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업데이트?

[테크]by 김국현
폭스바겐의 업데이트?

폭스바겐 조작 스캔들.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이 사건은 꽤 죄질이 나쁘다.


무슨 일이든 실현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힘을 의도적으로 악용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디 구멍가게도 아니고 세계 1위를 놓고 경쟁중인 초거대 자동차 그룹이 저지른 일이니, 아마도 상당기간 그 후유증은 지속될 듯하다.


게다가 이는 단순히 초기값을 바꿔 놓는다거나 하는 원시적 눈속임이나 조작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분기하는 본격적인 프로그래밍을 해 버린 점이 충격적이다.


사용자가 놓인 주변 상황, 즉 컨텍스트에 따라 사용자에게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려 노력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이 ‘컨텍스트-어웨어(Context-aware)’의 치팅 프로그램은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 달리 행동했다. 검사장인 것 같으면 클린 디젤인 척을 하고, 도로를 달리면 40배나 많은 유해 물질을 호기롭게 배출해댔다. 머플러에 신경 쓸 리 없는 운전자들은 이 독일차의 남다른 연비와 성능에 감탄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로 저지른 일이기에 소프트웨어로 해결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예컨대 임의 설정 장치(defeat device)를 무력화시키는 패치를 하는 것이다. 모든 하루하루가 그 자동차에게는 승인검사날이 되는 것이다. 조심조심 효율 생각하지 않는 환경 최우선의 자동차가 되겠지만, 길에서 느꼈던 폭스바겐다움은 사라질 것이다. 이런 차를 소비자가 원했을지는 잘 알 수 없으니, 이렇게 간단한 해결을 바라는 일은 지나친 낙관인 듯하다.


윈도우 업데이트처럼 부품의 대대적인 교체를 인터넷 너머로 전달해 줄 수도 없다. 바로 오늘(9월 30일) 공개되는 맥의 엘 캐피탄처럼 아예 새로운 버전을 공짜로 뿌려 줄 수도 없다. 비트가 아닌 쇠로 이루어진 자동차는 그럴 수 없다. 사심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물에 삽입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그 유혹의 대가는 엄청난 것이다.


기업이란 그 계층 구조의 어느 단계에서도 당면의 실적을 위해 무리수를 둘 충분한 인센티브를 지닐 수밖에 없는 취약한 조직이다. 더욱이 소프트웨어는 소스를 열어 보기 전까지는 좀처럼 정황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 대가를 알면서도 당장의 보신을 위해 일을 저지르는 것 또한 하루를 사는 기업 전사들의 한계다.


이 사건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 안에 삽입된 소프트웨어와 벌여야 할 길고도 긴 싸움의 서막을 여는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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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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