로봇 페퍼가 떠오른다. 일본에서는 가끔 상점가 등 거리에서도 종종 눈에 띄는데, 사람들이 하도 악수를 해댔는지, 손가락이 부러져 덜렁거리면서도 열심히 자기표현을 하고 있었다. 그 살신성인의 모습에 측은지심이 밀려들었다. 치유의 효과란 이런 것인가?

 

굳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청소 로봇에도 우리는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을 하곤 한다. 나도 어느새 집에서 ‘멍청이’라고 로봇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 로봇이 할 줄 아는 것은 바닥청소뿐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정이 든 것 같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알 수 없는 일에 치료 효과가 있나 보다. 많은 환자가 입원 등으로 일상으로부터 격리되며 또 다른 아픔을 겪는다. 불안한 일이다. 예후에 대한 불안 등 다소간의 정신적 아픔을 동반하지 않는 병이란 드문 일이다.

 

실제로 이미 아이보를 정신과 등에서 활용한 사례는 많다. 동물의 무의미한 제스처 하나, 반응 하나도 훌륭한 소통의 화제가 되고, 일종의 긍정적 자극이 되는 덕이라 한다. 로봇에 이름을 붙여준다거나, 로봇이 벽에 부딪히면 아프겠다고 생각한다거나, 어느새 우리는 동물의 귀여움을 보는 눈길로 로봇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AAT(Animal Assisted Therapy)를 넘어 RAT(Robot Assisted Therapy)의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열리고 있다.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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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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