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디톡스로 시작하는 디지털 미니멀리즘 생활

[테크]by 김국현
페이스북 디톡스로 시작하는 디지털 미

미국은 페이스북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한창 시끄럽다. 페이스북 로그인에 연결된 어떤 앱이 내 정보는 물론 친구 관련 정보까지 깡그리 가져가서 트럼프 선거 운동에 써버린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진 것. 이번 참에 페이스북을 지워버리자는 #DeleteFacebook 해시태그까지 시민운동처럼 돌고 있고, 미국인 10명 중 1명이 이번에 탈퇴했다는 보고도 있으니 민심은 좋지 않다. 그런데 역시 국내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별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글로 된 한국인의 정보는 무관하리라는 낙관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정보에 관해서 한국인은 유난히 대범하다.

 

그런데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과연 끊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쓴 나 자신에 뿌듯해 하고, 누가 좋아요를 눌렀나 댓글을 남겼나 확인하게 된다. 인간 심리에 최적 설계된 히트상품을 의지로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굳이 본성을 거스르며 끊을 필요까지는 없지 싶다. 말 그대로 그저 “페이스북”, 일종의 전화번호부에 내 이름을 등재해 두는 정도로 생각하기로 하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페이스북을 끊었으나 계정을 지우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가 계정을 날렸다가 다른 이가 차지할까 봐서였다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언젠가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내게 메시지를 보내올 수 있는 일이니, 그 옛날 두툼한 전화번호부에 이름이 공개된 정도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페이스북 계정이 있어야 페이스북에만 있는 그룹 등에 가입해서 ‘눈팅’이라도 할 수 있으니 유용한 용도가 없지만은 않다.

 

문제는 뉴스피드다. 많은 이들이 이번 개인 정보 악용 뉴스에 발끈한 이유는 자신의 뉴스피드를 사적으로 관리하며 소중히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학창시절 절친들끼리 돌려쓰는 비밀일기장처럼 정성껏 글을 쓰고 사진을 붙였다.

 

그런데 이렇게 공들여 상호작용한 계정일수록 내 취향과 기호와 행동 등을 토대로 한 분석이 쉬워지는 법이다. 내가 열심히 쓰면 쓸수록 더 알차게 분석되어 호구가 되는 길을 걷기 쉽다. 공짜라고 열심히 썼지만, 사실은 네트워크 속에 나라는 상품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달콤한 것도 과유불급. 독이 쌓인다. 디톡스 방법을 찾자. 우선 하나는 ‘나’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나치게 사적인 정보만 올렸다면, 그 비중을 현격히 줄이고 대신 세상에 유익한 정보를 올린다. 사적인 일상 대신 이번에는 공개된 정보를 올린다.

 

또 하나의 방법은 글을 쓰고 싶을 때 똑같은 글을 네이버, 구글, 이글루스 등 온갖 공개 블로그 등에도 분산 투고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다 보면 만약 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정이 귀찮아진다. 여러 곳을 다 찾아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니 당연한데, 여기에 의미가 있다. 이 세상 누가 보더라도 떳떳한 글만을 온라인에 투고하는 습성을 익히게 된다. 자연스레 퇴고도 더 하게 되고 논리도 가다듬게 된다.

 

터치에 익숙해진 우리는 전송 버튼의 위중함을 곧잘 잊는다. 나 스스로 전송버튼을 누른 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하건만, 전송되어버린 다음에는 ‘박제’되어 조리돌림당할 수도 있으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는 지극히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셈이다. 초연결사회라고 세상은 떠드는데, 과잉연결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프라이버시란 귀중한 소모성 자산이다. 언젠가 이불킥하게 될 경솔한 허세를 위해 셀카를 올리는 일상, 근미래의 인공지능이 여러분 얼굴을 어떻게 학습해서 무엇에서 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온라인에서 여러분의 얼굴을 쉽게 찾아볼 수는 있는데, 여러분이 그 정보로 별달리 수익을 내고 있지도 않다면 경계심을 갖자. 얼굴은 팔려 버렸는데 수금이 안되는 것처럼 서글픈 일도 없다. 왕년에 유명했지만 한물간 연예인들의 우울과도 같은 것이다. 얼굴은 알아보니 마트에서 시식조차 힘든데, 품위유지를 위한 캐시플로우는 흐르지 않는다면 갑갑하고 쓸쓸한 일이다.

 

소셜미디어도 결국은 미디어. 스톡이 아닌 플로우다. 소중한 것을 여기에 쌓아놓지 말고, 흘러나가야만 할 것을 흘려보내는 채널이다. 스톡이 아니니 정보를 쌓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 쌓이는 정보에 유의한다. 만약 특정 미디어에서만 정보를 쌓고 있다면 그 미디어를 위해 일해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한 곳에 쌓이는 정보의 대표격인 댓글도 달 필요가 없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내게도 페이스북 계정도 페이지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만평과 글들의 링크뿐이다. 페이스북에만 올라가는 글은 기본적으로 없다. 독자 편의를 위해 페이스북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다채널로 활용하는 셈이다. 만약 여러분이 생산한 어떤 정보가 오로지 페이스북에서만 읽을 수 있다면, 주객이 전도된다. 말 그대로 여러분은 그 순간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 된다.

 

속칭 ‘페친’도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다. 따라서 페이스북 친구들도 대다수가 거의 모르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뉴스피드의 풍경도 그냥 찻집 창가에서 거리 구경을 하는 느낌이다. 모두들 열심히 살고 모두들 그 사실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구나 느끼며 세상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니 시스템이 내 친구 리스트로 내 성향을 추측하고 분류해 내는 일도 무의미해진다. 

이처럼 페이스북을 나의 스톡이 아닌 채널로 여기면, 페이스북의 정보가 유출되어도 큰 상관 없다. 어차피 그러기 위한 것이었고, 소중한 정보는 그곳에 쌓여 있지 않다.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페이스북 디톡스란 난이도가 있다. 가장 쉬운 것은 지금 페이스북 앱이라도 제거하는 것이다. 대신 필요할 때만 PC에서 웹으로 접속한다. 폰으로 알림이 오지 않고 수시로 폰을 집어 확인하지 않는 것만으로 생활도 마음도 훨씬 미니멀해질 터이다.

2018.04.17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채널명
김국현
소개글
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